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위된 섬, 8시간동안의 외로운 혈투

[현장중계]삼성-참여연대 결전…여기는 호암아트홀

특별취재팀 : <월간 참여사회> 장윤선, 윤정은, 최경석 기자,

<오마이뉴스> 박수원, 이병한, 공희정, 노경진, 이종호 기자.

사진: 이종호, 노순택 기자

정리: 오연호/김병기 기자

<월간 참여사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특별 취재팀을 구성해 9일 오전 9시부터 호암아트홀 1층에서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생중계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 동시에 보도되었다.

<15신: 오후 5시 30분> 사외이사로서 한 일이 무엇인가

막내린 주총후 30분-헐링거 이사와 장하성 교수 마지막 설전

제32기 주주총회가 끝났다는 윤종용 의장의 발언이 떨어지자 동원된 삼성측 직원들은 일제히 장내를 빠져나갔다. 참여연대가 앉은 앞줄 좌석은 빼곡히 차 있었지만, 다른 좌석들은 알 빠진 옥수수처럼 군데군데 비어 있었다.

장하성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윤 의장에게 제4안건에서 심의되다 말고, 모든 의안 투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던 헐링거 씨의 사외이사 재직시절 실권주 인수 문제와 삼성차 부채처리과정의 사외이사 역할에 대해 집요하게 캐물었다. 사실상 이번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주주총회 폐회선언이 있은 후 30분간 장하성 교수와 헐링거 이사의 격렬한 논쟁을 끝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헐링거 이사와 장하성 교수의 일문일답을 소개한다.

이사들의 실권주 배정은 상법상 위법

장하성 : 헐링거 이사는 99년 사외이사 재직 당시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서 실권주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실권주 배정을 위한 결의에서 이사 자신 스스로에게 실권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위배되는 것을 알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취득했는지 말해달라.

헐링거 :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

장하성 : 2년 전 일인데 생각이 안난다고 말할 수 있는가?

헐링거 :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외이사로서 무엇을 했는가

장하성 : 아까 논의하다 나중에 토의하기로 하고, 6시간이나 시간을 주고 고문변호사와 토의한 후 얘기하자고 했는데도 기억이 안 나는가?

헐링거 : 생각해보니 이사들이 모여 실권주 배정 결의를 할 때 스스로 실권주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장하성 :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헐링거 이사가 받은 실권주에 대해 스스로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외이사는 물론 이사 전체가 실권주를 배당받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다른 이사들이 실권주를 받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어야 할 사외이사로서 그 당시 도대체 뭘 했단 말인가.

헐링거 : 왜 나에게 대답을 강요하나.

헐링거 “난 기업발전에 기여했다”

장하성 : 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와서 사외이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헐링거 : 주주총회는 이미 끝났다.

장하성 : 나는 지금 당신의 사외이사 자격여부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외이사로서 당신은 어떤 일을 했는가.

헐링거 : 내가 삼성에 재직한 기간동안 삼성전자는 ISS(International shareholder service)로부터 지배구조개선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수준높은 회사경영에도 일익을 담당헀다고 생각한다. 상임이사와 사외이사들은 기업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삼성차 부실, 계열사는 부담 없을 것?

장하성 : 그런 식으로 말하면 당신은 집행이사가 아닌 사외이사로서 한 일이 없다. 한 가지 더 묻겠다. 당신은 삼성차 부실처리와 관련해서 삼성전자 이사회 결의에 서명한 걸로 안다. 좀더 설명하겠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차 부실처리를 위해 시가 70만원 하는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놓고 삼성차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만일 2조 4천억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경우 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이사회에서 당신은 “삼성생명 주가가 앞으로 100만원이 넘을 것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책임져야 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계열사가 부담해야 할 몫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당신 1999년 9월 1일 삼성전자 이사회 의사록에서 이렇게 말한 문건을 가지고 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문건은 공식적으로 얻은 것이다.

헐링거 : 당신이 그 문건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오래전 일이라 정말로 생각나지 않는다. 서면으로 답변하는 게 좋겠다.

이재용 승진건 합리적 판단하길

장하성 : 좋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마디 묻겠다. 이재용 씨가 내일 정도면 임원으로 등극할텐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독일에도 이런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헐링거 : …….

