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고유권한인 독과점 심사에 금감위는 어떠한 개입도 말아야
공정위는 시한에 구애받지 말고 신중하고도 엄격하게 심사해야
오늘(23일)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민은행을 선정하였음을 공식 발표하였다.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오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관치금융과 해외투기자본의 폐해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카드대란 등으로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감위와 재경부는 은행법 시행령 제8조의 예외조항을 이용하여 편법적으로 사모투자펀드(PEF)인 론스타에 대주주 자격을 인정하였으며, 이에 대한 국회와 언론의 의혹 제기를 무마하는데 급급하였다.
나아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 역시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금감위와 재경부가 정치적 목표 하에 특정 금융사를 염두에 두고 서둘러 진행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법집행기구가 법절차를 무시하는 관치금융의 구태를 재연하는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전인 지난 21일, 금감위의 담당국장이 정례 브리핑 자리를 빌어 인수후보 중의 하나인 싱가폴개발은행(DBS)을 사실상 탈락시켰으며, 나아가 ‘국민은행의 경우는 독과점의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까지 발언하였다. 론스타에게 정부당국의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는 법률에 명시된 공정위 고유의 판단사항이며, 그 판단의 근거가 단순히 시장점유율 수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역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심사도 이루어지기 전에 담당국장이 공개적으로 특정 인수 후보가 자격이 있고 없음을 논하는 것은 월권일 뿐 아니라 또다시 관치금융으로 외환은행 매각을 진행시키려 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참여연대는 향후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감위가 또다시 공개적·비공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경계한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자산이 300조에 가까운 은행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초대형 은행은 금융시장의 경쟁질서에 크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칫 부실화될 경우 국민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정위는 매우 신중하고도 엄격하게 경쟁제한성 여부를 심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금감위 등 정부당국은 어떠한 형태로도 개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공정위는 론스타와 금감위가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매각절차 종결시한(6월말)에 구애받지 말고, 철저히 경쟁정책의 관점에서 엄격하게 심사하여야 할 것이다.
법과 원칙을 훼손하는 관치금융은 금융 산업의 발전과 금융시장의 안정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와 커다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한다는 것을 수도 없이 경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또다시 외환은행 문제를 관치금융으로 처리하려고 한다면, 2003년 매각 사안과는 별개로, 또 다른 책임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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