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기업구조조정에 관한 성명 발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경제위기 극복의 최대 장애요인

동아건설에 대한 협조융자는 취소되어야 한다

부실경영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철저히 물어야

최근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정부는 IMF위기 극복을 위해 재벌개혁, 금융기관 구조조정,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도높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정리해고 도입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달성한 것 이외에는 한 일이 없다. 6월안으로 부실기업을 퇴출시키겠다고 해서 ‘살생부’가 나돌던 판국에 동아건설에 대한 대규모 협조융자 결정이 이루어지는 지금의 사태는 한마디로 정부의 정책혼선으로 인해 구조조정이 가로막히고 있는 것이어서, 정부의 개혁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부실기업 퇴출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자금경색은 심화되고,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되어 종국에는 재벌계열의 부실기업들은 살아남고 다른 우량기업들이 먼저 쓰러지게 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정부는 대규모 실업 고통만 국민에게 전가하고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회생이라는 시대적 과제에는 눈감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심각한 상황에서도 지방선거라는 정치논리 때문에 경제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정부는 구조조정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강도와 속도를 더욱 높여 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동아건설에 대한 협조융자는 취소되어야 한다.

1. 동아건설에 대해 채권은행단이 6천억원의 협조융자를 제공해주기로 한 것은 부실기업은 살리고 우량기업은 망하게 하는 잘못된 결정이다. 부실기업은 협조융자 등을 통해 연 11.5%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반면에 우량 기업은 연 18-20%의 고금리를 부담하는 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금융경색 상황에서는 우량기업도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부실기업에 협조융자를 주는 것은 우량기업에게 지원되어야 할 자금을 부실기업에 지원해주어서 자본배분을 왜곡하고 금융시장의 시장질서를 파괴하는 일이다.

2. 동아그룹의 경우에 계열사들의 회생가능성이나 자산가치 등에 대하여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출금 회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협조융자가 주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동아의 협조융자는 “정부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 채권단들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부실한 재벌기업의 퇴출을 방해하여 재벌개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은행들의 자기보신적인 결정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감독업무를 포기한 것과 같은 것이다. 금감위의 동의 없이 은행들이 자의적으로 협조융자를 주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만약에 그것이 사실이라면 금감위는 부실은행인 서울은행에 대한 감독을 소흘히 한 것이다. 특히 동아의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에는 이미 국민들의 세금 1조 5천억원이 지원된 바 있어서 정부가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을 방치하였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되며, 이번 협조융자는 서울은행의 부실을 가속화하여 결과적으로 서울은행의 매각에도 지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것으로 판단된다.

3. 동아에 대한 협조융자는 재벌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또다른 특혜이며, 이후 재벌계열 부실기업들의 정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동아건설이 부도처리될 경우 금융계에 미치는 영향이 금융시장을 붕괴시킬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협조융자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따르면 앞으로도 10대 재벌들은 금융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협조융자를 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일시적인 어려움을 피하고 정치적인 부담을 덜기 위하여 부실경영을 한 재벌 기업들에게 계속해서 협조융자로 지원함으로써 은행의 부실을 더욱 심화시키는 이러한 금감위원회의 태도는 정부의 근본적인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는 조치이다.

4. 동아건설 협조융자 결정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건이다. 이규성 재경부 장관은 20일 오후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6월부터는 부실기업에 대한 화의 동의나 협조융자는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앞서의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발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서 현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이 일관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에 대한 협조융자가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배려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 혼선은 결과적으로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경제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국민세부담 50조!

철저한 고통분담 없이는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정부가 최근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50조원에 달하는 공공채권을 새로 발행하기로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말이 공공채권이지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고 나선 마당에는 국채나 다름 없고 이는 결국 국민 세부담의 가중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른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상황의 불가피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방만한 경영으로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낳고 국민경제를 파탄지경으로까지 몰고간 책임을 결국 이런 식으로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고통분담 논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철저히 묻고 형평에 맞게 고통을 분담하는 조치들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경제회생을 위해 국민의 혈세를 쥐어짤 수밖에 없다는 정부 정책은 심각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1. 강도 높은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재벌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위기의 주책임은 재벌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만큼 재벌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재벌들은 여론몰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맹이 없는 개혁안을 한차례 내놓았을 뿐, 이렇다 할 자기개혁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들이 생계대비책으로 아껴둔 금을 내놓는 판국에 금을 수입하여 수입금융을 가로채고 자기 이익만 챙기는 작태를 보이는 것이 오늘날 재벌의 모습이다. 여기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재벌개혁을 외치는 정부하에서 재벌계열 부실기업에 특혜를 주는 혼란상이 계속된다면 재벌개혁은 물건너가고, 5대재벌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처럼 파행적인 경제구조를 개혁하기는 커녕 오히여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낳게될 것이다.

다시 한번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철저한 개혁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2. 기업경영의 부정비리를 근본적으로 막고 그 사회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망하지 않는다 라는 말이 있듯이, 부실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책임자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부실을 초래한 경영책임자가 일정기간이 지난후 경영일선으로 복귀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경영진과 대주주, 채권자, 회계법인 등에 대한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는 이미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소유권과 경영권을 박탈하는 한편 재산몰수와 사기죄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방침이 국민여론을 의식한 정치적인 제스츄어가 아니라면, 실제로 엄정한 법적용을 통해 부실경영에 대한 법적 심판이 내려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최근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의 재산을 몰수하는데 있어서 특수관계인의 명의로 된 재산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동안 경영권을 행사할 때는 회장 자신의 지분 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합하여 경영권을 행사해왔으면서 부실경영의 책임에서는 제외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최원석 회장의 재산몰수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추궁의 취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아건설 협조융자 특혜시비에 대한 무마용으로서 임시방편의 조치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3. 또한, 부실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국민혈세로 해야 하더라도 소득 편차에 따른 공평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세법개정이 특소세,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율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수단인 금융소득 종합과세나 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 등이 유보되고 있는 것은 명백히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는 IMF위기 속에서도 높은 금리로 엄청난 소득을 올리고 있는 반면, 세금인상으로 인해 일반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고소득 계층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정부의 조세 정책은 국민들의 강력한 조세저항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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