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봐주기’에 지나지 않은 재경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입법예고안

부칙으로 에버랜드의 법위반 및 감독당국의 직무유기에 대한 면죄부 부여

완전자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특례 인정은 경영감시 공백 가져올 것

은행지주회사 소유제한에 있어 뮤추얼펀드와 PEF·SPC간 불합리한 차별



어제(24일) 재정경제부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2004년 초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문제를 제기한 지 2년만의 일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논란 끝에 제출된 재경부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다수의 독소조항을 담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향후 참여연대는 입법예고안에 대한 의견서 제출은 비롯, 국회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독소조항들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할 것임을 천명한다.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문제 – 부칙을 통한 특정기업 봐주기 행태 반복



먼저 재경부의 입법예고안은 부칙을 통해 삼성에버랜드의 법위반 및 이에 대한 처벌을 미루는 금감위의 직무유기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역시 부칙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법위반을 합법화한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개정안과 똑같은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논란은, 2003년말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등 계열회사 주식가액이 자산총액의 50%를 초과하여 ‘주된 사업 기준’에 해당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위의 인가를 받지 않아 법을 위반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현행법 제70조(벌칙) 제1항 제1호는 금감위의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경우 그 행위자와 회사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03년말 삼성에버랜드가 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금감위는 법 제70조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및 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부득이한 사유로 법을 위반했다는 삼성에버랜드의 항변은 검찰 및 법원의 양형판단의 참작사유일 뿐, 감독당국의 고발의무를 면제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금감위가 삼성에버랜드를 고발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와 관련 개정안 부칙 제2조는 개정법률 시행 당시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지 않는 회사에 대해 개정 전 법률의 제58조(인가취소에 따른 주식처분), 제70조(벌칙), 제72조(과태료)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금감위의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지 않는 회사가 되며, 개정부칙 제2조의 적용대상이 된다. 즉 부칙조항에 의해 삼성에버랜드는 과거의 법위반 행위에 대해 완전한 면죄부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감독당국 역시 과거의 직무유기에서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된다.



특정기업을 봐주기 위해 법률의 부칙을 조작하는 재경부의 행태는 법집행의 형평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지탄 받아 마땅하다.

국회는 반드시 심의과정에서 부칙 제2조를 수정하여 삼성에버랜드 법위반 행위가 면죄부를 받는 일을 막아야 하며, 금감위는 즉시 삼성에버랜드의 법위반 행위에 대해 검찰 고발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만약 금감위가 나서지 않을 경우 참여연대는 대신 법적 조치를 모색할 것이다.

한편,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문제는 작년 1사분기 보고서 이후 삼성생명 주식을 원가법으로 평가한 것의 적법성 여부에 달려 있다. 기업회계기준서 15호에 따르면, 보유지분율이 20%에 미달하더라도 피투자회사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행사한 경우가 아님에 주의)에는 지분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삼성에버랜드의 2005년 사업보고서가 제출된 이후 금감원에 특별감리를 요청하여 원가법⋅지분법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구할 계획이다. 감독당국이 원가법 적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삼성에버랜드는 개정 법률에 의해 유예기간 및 시정조치의 적용을 받을 것이다.

완전자회사에 대한 지배구조 특례 인정 – 경영감시 공백 상태 유발 우려

재경부의 입법예고안은 지배회사가 피지배회사의 주식을 100% 보유하는 완전자회사나 완전손자회사(이하 완전자회사 등)의 경우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의무,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 등을 면제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법 개정은 반드시 제도 전반의 상호보완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은 완전자회사 등에 대해 경제적 동일체 법리를 받아들이면서 그에 따른 책임은 도외시하고 있다. 이는 재경부가 업계의 요구에 굴복해 투자자(주주와 채권자) 보호라는 금융감독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를 훼손한 것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완전자회사 등의 경우 사실상 그 모회사와 경제적 동일체(one entity)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완전자회사 등에 대해 지배구조의 특례를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대한 전제조건이 있다. 경제적 동일체로서의 편익을 인정하는 대신, 그에 따른 책임도 추궁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중(다중)대표소송제도이다. 이를 통해 자회사의 이사가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 의무를 해태하여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우, 모회사의 주주는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중(다중)대표소송제도는 완전자회사와 같이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외부주주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의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2004년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이중대표소송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이중대표소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에 의한 사전적 감시 장치마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완전자회사 등에 대한 경영감시의 공백 상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금융기관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회사의 경영을 적절하게 감독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안 없이 경영감시에 대한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다.

