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상법개정시안,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개선 위한 긍정적 시도

그러나 현 시안만으로는 실효성 기대하기 어려워, 보완책 마련되어야

이중대표소송은 다중대표소송으로까지 확대하고, 지분요건 완화해야

자기거래 승인범위 확대에 더해, 회사기회 유용 금지도 도입해야

법무부의 상법개정 시안의 골자가 발표되었다. 이중대표소송제도 도입과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 범위의 확대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많은 제도적 조치들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현대자동차그룹 사태에서 보듯이 재벌의 현 상황이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것은, 현행 상법(회사법)은 개별기업만을 대상으로 할 뿐 기업집단에 대한 규율이 사실상 공백상태이기 때문임을 꾸준히 지적하여 왔다. 비상장 계열회사에 대한 책임추궁 수단의 미비, 회사와 지배주주간의 거래에 대한 규율(자기거래 및 회사기회 유용) 수단의 미비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자세한 내용은 참여연대 ‘38개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거래에 관한 보고서’(2006.4.6) 참조).

따라서 이번 개정 시안은 상법을 통해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문제를 규율하도록 하는 첫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 상법개정 시안의 내용만으로는 재벌개혁의 실효성을 갖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특히 이 정도 상법상의 사후적 규율만으로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제한 등 사전적 규율을 폐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엇보다 먼저, 법무부 개정시안의 이중대표소송제도는 그 적용범위를 상법상 모자회사 관계(50% 이상의 지분소유 관계)로 협소하게 한정하고 있으며, 또한 모회사 → 자회사 →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하는 않는다는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에버랜드, 삼성생명, SK C&C 등 각 그룹의 소유지배구조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는 비상장회사들의 경우 50% 이상 지분의 모회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중대표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50% 이상 지분의 모회사 역시 비장인 경우에도 이중대표소송은 의미가 없다. 실제로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2005년 4월 기준 32개 기업집단의 비상장계열사 535개사 중 지분율 확인이 가능했던 448개사 가운데 현 개정시안에 따라 이중대표소송 제기가 가능한 비상장회사는 210개사(46.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재벌의 비상장 계열사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에서조차 이미 절반 이상이 이중대표소송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한편, 회사와의 자기거래(self-dealing; 상법 제397조)시 이사회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하는 대상을 현행 ‘이사’에서 이사(집행임원 포함)의 직계 존비속, 배우자 또는 그들의 개인회사 등으로 확대하도록 한 것은 우리나라 기업의 의사결정구조를 반영한 현실적인 개정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 사례와 같이 아예 이사회 결의를 회피하면서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문제는 규제하기 어렵다.

자기거래는 ‘회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거래를 지배주주 등과 하도록 강제하는 경우’이지만, 회사기회의 유용은 ‘회사가 할 수 있는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지배주주 등이 그 기회를 가로채는 경우’이므로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러나 이 두 경우 모두 충성의무(duty of loyalty)를 위배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므로 회사기회의 유용 금지 규정도 상법에 반드시 도입하여야 한다. 또한 자기거래의 이사회 승인을 위한 공정성 기준 역시 공정거래법상 현저하게 부당한 이익이라는 요건으로 규정하는 경우 규제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완전한 공정성 기준(entire fairness)으로 강화하여야 한다.

이번 개정시안 가운데 이사가 법령위반 등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 회사가 배상책임액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은 독소조항으로 판단된다. 이는 회사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경감하는 아전인수격 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참여연대는 이사의 책임제한에 반대하며, 혹시 과실의 경우에 한해 책임을 제한하는 경우라도 손실회피 노력 등 정상참작 요건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하며, 그 판단 역시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밖에 참여연대가 그동안 도입을 주장해왔던 전자투표제도의 추진 등은 주주총회 참여 활성화의 기반조성을 위해 의미있는 조치라고 평가한다.

참여연대는 법무부의 상법개정과 관련한 의견서를 조만간 법조문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경제개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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