장하성 : 앞으로 삼성전자 이사회에서는 이 문제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곧 하게 될 것으로 안다. 이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당신이 해야 할 몫은 너무나 중요하다. 부디 이 문제로 다음 주주총회에서 당신이 책임추궁 당하지 않을 정도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기 바란다.

<14신 오후 5시> 주총은 끝났지만…이재용 씨 전면 등장 확실시

관심이 모아졌던 사내이사 선임 관련 표결은 이학수 87.28%, 전성철 16.07%.

회사측이 추천한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참여연대측이 추천한 전성철 변호사(세종대학교 세계경영대학원 원장)를 놓고 사내이사 1명을 뽑는 표대결에서 참대연대측은 그렇게 크게 졌다. 그러나 참여연대측은 “예상밖의 많은 표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오후 4시30분 주총이 공식적으로 끝났다. 6백여명의 주주는 대부분 빠져나갔다. 하지만 200여명이 남아 제2라운드를 벌이고 있다. 참여연대측과 삼성전자측 인사들이 남아 실권주 배당 등과 관련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늘 주총은 삼성이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씨로의 경영권 세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줬다. 참여연대는 8시간 동안 최선의 문제제기를 했지만 ‘애초의 예상대로’ 큰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내일(10일) 이사회를 열어 이재용 씨를 상무보로 선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주총회 의장을 맡았던 삼성전자 윤종용 대표이사는 이재용 씨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힘들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며 서둘러 주총장을 빠져나갔지만 삼성의 한 이사는 “내일 이사회가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사회가 열리면 새로운 진용이 갖춰질 것”이라며 “임원인사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 아니냐”며 이재용 씨의 전면 등장을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삼성은 이사회의 결과를 11일 오전 10시경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13신 오후 4시> 제4안, 이학수 vs 전성철

“또 표결이야? 끈질기구만.”

표대결에 앞서 주주들은 여기저기서 참여연대 측에 야유를 보냈다.

참여연대 측 한 사람이 이학수 이사 후보를 반대하는 이유를 말하려 하자 윤 의장은 “그런 말을 하지 말고 전성철 이사 후보를 찬성하는 이유를 대라”고 했고 참여연대 인사가 쥔 마이크가 꺼졌다. 흥분한 그는 “삼성전자는 지배구조가 엉망이다, 독립된 사외이사가 누가 있는가”라고 외쳤다.

‘엉망’이라는 말에 삼성의 직원들이 발끈 했다. 한 사람이 일어나 고함쳤다.

“왜 남이 회사 엉망이라고 그래. 정말 엉망인 회사에 가서는 당신 뭐했어.”

주총장의 다른 참석자들이 참여연대 측에 거세게 항의하자 윤 의장이 거들었다.

“당신들 같이 엉터리 이야기를 하는데 가만 있을 사람이 누가 있느냐.”

이때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대표라는 사람이 일어나 참여연대를 향해서 말했다.

“이게 주주들의 회사이냐. 사원들이 열심히 일해 최고성과를 냈는데 주주들은 뭐했느냐.”

그의 이름은 이해수 씨(37세, 과장, 13년차). 그의 입장은 친회사적인 삼성노동자들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를 인터뷰해봤다.

– 주총엔 처음 참석한 건가. 느낀 점이 있다면.

“맞다. 안타깝다. 회사직원들은 노사간 상호신뢰를 쌓기 위해, 세계에서 제일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무진장 노력하는데 주주들은 괄목한 만한 성과에도 칭찬이나 박수를 하지 않고 이렇게 싸우고들 있으니…외국언론도 많이 보는데 대외망신이다.”

–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알고 있기로는 참여연대 등 일부가 세계에 돌아다니며 비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구체적으로 무슨 비방을 한단 말인가.

“신문보고 내가 다 스크랩해놨다.”

– 참여연대 주장은 독립된 사외이사 선임을 통한 투명경영과 재벌3세로의 세습반대가 핵심인데.

“경영권 세습은 크게 뭐라 이야기하기 그렇다. 찬성하기도 그렇고 반대하기도 그렇고 중간자적 입장이다. 독립된 사외이사는 노사협의회에서 경영현황에 대해 충분히 견제를 하고 있으니까 필요없다.”

– 삼성전자엔 노조가 없는데.

“노조못지 않은 대화로 풀어가는 노사협의회가 있다. 오히려 노조가 있으면 뒷다리나 잡지 않느냐. 노조있는 회사는 다 망하지 않았느냐.”

