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 지배구조와 투명성에 심각한 문제

재경부에 지나친 권한 집중으로 ‘관치’ 우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5일 정부가 지난 18일 입법 예고한「한국투자공사법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적정수준을 넘는 초과 외환보유액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여 그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한국투자공사(KIC)의 설립취지에는 동의하나, 현재 재경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은 한국투자공사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법안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재경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건설이라는 별개의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중요법률의 신규제정임에도 불구하고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도 없이 법안제정을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정부나 국회 차원의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와 당사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입법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였다.

참여연대는 의견서에서 한국투자공사 지배구조 설계의 기본 방향은 ▲ 정부 (관료)로부터의 독립성 ▲ 한은, 정부, 국회, 국민들에 대한 책임성 ▲ 운용 책임자의 자율성 확보와 지도력 발휘 ▲ 운용책임자의 전문성과 상업적 유인이라는 4가지 목표를 상충없이 조율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사의 설립목적과 지배구조의 핵심 사안들을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중장기 투자정책 뿐만 아니라 그 하위의 각종 운용지침 등 법령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기준과 절차를 수립하여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추어볼 때, 현 법안에 제시된 한국투자공사의 지배구조는 경영진에 대한 감독기관으로 설치된 운영위원회보다는 재경부 장관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관치’의 가능성이 높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재경부 장관은 공사 사장 제청권, 공사 이사 및 감사 임면권과 같은 인사권과 정관개정 인가권, 재산위탁 요청권 등 운영에 관한 권한들을 갖고 있다.

참여연대는, 재경부가 본래의 공사 설립목적(운용자산의 국제 구매력 극대화)과는 다른 정책목표(동북아 금융허브 구축 또는 국내 증시부양)들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투자공사의 기금운용에 관여할 경우 부실운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따라서 재경부 장관에 집중된 권한들을 모두 운영위원회로 이관하고 재경부 장관은 운영위원회 구성원의 한 명으로 운영위원회를 통해서만 개입하도록 하여 공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법안에서 운영위원회(최대 12인)에 6인의 민간위원이 참여하도록 한 점은 긍정적이나, 민간위원 추천위원회의 구성 권한을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등이 행사하도록 되어 있어 자칫 운영위원회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상실하고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는 민간운영위원은 주식회사의 사외이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므로, 민간위원 추천위원회 구성에 기관주주와 위탁기관(재경부, 기획예산처, 한국은행 등)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법안에서 공사지배구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위원, 사장, 이사 등의 독립성과 전문성 등 자격요건에 대한 규정과 공사지배구조의 각종 하부위원회(후보추천위원회, 경영평가 및 보상 위원회)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사항들은 공사가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는데 관건이 되는 것인 만큼, 이를 하위 규정에 위임할 것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하여 시행 단계에서 이러한 원칙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참여연대는 지배구조상의 문제와 함께 정부 법안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점으로 투명성의 결여를 지적했다. 정부 법안은 공고(公告)의 범위를 “중장기 투자정책의 기본방향”과 “구체적인 자산운용내역이 포함되지 않는 범위내의 자산운용 실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기본방향’과 ‘구체적인 자산운용내역’이라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고, 국회와 감사원도 제출받은 자료의 공개에 있어서는 공사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정보공개의 투명성 정도가 대단히 낮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각국의 중앙은행은 외환투기세력의 공격가능성 등을 감안하여 외환보유액의 운용내역을 비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투자공사는 적정보유액을 넘는 초과 외환보유액만을 위탁받아 부동산 및 주식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active management)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인 만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참여연대는 “공사의 투명성은 공사에 대한 정치권(혹은 정부부처)으로부터의 부당한 간섭을 차단하고 자금의 부실운용과 비리를 적발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최소한의 장치”이며 “외부 감독기구들이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질 수 있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부제’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공고의 범위를 크게 확대하여 (1) 각종 재무제표와 그 회계기준, 감사보고서 같은 공사경영 관련 사항, (2) 기금운용의 목표, 위험허용 한도, 목표 수익률 및 전략적 자산배분 등과 같은 투자정책사항 (3) 전체 기금규모, 자산군별 구성비, 전체 기금수익률, 자산군별 수익률과 같은 운용실적 관련사항 등을 공개해야 하고, 국가기관(국회, 감사원 등)을 통해 공사의 투자활동에 대한 효과적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개별 투자종목의 보유수량과 금액, 내부자 정보에 해당되는 연간 투자계획, 운영위원회 및 이사회 회의록 등을 제외하고는 공사운영과 기금운용 내역과 실적에 대한 자료들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의견서에는 운영위원회가 위탁자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도록 한 23조의 문제점 직원들의 비밀유지의무와 내부고발의무와의 충돌가능성에 대한 지적 회계법인에 의한 외부감사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참여연대는 “재경부가 이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며 입법에 매진하고 있는데, 지난번 간접투자자산 운용업법처럼 정작 중요한 공론화의 과정은 소홀히 하고 있다.”며 “공사가 만들어지면 자산운용 시장에 큰 변화가 올 사안이니 만큼 정부나 국회 차원의 공청회 등을 통해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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