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스트증권, SK(주)에 적대적 M&A 시도할까?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당장은 어렵다고 보아야”



지난 주 금융감독원은 외국계 펀드인 ‘크레스트증권(Crest Securities)’이 전체 주식의 8.64%인 1096만여 주를 사들여 SK(주)의 최대주주가 되었다고 공시했다. 이것이 현재 총수 구속 등으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SK(주)에 대한 적대적 인수(M&A) 시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소장 김주영 변호사)’는 지난 4일 이슈리포트를 통해 “당장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SK(주)가 실질적으로는 그룹내 지배구조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하는 SK그룹의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주)의 경영권의 향방은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권의 향방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크레스트증권은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2일까지 6차례에 걸쳐 약 970억 원에 해당하는 SK(주)주식 1096만8730주를 사들였고 이에 대해 크레스트증권 측은 “수익창출”이 투자목적이라고 짧막하게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 0.01% 차이를 두고 스스로 최대주주가 된 점, 총수 구속 등 그룹의 경영권 위기상황에서 짧은 시간동안 집중 투자가 이루어 진 점, 기존에 한국기업에 투자했던 이력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적대적 인수시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또는 적대적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높은 가격에 지분매입을 요구하는 그린메일(Green Mail) 등이 시도될 수도 있다고 보여지고 있다. 또한 크레스트증권은 서인도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회사로 실질적인 소유주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더욱 의혹과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SK(주)에 대한 적대적 인수 가능한가?”라는 이슈리포트를 통해 “당장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판단근거로 크레스트증권이 최대주주인 점은 맞으나 현재 전체적인 지분현황을 보자면, SK(주) 주주인 SK계열사(C&C,건설,케미컬 등)와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행사권을 모으면 최대주주의 8.64% 보다 높은 10.90% 라는 점을 첫번째로 꼽았다. 또한 현재 10인의 상한선을 채운 SK(주)이사회를 당장 장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두번째 판단근거로 들었다.

이와 함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10명의 이사 중 과반수에 해당하는 6명 이사가 새롭게 선임될 2004년 주총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때 크레스트증권이 실질적인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2843만3491주를 확보하게 되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그러나 2004년 주총이 아직 1년 남짓 남아 있는 상황에서 SK(주)의 경영방어전략이 강구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결론적으로 SK(주) 경영진의 의사에 반해서 적대적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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