그러나 표결을 하는 동안 1층 로비라운지에서 만난 삼성 직원들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동원령’ 때문에 할 수 없이 모이긴 했지만 삼성과 참여연대측의 공방이 지루하게 느껴지는지 다소 지친 모습인 이들은 이름 밝히기를 꺼렸다.

한 직원은 양비론을 주장하면서도 “이재용 문제는 삼성의 경영권 문제지만 사회적 이슈이기도 하다”면서 “경영권이 3세에게 세습되는 것에 대해 솔직히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 직원도 “현대나 대우의 경우 오너의 전횡으로 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했다”며 “결론적으로 세습을 통한 경영은 부실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며 삼성의 이재용 승계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12신 오후 3시> 마감시간의 여의도 증권가

그렇게 호암아트홀에서 삼성측과 참여연대측이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던 시각 여의도 증권가.

오늘 삼성전자 주식은 8천5백원이 떨어진 것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종가가 주당 20만5백원이었는데 오늘은 19만2천원으로 떨어졌다. 연 4일동안 오른 끝의 하락인데 오늘 주총이 어떤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일은증권 의 한 관계자는 주요인은 나스닥이라고 말했다.

“나스닥 기술주의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거기에 오늘 주주총회에서 주당 2천500원의 현금배당을 한 것도 부수적인 원인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5-6조인데 주주들에게 돌아간 것은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불만에 따른 매도일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재벌개혁이니 이재용세습이니 하는 문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11신 오후 2시 40분> 포위된 섬, 참여연대 30명 “이의 있습니다” “우-, 그만해라”

오후 2시 10분. 제3안건(주식매수선택권, 스톡옵션)은 95.69%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앞서 박수통과를 주장하는 대다수의 주주들과 표결을 주장하는 참여연대측 주주들간의 신경전이 계속됐다.

2시40분 현재 제4안건(이사 선임에 관한 건)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장하성 교수가 독일인인 히어링거 삼성전자 사외이사(3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한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와 영어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히어링거는 “경륜, 인품, 경영투명성을 검토해 김석수 이사를 재선임했고 외환은행장 출신 이갑현, 전 델컴퓨터 사장 요란 맘 등 3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했다”고 밝혔다.(▲’이사들의 실권주 취득이 자기거래로서 상법위반이 아니냐’는 장하성 교수의 질문에 헐링거 위원장은 ‘아니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주총장의 참여연대 주주 30여명은 ‘포위된 섬’ 속에 있다. 앞에서부터 8,9줄에 앉아있는 이들을 빼면 600여명의 주주들은 참여연대 인사가 발언을 할때마다 “그만하라”는 야유를 보냈다. 이들은 “이의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며 합창한다.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섬 속에 갇힌 참여연대 인사들은 손을 번쩍번쩍 치들면서 “이의 있습니다”를 외친다.

윤 의장은 참여연대 쪽을 보면서 말했다. “딴데는 다 이의가 없다는데 왜 거기만 이의가 있다고 하느냐.” 그래도 계속 참여연대는 표결을 하자고 하니까 한 주주가 고함을 질렀다. “무슨소리냐 박수로 통과시키자. 그래가지고 언제끝나냐.”

윤 의장이 그 주주의 말에 혼잣말처럼 대꾸했다.

“뭐 할수 없지뭐. 오늘도 13시간반한다는 생각으로 해야지.”

한 할아버지 주주가 일어나 외쳤다. “이러다간 언제 끝나냐. 당신들(임원진을 가리킴)은 점심시간에 밖에서 따뜻한 밥 먹고 왔지만 나는 아침에 들어올 때 나눠준 떡하고 빵만 먹었다. 아침에 주길래 간식인줄 알고 다 먹어버렸다. 나는 뱃가죽이 달라붙었다.”

주총장은 일순 웃음바다가 되었다.

주총장 2층에 마련된 기자실은 마감시간이 다가오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 홍보실에 따르면 오늘 기자용 비표는 70장을 준비했는데 추가로 발행해 200장이 나갔다고 한다. 기자실에는 로이터,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 기자들을 포함 약 50여명이 주총을 지켜보고 있다.

