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센터 기타(ef) 2003-04-09   690

“경제개혁 대상1호는 재경부 모피아”

장하성 교수, 참여정부 경제관료·정책 맹비난



장하성 교수(고려대 경영학과)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및 관료에 대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4월 9일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회 동북아경제중심지’ 국제포럼에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과거와 다를 바 없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개혁을 하겠다면 먼저 재경부를 비롯한 경제부처 관료들부터 개혁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위기 책임자들이 지금은 ‘개혁의 전도사’라니

장교수는 관치금융으로 경제위기를 만들어 온 책임자들이 참여정부의 경제관료들이라는 상황을 지적하고 스스로가 개혁되지 않은 그들이 ‘참여정부’ 속에서 ‘개혁의 전도사’로 자처하고 있는 상황을 개탄했다.

지난 정부가 공공,노동,금융,재벌의 4대 개혁을 선포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던 근본 원인은 경제관료가 집행자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것에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를 다시 번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부처가 1차적인 개혁대상이 되어야 하며 이들 중에서도 재경부가 핵심적 개혁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무현정권의 경제관료는 공정위원장 등의 2-3인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재경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런 상황을 빗대어 “재경부를 ‘모피아(Mofia)'”라고 표현했다. 조직폭력배 ‘마피아(Mafia)’를 연상시키는 이 표현은 재경부(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의 영문약칭인 MOFE를 변형한 것이다.

“금융감독기관은 재경부의 여의도 지점으로 평가되고 다른 경제부처는 물론 청와대마저 재경부의 관리하에 들어간 상태로 이같은 구조하에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고 새정부가 출범해도 이런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제관료 몇몇의 ‘개혁속도조절’주장을 대통령까지 서슴없이 말하게 된 것은 이러한 상황에 기인한바 크다는 것이 장교수의 시각이다.

속도조절? 개혁 시작도 안했는데 조절할 속도가 어딨는가

참여정부의 ‘개혁속도조절’계획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난은 계속 이어졌다. 장교수는 “노무현정권, 개혁은 시작도 안했다. 조절할 속도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속도조절이란 말이 나오면서 사실상 조사와 수사는 중단된 것 아니냐. 투자자를 비롯한 시장과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이미 드러난 문제는 해결해야지”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개혁의 범위와 순서는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기본적 접근방식부터 틀렸다고 꼬집었다.

특히 SK사건 이후, 지난 5년간의 경제개혁의 성과가 이 정도냐며 해외의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속도조절’ 운운하는 행위는 있던 신뢰도 추락시킬 망발이라고 맹비난했다.

개혁이 경제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은 어불성설

‘개혁속도조절’의 대표적 논거인 ‘개혁의 경제위기조장론’으로 장교수의 반격은 이어졌다.

“위기상황을 구조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개혁을 하는 것이다”며 위기라고 개혁을 미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경제안정과 발전을 위해서 개혁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이번 신용카드 대책을 두고, “제3자에게 빚을 떠넘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시장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개혁’을 표방한 정부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정책이다. 이는 과거 대우, 한보, 기아 때와 똑같은 해법으로 결국에는 IMF라는 엄청난 위기를 불러왔다. 벌써 잊었는가”라고 비난했다.

특히, 한국경제 개혁의 핵심은 재벌개혁 그중에서도 잘못된 소유지배구조문제를 해결하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장교수는 “몇%도 안되는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에 불과한 오너들이 전환사채 등 유사주식상품을 이용해 엄청난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부의 세습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불법을 불사하고서라도 경영권을 김정일처럼 권력처럼 대물림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타고가야 할 말을 왜 지고 가는가

이날 발언의 직접적 계기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실신용카드사 해법과 SK사건 처리 등 정부의 현안처리방침이라고 장교수는 말했다. 과거정권의 행태를 답습하는 상황은 개혁을 표방한 정권초기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장교수는 “개혁을 부담스러운 짐으로 여길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개혁을 기대하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것 아닌가”라며 노무현정부의 탄생배경과 지지기반이 개혁에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정권초기부터 ‘개혁중단, 속도조절’ 등이 언급되는 상황을 깊이 우려하며 “‘개혁’이란 말을 타고 가야지, 왜 무겁게 메고 가느냐”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장교수는 “노무현호의 파워는 개혁으로부터 나온다. 이해당사자의 비난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원칙대로 개혁하라”며 현정부의 과감한 개혁추진을 촉구했다.
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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