혹자는 완전자회사 등의 경우 소수주주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보호를 사명으로 하는 사외이사가 필요 없다는 잘못된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이사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하며, 이는 간접적으로 회사의 경영상태에 따라 주주 또는 채권자 이익의 보호와 연관된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정상적인 경영상태에 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한 의무가 주주 일반에 대한 의무와 유사해지지만, 회사가 도산에 임박한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의무는 실질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의무와 유사해지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경우 무엇보다 채권자, 즉 투자자의 이익 보호가 매우 중요한 정책목표이므로 대주주의 영향력 하에 있는 집행이사의 업무를 감시할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완전자회사라 하여 예외일 수 없다.

투자회사·사모투자전문회사·특수목적회사의 은행지주회사 지배 인정 – 비금융주력자 정의에서의 형평성 상실

입법예고안 제7조(금융기관과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관계 제한) 제2호는, 기존의 투자회사(mutual fund)에 더하여,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및 특수목적회사(SPC)도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특히 국유 금융기관의 민영화시 대규모 국내자본을 동원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PEF 및 SPC에 대해 금융지주회사의 지배 자격을 인정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또한 현행법에서 이미 mutual fund에 대해서는 지배 자격을 인정해 왔던 것에 비추어 볼 때, PEF와 SPC를 차별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 특히 은행 지배에 대한 우려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2조(정의) 제1항 제8호 다목은 산업자본이 4% 이상 투자한 mutual fund를 비금융주력자로 정의하고 있고, 이러한 mutual fund는 법 제8조의2(비금융주력자의 주식보유제한 등)에 따라 은행지주회사 주식보유가 4%로 제한되며, 이를 초과할 경우 의결권을 포기해야 한다.

반면 PEF와 SPC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정의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있다. 법 제144조의16(은행법에 의한 금융기관 소유의 제한)에 의하면,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 10% 이상 출자하거나 최대출자자인 PEF, 또는 산업자본이 무한책임사원(GP)인 PEF, 그리고 이러한 PEF가 4% 이상 출자한 SPC는 비금융주력자로 정의된다.

즉, 포트폴리오 투자를 기본 목적으로 하는 mutual fund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기준(4%)에 비해, 지배 목적의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PEF와 SPC의 비금융주력자 기준(10%)이 훨씬 느슨한 것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회사 등의 국유 금융기관 민영화시 이른바 토종PEF에 의한 인수가 논의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PEF와 SPC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기준은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배 우려를 불식하기에 너무나 미흡하다.

따라서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의 비금융주력자 기준이 4%이며, 이에 따라 mutual fund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는 만큼, 법적용의 형평성과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배를 방지하기 위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PEF와 SPC의 비금융주력자 기준 역시 4%로 통일해야 할 것이다.

그 밖의 문제

(1) 소규모 금융지주회사의 인가 요건 폐지

입법예고안 제2조(정의) 제1항 제1호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규모 금융지주회사(자산 1,000억원 미만으로 예정)에는 금감위의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였다. 물론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제도도 자산 1,00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신고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같은 자산 1,000억원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다르다. 금융지주회사는 일반회사에 비해 부채동원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에 금융지주회사가 지배하는 그룹 전체의 자산 규모는 일반지주회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며, 금융지주회사의 부실에 따른 파급효과도 증폭된다. 따라서 소규모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사전인가는 물론 사후신고 의무도 부과하지 않고, 나아가 아무런 행위제한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 것은 금융불안정성을 증폭시킬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제도는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을 그 지배주주에게까지 확대적용함으로써 금융의 안정성과 건전성 제고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의 규모에 따라 규제의 강도를 달라할 수는 있겠으나, 소규모 금융지주회사라고 해서 아예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은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 취지에 위배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 산하 금융자회사는 모두 설립근거법상 인가대상인데, 이를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2) 하위법규에의 과도한 위임



다른 법률과 마찬가지로, 금융지주회사법 역시 많은 사항을 시행령 등의 하위법규에 위임하고 있다. 예컨대, 이번 개정안 제5조의2(보고의무 등)에서 금융지주회사 요건 해소를 위한 유예기간을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로 ‘자회사 주식의 주식가액 증가’ 이외의 경우는 모두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법의 본질적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을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하위법규의 자의적 개정을 통해 법적용의 형평성과 예측가능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과 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률이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법의 개정이 업계의 일방적 요구, 특히 특정기업 봐주기를 위해 왜곡되어는 안 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향후 재경부 개정안의 독소조항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며, 또한 감독당국의 법집행 의지가 미흡한 경우 검찰고발 등 법적조치를 적극 모색할 것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

▣ 별첨 ▣

1. 재경부 입법예고안 주요 조항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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