기자들은 삼성 홍보실에서 나눠준 70여개의 버거킹 햄버거로 점심을 때웠다. 한 일간지 기자는 “내일이 토요일이라 면이 적어 길게 쓸수는 없다”고 했다. 이 기자는 “윤 주총의장 이야기로 봐서는 이재용씨 인사가 당장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면서 “그것을 포인트로 잡아 기사를 쓸 것”이라고 했다. (▲ 주총장에서 참여연대 주주들은 외로운 섬처럼 고립돼 있다. 발언을 할 때마다 야유가 쏟아지거나 “나도 의사진행 발언 좀 하자”며 손을 들고 고함을 지르는 주주도 상당수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10신 오후 1시 10분> 1차 표결, 반대 13.1%

점심식사 후 1시에 속개되자마자 발표된 제2안(이사를 21명에서 14명으로 줄이는 것 등) 표결에는 10%이상의 반대가 나왔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총수는 1억3천9백96만1433주인데 8천89만3632주가 출석해 찬성이 7천27만5609주였다. 반대는 13.1%(1천61만8523주)였다. 참여연대의 한 인사는 “예상보다 반대가 많이 나왔다”면서 “본 게임은 이사를 선임하는 제4안”이라고 말했다.

<9신 오후 12시 50분> 점심시간, 빵3개·떡3개·물·오렌지주스

‘이재용 문제 설전’후 결국 제2안은 표결에 들어갔다.

첫 표결. 참석자들은 찬반을 표기한 후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사회자는 “1시까지 준비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하라”고 말했다. 아침에 들어갈때 주주들은 조그마한 종이가방을 받았다. 거기엔 빵 3개와 떡 3개, 물, 오렌지주스가 담겨져 있었다. 그것이 점심인 셈이다.

장하성 교수는 짬을 이용해 주총장 2층에 마련된 기자실에 올라와 간담회를 나누고 있다.

<8신 오전 11시 15분> “이재용 씨는 유능하고 능력있고 겸손하고 괜찮은 사람이다”

계속되는 ‘이재용 문제’.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이 다시 나섰다. 그는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말 어쩔수 없다”라면서 윤 의장의 ’30대 이사론’에 반박을 시작했다.

“이재용씨는 나한테 1년 후배 나이고 실제로 (서울대) 1년 후배다. 내 나이(35세) 또래 중 삼성에 들어간 사람사람들은 대부분 10년간 헌신하고 있다. 그들의 직급은 대부분 과장이다. 삼성전자에는 1만1600명의 과장이 있고 수천명의 부장이 있다. 내가 소액주주운동을 하면서 사회를 보시는 윤 의장을 비롯한 수많은 삼성 사람들을 만났다. 그분들의 헌신성과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도대체 이재용 씨는 회사에 어떤 기여를 했느냐. 그리고 이재용 씨의 능력이 1만1000여명의 과장과 수천명의 부장보다 과연 얼마나 더 낫느냐. 이재용씨의 상무 진입은 단지 이건희 회장의 아들이라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지금이 봉건왕조시대도 아니고,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경영능력이 유전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3세까지 그럴 수 있느냐.”(▲윤종용 의장은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입이 그 당시에는 적합한 경영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여연대측에서 자꾸 ‘약한고리’인 이재용 씨 문제를 거론하자 윤의장은 반농담조로 “김기식이 와서 삼성인사 다 해라”고 되받아쳤다.

“인사는 일단 회사의 경영판단 아니냐. 이재용 씨는 10년 전에 입사했는데 내가 보니까 사람도 유능하고 능력도 있고 겸손하고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데 왜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이어 윤 의장은 주머니에서 준비한 메모지를 꺼냈다. 그는 준비해 온 것 이 있다며 다른 나라의 ‘세습상황’을 설명했다.

“세계 유수의 기업은 세습을 안하고 우리만 한다는데 내가 다른 나라의 예를 들어보겠다. 모토롤라, 포드, 도요타, 마츠다, 산요, 아이비엠도 다 3.4대까지 이어가며 경영을 한다.”

<7신 오전 11시 10분> 드디어 이재용 문제가 나왔다

11시 10분. 제1안(재무제표에 관한 안)은 참여연대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박수로 통과했다. 제2안에 대한 토론으로 넘어가자 마침내 삼성전자 대주주인 이재용 씨 관련 발언이 터져나왔다.

