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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기간 단축은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견개진 권리를 무시한 처사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민주적 절차를 사실상 봉쇄,
불과 1년 만에 말을 바꾼 법제처는 각성해야

법제처(처장: 이석연)는 지난 3월 11일 정부입법추진상황실회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살리기 및 민생안정 법안들에 대해 입법예고기간 단축과 사전심사 등 입법지원 대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특정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을 입법예고하면 국민들은 그 법률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적정한 입법예고기간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국정에 반영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다. 법제처가 불과 1년 전인 지난 2008년의 업무보고에서 “입법예고의 법정기간을 준수하는 등 입법과정에서의 국민 참여를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임을 밝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법제처는 이번 입법예고기간 단축의 명분으로 경제살리기를 내세우고 있으나, 정부가 언필칭 경제살리기 입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대부분 경제살리기와 별로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해야 할 정도로 시급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이에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교수, 경제학)는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참여라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이번 입법예고기간 단축 정책을 법제처가 즉각 포기하고 국가의 법체계적 원칙과 절차를 도모해야 하는 법제처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

행정절차법 43조(예고기간)에 따르면 입법예고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처럼 행정절차법이 입법예고기간의 하한을 규정한 것은 최소한의 기간을 보장함으로써 국민들의 당해 입법에 대한 의견개진 기회를 충분하게 보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해당부처가 법제처와 협의를 거쳐 입법예고기간을 단축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행정부가 이런 예외를 남용하려는 데 있다. 이런 경향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참여정부 집권 마지막 연도인 2007년에 입법예고기간 단축건수는 150건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로 들어선 이후 2008년과 2009년 3월 현재 입법예고기간 단축건수는 각각 200건과 90건으로 증가하였다.  정부는 입법예고기간 단축도 모자라서 일부 쟁점이 되는 법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 부처간 의견수렴 과정도 생략하기 위해 의원입법의 형태로 법안을 제출하는 편법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번 법제처의 명시적인 정책방향 변경은 이러한 비민주적인 추세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정부는 입법예고기간 단축의 의도에 대해 경제적 위기에 대한 선재적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매우 거리가 멀다. 정부가 대표적인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거론하고 있는 은행법 개정안과 산업은행 민영화 법안은 금산분리 완화나 민영화 등 경제의 구조변화와 관련된 것일 수는 있지만 경제살리기와는 거의 무관하고 긴급성을 요하는 사안도 아니다.  따라서 이런 법률의 개정을 위해 정상적인 입법절차를 왜곡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순리에 따라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포기하고 어떠한 반대로 용납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의견을 그대로 관철시키겠다는 비민주적인 발상의 표현에 불과하다.  실제로 정부는 위에 예시한 쟁점 법안과 관련하여 정상적인 의견수렴과정에서 국민 다수의 반대에 직면하자 결국 정부발의 절차상 거쳐야하는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을 회피하기 위해 작년 11월 한나라당 의원발의라는 꼼수를 사용해 관련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바 있다. 이는 행정부가 얼마나 절차적 민주성을 부정하고 국민적 합의 기능을 무시하려 하는 지 방증하는 사례로 입법예고기간 단축을 통해 국민적 합의없이 독선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행정부의 아집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로 뽑히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조차 이명박 대통령의 의회존중이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입법예고기간 단축이라는 편의제공 등 이른바 청부입법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기차게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왔다. 정부는 입법예고가 지금까지 국민의 국정참여권을 제고하는 중요한 법적 장치였음을 깨닫고 입법예고기간 단축 남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법제처는 입법예고기간 단축과 사전심사 등 소위 입법지원 대책을 즉각 철회해야 할 것이다.

입법예고기간_단축에_대한_논평_.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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