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여야 합의에 관하여

 

피해 당사자와 제3자도 고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담합뿐만 아니라 하도급·가맹사업·대형유통점 납품관계 등에도
공정위 전속고발권 유지할 하등의 이유 없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18일 감사원장, 조달청장, 중소기업청장에게도 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담합)의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 추진에 합의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여야가 합의한 내용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의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합의라고 평가하며, 경찰과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부당공동행위(담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하도급관계, 가맹사업관계, 대형유통업체 납품관계 등 공정위가 관할하는 거의 모든 거래관계에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야 합의는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것도 피해 당사자나 소비자단체가 직접 경찰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다른 기관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의의 배경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겉핥기식 대책에 불과하다. 지난해 공정위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0월 기준으로 최근 5년간 공정위에 접수된 하도급 납품단가 부당 인하 신고 건수는 345건 중에서 공정위가 고발한 건은 1건에 불과했다. 가맹사업거래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맹본부의 가맹사업법 위반 접수건수는 1,384건인데 공정위 고발건수는 1건이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 전체를 보더라도, 공정위 설립 1981년 이후 2007년까지 약 30년 동안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른 검찰 고발건수는 127건으로, 전체 위반 사건의 1.6%에 불과하다.

 

전속고발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공정위가 검찰 고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공정위의 대기업·권력 편향이다. 지난해 4대강 담합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공정위에 구체적인 법 위반 증빙이나 정황을 가지고 피해 당사자가 신고를 해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불공정거래 근절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를 찾아와 하소연하는 하도급업체, 프랜차이즈 업체, 대형 유통업체 납품업체 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도 공정위의 대기업 편향을 잘 보여준다. 둘째는, 공정위가 현실적으로 관할하는 법에 따라 현장을 조사하고 관리감독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정위 가맹유통과와 유통거래과에는 7∼9명의 공무원이 각각 17만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2만여개의 대형마트 납품업체의 불공정거래 피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수십만 개에 달하는 하도급업체를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하는 업무도 인력 수준은 비슷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장행정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전화행정, 책상행정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정위 하소연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소연하면서도 전속고발권만은 유지하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인데, 이는 조직이기주의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이 오히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만연시키는 중요한 제도가 되어버린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여야 합의한 내용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관한 그간의 사회적 논의 수준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특히 리니언시 제도의 필요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도 폐지 여론이 높을 정도로 공정위의 역할이 미미한 상황에서, 하도급관계, 가맹사업관계, 대형유통사업의 각종 납품관계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유지되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시 한 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경찰·검찰이 공정위 관할 법 위반 행위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게 피해 당사자, 시민단체 등이 경찰과 검찰에 고소·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참여연대는 논의의 핵심에서 벗어난 여야 합의에 유감을 표하며,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가 원점에서 재논의되어야 한다고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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