참여연대 강용석 변호사는 “이재용은 물론 이건희 회장의 장녀와 차녀 역시 삼성전자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하는 데 그거야말로 위장취업 아니냐”고 윤 의장에게 따져물었다. 그는 또 “이재용 씨를 기획담당 상무보로 발령할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의장이 판단할 때 능력이 어느정도 검증된 사람이라고 판단하느냐”며 “이게 바로 낙하산 인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예민한 부부인 총수의 아들 문제가 나오자 윤 의장은 “상당히 델리케이트한 문제지만 답변하겠다”면서 4-5분동안 정회하고 이사진과 상의했다. 이어 윤 의장은 “이재용 씨는 삼성전자 공채 32기로 입사해 2001년 현재 삼성전자 부장으로 재직중이고 해외에 학술연수중”이라면서 “임직원의 학술연수 비용은 회사부담이 원칙이나 이재용씨는 대주주와의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별도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또 “임직원의 (해외)체류비와 급여는 인건비에 해당하는 정당한 지출”이라면서 “이재용씨의 인사문제는 경영판단에 맡길 사항이지 주주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다음은 강 변호사와 윤의장 사이에 오간 문답.

– 이재용 씨는 얼마나 근무했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사원들이 몇명인데 내가 다 아는가.”

– 금년 2월까지 이재용 씨에게 지급한 월급은 얼마인가.

“개인비밀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

– 이재용 씨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

“회사의 경영판단에 따라 내규와 경력을 검토한 뒤 배치될 것이다.”

– 이건희 회장 장녀와 차녀는 현재 삼성전자에 적을 두고 있나.

“회사에 적을 두고 있지만 근무는 하지 않고 있다. 98년 2월부터 이부진(이재용의 여동생)은 기획조사업무를 하다가 99년 4월 개인사정으로 휴직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주장이 참여연대측으로부터 계속 나오자 윤종용 의장은 말했다.

“우리회사엔 30대에 이사된 사람이 많다. 이 뒤에 있는 000씨는 35세에 됐다. 필요하면 직접 물어보라. 자꾸 낙하산 낙하산 하는데 내가 CEO로서 정상적인 판단을 한거다.”

<6신 : 오전 11시 25분> 흥분한 윤 의장 “나하고 한 판 붙자”

격돌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윤종용 의장(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입에서 “정회해놓고 나하고 한 판 붙자”는 말까지 나왔다.

오전 11시, 장하성 교수에 이어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이 일어나 삼성자동차 문제에 대해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하자 윤의장은 “정회해놓고 나하고 붙자”고 말했다.

김기식 실장의 어떤 발언이 이렇게 흥분된 반응을 만들어냈을까?

“삼성자동차 안건이 왜 지금 32기의 안건이 되느냐하면 올해 최소 5천억의 손실부담을 삼성전자가 안느냐 마느냐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윤 의장은 후순위채와 우선주를 사주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손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현금유동성에는 분명히 위협이 된다. 삼성전자 돈 5천억이 묶일수도 있다.”

계속 삼성전자가 상성자동차의 손실을 보상해주기로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윤 의장이 말했다.

“그 문제는 채권단이 그렇게 하지 않으며 안된다고 계속 그래서 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자동차 사업이 진입부터 잘못됐으니 책임지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 당시 우리 경영판단으로는 된다고 생각했다. 실패한 것은 IMF 등 어쩔 수 없는 원인도 있었다. 현재 그것에 대해 충분히 사과도 했고 질책도 받았다. 또 자동차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부담으로 남아있는 것은 후순위채와 우선주 매입밖에 없다. 나머지는 투명하게 잘 됐다.”

그러나 김기식 실장은 ‘문제제기’는 계속됐고 흥분한 윤 의장은 “왜 잘돼가는 회사에 와서 옛날 일을 끄집어내냐”면서 다른 사람에게 마이크를 주려고 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마이크를 놓지 않았고 윤 의장은 “왜 마이크가 하나밖에 없냐”고 진행요원을 향해 고함을 쳤다. 애초에 두세개밖에 없던 마이크가 금세 보태졌다.

김 실장의 계속 발언을 하자 윤 의장이 흥분해 소리쳤다.

“알았어, 잠시 정회해놓고 이리와, 나랑 같이 붙어.”

김기식 실장은 물러나지 않았다.

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 삼성전자가 삼성차 채권단과의 (손실보전해주겠다는) 합의서를 그대로 이행할 용의 있습니까.”

윤: “재협상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 “주주들 앞에서 우리는 책임을 못진다고 확답을 해야하지 않습니까.”

