‘계열사와 채권단의 떠안기’로 봉합된 LG카드 협상

이미 출자전환 거부한 LG전자등 이사회의 추후 결정 주시할 터

지난 31일, LG카드 증자를 둘러싼 협상이 종료되었다. LG 계열사, 대주주와 채권단이 각각 5천억원씩, 도합 1조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LG카드의 증자논란이 재벌총수와 감독관료들의 책임을 채권단과 LG그룹 계열사가 떠안는 식으로 봉합된 것에 대해 비판한다.

또한 이번 증자 결정은 개별 기업의 이사회가 아니라 사실상 산업은행과 구본무 회장간의 협상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과거 ‘황제경영’의 폐해가 재연되었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미 출자거부를 선언한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이에 대해 앞으로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 주시할 것이다.

사실 이번 증자협상은 감독관료와 재벌총수가 LG카드 문제를 계열사를 끌어들여 해결하기로 한 지난 1월의 합의에서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지난 2003년 11월, LG카드의 경영부실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고 있던 구본무 회장은 본인 소유의 (주) LG 주식을 담보로 추가 유동성 지원을 얻어 LG카드를 회생시키기로 채권단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합의가 몇 차례의 추가 협상을 거치면서, LG 계열사들이 8천억원의 회사채를 인수하는 형식으로 구회장의 책임을 떠안는 것으로 변질되면서, 구회장은 면죄부를 받고 자신이 담보로 제공했던 (주) LG주식까지 돌려받았다. 만약 당시 채권단이 구본무 회장의 개인책임을 면제해 주지 않았다면 이것이 오늘날과 같은 LG 계열사의 자금지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LG 그룹은 이번 계열사 출자전환이 LG 카드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문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강변일 뿐이다.

이번 출자전환에 따른 손실의 진정한 연원은 유동성 지원 차원에서 매입한 LG카드 회사채를 후순위 전환사채로 변경해 주기로 한 지난 1월의 합의서 규정이다. 따라서 LG 계열사의 회사채 매입은 적법한 여유자금 운용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추후에 LG 카드의 손실을 보전해 줄 목적으로 주식을 전환하는 것이 예정된 자금지원이으로써 사실상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자본확충과 동일한 결정이다. 경영부실에 어떤 책임도 없는 LG계열사가, 당시 청산이 거론되던 LG카드의 사실상의 자본확충 약정을 체결한 것이 어떻게 주주에게 이익이 되는 행동일수 있는가. 더군다나 이번 출자전환으로 인해 LG계열사들은 앞으로 LG카드의 경영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지원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또 다른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이사회가 아니라 구본무 회장등 LG그룹 관계자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심각한 절차상의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미 LG전자, 화학등 주요 계열사 이사들은 ‘신인도 저하와 주주대표소송’을 이유로 출자거부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는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관계자들이 도대체 어떠한 권한과 자격으로, 개별 의사회의 결정을 번복하는 합의를 채권단과 체결하였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만약 이번 출자가 계열사의 손실로 이어질 경우, 이번 협상을 진행한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관계자들은 모두 상법상의 사실상의 이사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음을 경고해둔다.

또한 참여연대는 이와 같은 초법적인 의사결정을 묵인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종용한 정부와 채권단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정부는 사실상 LG카드의 회생을 명분삼아 재벌총수의 초법적인 의사결정을 종용함으로써, 그동안 이루어져온 재별개혁의 성과를 스스로 무위로 돌리는 자가당착의 모순을 범하였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미 출자거부를 선언한 기업의 이사들은 ‘출자전환은 대표소송 대상’이라는 자신의 발언대로, 주주와 채권자, 그리고 노동자 모두에게 손해를 줄 수 있는 이번 출자결정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고수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각 계열사의 이사회가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인지 주시할 것이다.

5천억 원을 부담하기로 한 채권단은 이번 결정이 ‘더 이상의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은 없다’고 선언한 지난 1월의 협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채권자와 주주에게 손해를 주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특히 채권단은 ‘지난 1월의 자금지원만으로는 LG 카드의 회생이 확실하지 않고 추가출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담보로 잡고 있었던 구 회장의 주식을 풀어줌으로써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재벌총수의 경영책임을 면제하여 결국 추가부담을 자초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 역시 대주주에 대한 증자명령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편법에 편법을 거듭한 결과 LG 계열사와 채권단에게 그 부실을 파급시켰을 뿐 아니라. 산업은행을 통해 민간기업의 부실을 간접적으로 국민에게 전가하였다는 점에서 응분의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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