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론스타 지분매각, 졸속처리 안된다

참여정부의 ‘속죄할 수 없는 원죄’인 외환은행 문제가 또다시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론스타 지분을 국민은행에 매각하려는 이번 거래는 애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을 두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은행산업의 독과점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의혹과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한 것은 출발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금융업을 하지 않는 론스타는 현행 은행법상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지난 3년 전 금감위와 재경부는 외환은행의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고 말았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적했듯이 부실에 대한 정밀실사도 없었으며, 설사 외환은행이 부실징후 은행이라고 해도 이를 자격 없는 론스타에 넘겨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다. 금감위가 근거조항이라고 슬쩍슬쩍 내보이는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유령조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적법한 소유주로서 이번 매각을 완료한 후 손을 털고 떠나기 전에 재경부가 금감위에 매각을 촉구한 정황은 없는지, 그리고 금감위 공무원들이 금감위원을 상대로 매각을 설득한 경우는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은행산업의 독과점화도 중요한 부분이다. 주지하듯이 국민은행은 이미 세계 100대 은행 안에 드는 슈퍼뱅크다. 그런데 여기에 또다시 외환은행을 얹을 경우 은행산업은 심각한 독과점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공정위는 시간을 늦추는 한이 있어도 이번 매각의 경쟁제한 효과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경쟁제한 효과를 따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업무영역이나 지역별로 관련시장을 획정해야 하고, 시장 점유율의 전체적인 분포를 기준으로 합병이 당해 시장의 경쟁성을 얼마나 악화시킬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적용될 은행산업에 대한 경쟁 제한성 심사는 건국 이래 실질적으로 최초라는 점에서 공정위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거리다. 그런데 벌써부터 언론에 공개되고 있는 숫자들은 우려를 자아내고도 남는다. 시장획정 결과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합병 후 국민은행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고, 특히 외환업무 점유율은 50%를 넘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 선진국인 미국의 제도는 시사하는 바 크다. 미국은 1994년 리글-닐 법에 따라 합병 후 은행의 예금 점유율이 전국 기준 10%를 초과하거나, 피합병 은행이 속한 주의 예금액 기준으로 30%를 넘을 경우 합병을 불허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 법무부는 허핀달-허시먼 지표가 합병 후 1800을 초과하고, 합병에 따른 이 지표가 200 이상 상승한 경우에는 다른 반증이 없는 한 은행합병이 경쟁제한을 초래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행은 합병 후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고 허핀달-허시먼 지표도 1800을 넘고 그 증가폭도 200을 넘는 등 모든 판단기준을 위반하고 있다. 따라서 만일 이 거래를 미국의 규제당국이 판단했다면 다른 반증이 없는 한 이 거래는 성사될 수 없다.

며칠 전 금감위의 어떤 국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별다른 경쟁 제한성이 없다고 교통정리를 해 버렸다. 공정위는 이런 장난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공정위는 오히려 공룡이 쓰러질 때는 주위의 모든 것도 함께 쓰러진다는 역사의 교훈에 눈을 돌려야 한다. 검찰과 공정위의 분발을 기대한다.

* 이 글은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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