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혁신방안, ‘혁신’ 찾을 수 없어

 

금융감독혁신방안, ‘혁신’ 찾을 수 없어 


금융정책ㆍ감독 분리 등 금융감독체계개편 중장기 과제로 미뤄

저축은행 사태 겪고도 제대로 된 금융소비자보호방안 마련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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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 총리실은 지난 금요일(2일), 석 달간 금융감독혁신TF를 꾸려 준비해 왔던 금융감독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감독혁신방안은 지난 8월 2일, 국정조사 기관보고 자리에서 이미 일부 공개되어 사회 각계로 부터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보완할 것을 요구받은 바 있다. 특히 금융감독체계개편과 금융소비자보호방안은 저축은행 사태를 초래하고 확장했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 되어 시민사회뿐 아니라 국회 입법조사처와 국조특위에서도 추가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최종안은 이 같은 내용을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 혁신방안에 정작 ‘혁신’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지난 국정조사 때 공개한 안에 대해서 각계의 보완 요구가 있었음에도 이를 수렴치 않고 실효성 없는 내용 그대로 발표한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금융감독혁신에 대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TF가 3개월여의 논의를 통해 발표한 금융감독혁신 방안은 크게 ▲감독ㆍ검사의 독립성ㆍ투명성ㆍ책임성 제고, ▲금감원 임직원의 인적 쇄신, ▲감독ㆍ검사 역량의 제고, ▲업무 관행ㆍ절차의 획기적 개선, ▲변화된 금융 감독 시스템의 효과적 정착 및 제도화 지원 등으로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예금보험공사의 감독권한 강화, 제재심의위원회 외부인원의 인력확대 및 임기 연장, 금감원 취업제한 퇴직자 범위 확대 등의 방안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금융 정책과 감독의 분리, 그리고 금융소비자보호방안 마련 등 저축은행 사태의 재발을 박기위해 근본적인 대안이 될 만한 내용은 중ㆍ장기과제로 미루어져 있거나 일부 보완하는 데에 그쳤다.

 

이 부분은 한 달 전 국정조사 국무총리실 기관보고 자리에서 이번 혁신방안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을 때에도 누락되어 있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국회 입법조사처까지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역시 결과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회 각계의 요구와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이번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금융감독혁신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금융 감독과 정책을 제도적으로 철저히 분리하는 금융감독체계의 개편 내용은 저축은행 사태 뿐 아니라 지난 금융관련 위기사건들을 통해 볼 때 이번 방안에 반드시 포함되었어야 한다. 지난 90년대 초반 일어났던 증권투자신탁업자 부실 사태의 경우, 폭락했던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금융정책에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관리해야 할 금융 감독이 전혀 작동되지 않아 당시 3대 투신사들이 자본금의 6배에 달하는 주식을 매입하는 등 무리하게  위험을 초래했고, 결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태를 수습해야만 했다.

 

또한 90년대 말 종합금융사 부실 사태도 마찬가지다. 당시 종금사들이 유동성 위험을 무시한 채 단기외화를 차입해 장기 대출을 해준다던지 하는 행태를 보였음에도 금융자율화 정책으로 인해 이를 제대로 감독하고 규제하지 못해 결국 종금사들의 건전성 악화를 초래한 바 있다. 2000년대 신용카드 대란의 경우도 내수를 진작시키기 위해 정책당국이 신용카드 관련규제를 대폭 축소ㆍ폐지했음에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관리해야할 감독기관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국민경제 전반에 위기를 초래한 바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건의 한 축으로 금융정책으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금융 감독의 문제가 늘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에도 이 문제를 중ㆍ장기과제라는 명목 하에 나중으로 미루어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보호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이번 혁신방안에 반드시 포함되었어야 한다. 서구 선진국 들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계층을 막론하고 전 방위적으로 확산된 데에 부실한 금융소비자보호제도가 자리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 바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저축은행들이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무분별하게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를 경고할 기관이나 제도가 없었다는 데에서 금융소비자보호기구와 제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신용카드 대란의 경우를 봐도, 금융기관의 행위규제를 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보호기관과 제대로 된 금융소비자보호제도가 있었다면 카드사가 소비자들의 연체율과 소비능력을 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행하는 것을 막고 사태 발생 이후에도 신속히 구제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하여 금융소비자기구 및 제도의 마련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준비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금감원내 소비자보호기구를 준 독립화 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을 향후과제로 미루어 두었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처럼 금융 감독체계의 개편과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의 마련은 단지 저축은행 사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 위기들 속에서 꾸준히 요구되었던 사안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금융감독혁신방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정부가 금융 감독혁신을 위한 TF를 재구성하는 등 필요한 방안을 모두 동원하여 금융감독혁신을 위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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