김실장과 윤의장 사이의 설전이 오가는 동안 참여연대 측 참석자를 제외한 다른 참석자 대부분은 김 실장에게 “우” 하면서 “그만하라” “그만하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런 주주들에게도 돌아서서 말했다.

“이건 5천억이 달린 문제입니다. 당신들 동료들의 정리해고와 맞바꾼 돈입니다.”

주총장은 이렇게 격돌이 고조되고 있다.

<5신 : 오전 10시 45분> 장하성 교수 “박수통과를 취소하라”

오전 10시30분, 주총장은 고함과 박수로 뒤범벅이 됐다. 참여연대 측 참석자들은 “질의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달라”고 고함을 치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 측 인사들은 “재무제표를 원안대로 통과시키자”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10시31분, 박수소리와 함께 재무제표 승인건를 박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즉각 장하성 교수가 일어나 의사진행발언을 시작했다.

“무리한 진행을 하지 말라. 이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박수로 통과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의가 있으면 표대결을 해야하는 거다. 박수통과는 사회를 보고 있는 대표이사님의 격에도 안맞고, 세계 최고기업이라는 삼성전자의 격에도 맞지 않는다. 아까 영업보고나 감사보고 시간에 일일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이 재무제표 승인 시간에 충분히 주겠다고 사회자가 말했기 때문이다. 박수통과를 취소하라.”

강력한 문제제기에 의장인 윤종용 대표이사는 한발 물러났다. 윤 대표이사는 “박수로 통과시킨 것은 취소하겠다”면서 계속 질문을 받았다.

<4신 : 오전 10시 30분> 첫번째 안건부터 터지는 논쟁

32기 주주총회의 첫번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부터 참여연대 측의 집요한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참여연대 김석연 변호사는 발언권을 얻어 이렇게 지적했다.

“예전에 삼성차 퇴출 당시 이학수 본부장이 삼성전자 사내방송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자동차사업을 망설일 당시 여러 최고 경영진들이 강력히 건의하여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는데 어느 최고경영진이 그런 제안을 한거냐. 그 사람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졌느냐? 삼성차 때문에 삼성전자가 손실을 봤는데 사후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되어 있느냐.”

의장인 윤종용 대표이사는 “프라이버시 때문에 누가 자동차사업을 제안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 산업 제안은 94년이었다. 그때 제안한 사람은 지금 없다. 개인적 프라이버시상 누구누구가 제안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 우리회사엔 책임지는 시스템이 있다. IMF 이후 전자 중역의 3분의 2가 떠나고 나는 2년동안 월급 30%가 삭감됐다.”

참여연대의 김진욱 변호사도 질문에 가세했다.

“삼성자동차 사후처리와 관련해서 삼성생명 35만주를 팔아서 이건희 회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주가가 70만원이 안될때는 모자라는 것을 삼성전자에서 책임을 지겠다고 했는데 왜 삼성전자가 그 손실을 져야 되느냐.”

참여연대는 이렇게 삼성자동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번 총회는 모두 5개의 안건이 상정돼 있다. 1안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2안은 정관일부 변경의 건(21명의 이사를 14명으로 줄이는 것이 골자), 3안은 주식매수선택권 부여의 건(총 560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 4안은 이사 선임의 건(3명의 사외이사와 1명의 사내이사 선출이 골자, 이중 1명의 사내이사를 두고 삼성측 이학수 구조조정 본부장과 전성철 세종대 교수가 표대결을 벌일 예정), 5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다.

<3신 : 오전 10시 12분> 장하성 교수 “하나씩 답변하라”

장형옥 삼성전자 이사가 9시 정각에 총회 시작을 알렸다. 그뒤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소개가 이어졌다. 9시40분 경 영업보고, 감사보고가 끝나고 재무제표 승인의 건을 상정했다.

이어 삼성전자 측이 참여연대 쪽에서 하루 전날 미리 보낸 질문서에 대해 ‘일괄답변’을 시도하자 참여연대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수차례 이를 저지했다. 결국 발언권을 얻은 장하성 교수(고려대)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참여연대가 미리 질문지를 보낸 것은 답변에 대한 충분한 준비시간을 드린 것이지 이렇게 일괄답변하라는 뜻이 아니었다”이라면서 “우리 주주들은 총회 진행과정에서 하나씩 질문할 것이고 하나씩 답변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발언이 끝난 뒤 “주주번호 857번”이라고 밝힌 한 주주가 일어나 “이익배당금을 500%로 하라”고 요구하면서 10여분동안 마이크를 잡자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갔다. 이어 “주주번호 1510번”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이건희 회장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총회장은 발디딜틈없이 꽉차 있다. 6백여석의 좌석은 물론 양쪽 통로도 총회 참석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주총이 시작하고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참여연대인지, 누가 삼성에서 동원한 사람인지, 누가 일명 ‘총회꾼’인지 서서히 읽을 수 있다.

한편, 같은 시각 중앙일보 앞에서는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 회원들이 모여 삼성 이건희 회장 구속을 외치고 있다

<2신 : 오전 8시55분> 참여연대, 주총 5분전 기자들에게 질의서 돌려

“잠시 후 9시에 총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총 사회자의 말에 참여연대 간사들은 ‘삼성전자 2001년도 주주총회 참여연대 질의사항 및 참고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이 질의서에는 주가하락에 대한 대책, 계열회사 주식 및 사업부분 인수 문제, ‘삼성 3세’ 이재용씨 승진 문제, 사외이사 선임문제 등 참여연대가 주총장에서 발언할 주요 질문들이 적시돼 있다.

8시10분경부터 주총장에 들어서기 시작한 참여연대측 인사들은 3열 8, 9번째 줄에 함께 앉아있다.

한편 삼성전자측은 주주들에게 노란봉투를 나눠줬다. 이 봉투 안에는 제32기 정기주총의안, 영업보고서, 표결용지 5장, 볼펜 등이 들어있다.

삼성직원들은 새벽부터 참석한 탓인지 자리에 앉아 조는 모습도 눈에 띈다.

<1신 : 오전 8시30분> 삼성전자 주총 앞두고 긴장감 흘러

현재시각 3월 9일 오전 8시 30분, 주총장은 ‘결전’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10분전에 이미 호암아트홀 1층 주총장 659석은 사람들로 꽉 채워졌다. 주총장 앞에는 에스텍 직원들로 보이는 경호팀이 자주색 정장 차림으로 배치돼 있고, 삼성직원들이 주총 안내패찰을 들고 서 있다. 또 삼성 주요 인사들이 일찍부터 나와 주주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또 주총장 앞에서 주주 위임장을 안가져왔다며 삼성전자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도 눈에 띈다.

삼성측인 동원한 것으로 보이는 삼성직원 200여명은 새벽 6시경부터 서울 종로 호암아트홀 맞은편 삼성공제회관 1층에서 식사를 같이한 뒤 이미 오전 7시부터 주총장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등 계열사 직원들은 “일찍 나오시네요” “예행연습은 언제부터 하나요”라고 말을 건네면서 주총장 주변에서 삼삼오오 대기하고 있다.

한 삼성 직원은 “98년 삼성전자 주총은 13시간 30분, 99년에는 8시간 50분, 2000년에는 3시간이 걸렸다”며 “올해 주총은 몇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측도 재계와의 대결양상으로 판이 커진 이번 게임을 위해 총회 시작 1시간 전부터 대회장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모두 30여명. 이들은 삼성전자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주총장에 참석했다.

관전 포인트 – 무엇이 핵심인가

이번 주총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바로 삼성 이건희 회장 외아들 이재용(33) 씨의 본격 경영참여와 소액주주들의 입장을 반영할 ‘독립된 이사 선임’ 문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아무래도 삼성전자 주총 뒤 기획담당 상무보에 임명될 것이 확실시되는 이재용 씨의 경영참여 부분. 참여연대는 이재용 씨가 △삼성전자 부장으로 있으면서 회사 일을 하지 않았고 △승진 이유가 불분명하며 △편법 재산상속 등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삼성전자 경영 참여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법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일 뿐 아니라 재용씨 문제에 있어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결이 불가피한 양상이다.

이와 함께 ‘소액주주운동’의 일환인 독립적인 이사선임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참여연대는 한편으로 전성철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 변호사를 이사로 내세워 주주총회장에서 표대결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며, 한편으로 2년 임기동안 이사회에 단 한차례도 참석하지 않은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의 이사 재선임에 반대한다는 전술을 마련했다.

삼성은 이미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직원들을 통해 ‘전성철 반대, 이학수 찬성’에 동그라미가 쳐진 위임장을 확보해 참여연대 요구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여기에 주총을 이틀 앞둔 7일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전격적으로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운동’을 비판하고 나서 삼성에 힘을 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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