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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제도개혁
  • 1997.02.26
  • 1123
  • 첨부 1

'한보'라는 초대형 부정부패 사건의 발생으로 전 국민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허탈감과 분노로 표출되고 있는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누가 5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불법 특혜대출되었는지, 은행감독원 등 관련기관의 통제와 감독은 왜 그렇게 유명무실화되었는지 그 진상에 대한 조사가 낱낱이 이뤄져서 배후의 검은 커넥션을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입니다.

한보사건은 단지 일과성 부패사건이 아닙니다. 따라서 몇몇 정치인들에게 그 책임을 뭍는 선에서 매듭지어질 문제가 아닙니다. 또다시 단발마적인 몇 가지 민심수습책만으로 오늘의 이 위기를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기회에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존재하는 부패 네트워크를 어떻게 걷어 낼것이가, 그것을 막는 장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대안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우리의 역사는 '부패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 많은 부패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패에 맞서는 위정자들의 대응은 항상 사건이 발생한 후 몇몇 관계자의 처벌이라는 미봉책에 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검찰의 중간수사발표를 보면 이번 한보사건의 처리 역시 안타깝게도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미봉책으로대충 봉합하고 넘어가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2월 25일 대통령의 담화문에서도 제도를 개혁하고 보완한다는 지표는 제시했지만, 법개정 문제에 관해서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를 첨가하는 등 구체적으로 어떻게 부패사슬을 걷어낼 것인가의 문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는 작년(1996년)11월 7일 국회의원 157명과 시민 23,521명의 동의를 받아 부패방지법안(가칭)을 입법청원하였습니다. 그 안을 제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부패문제는 각론적인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지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즉, 기존에 흩어져 있던 부패방지법제를 보완, 종합화하고 우리 법제에 없는 공익정보 제공자 보호및 특별검사제등을 완비하여 단일 종합법으로서 총체적인 부패에 대한 대응을 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한보사건 후 참여연대-한길리서치가 공동으로 전국 70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86.3%나 나왔습니다. 이같은 사실은 국민의 대다수가 이제야말로 총체적 부패에 맞설 종합입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만일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었더라면 이번 한보사건과 같은 엄청난 부패사건은 미연에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보사건은 재벌의 비자금이 권력핵심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에 결탁하면서 터져나온 부패구조의 한 편린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공연하게 재벌의 비자금이 권력핵심과 정치인, 그리고 고위공직자에게 뇌물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아무런 법 제도 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 정부 집권의 치적으로 금융실명제를 들고 있으나 돈세탁 방지 규정(불법재산 은닉금지, 고액 금융거래 보고의무 등)이 없는 한, 돈세탁 행위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또한 공직자 윤리법 등 고위공직자부패 방지책은 산만하고 추상적이어서 고위공직자들이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명목상의 법률로서만 존재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만일 참여연대가 입법청원한 부패방지법안이 제정되었다면 한보는 권력핵심과 정치권, 고위 공직자들의 포섭에 그만큼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한보사건으로 충남이라는 한 도(道)의 경제가 마비되고 6조원이 넘는 통화증발현상이 나타나는 등 우리 사회는 부패방지법이 없는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임시국회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부패방지법의 입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참여연대에서 입법청원한 부패방지법의 제정요구를 일방적으로 외면한 채 작년 11월 7일부터 현재(1997. 2. 25)까지 논의안건으로 상정조차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부패의 사슬을 걷어내지 않고서는 개혁도 세계화도 있을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한보사건으로 인하여 초래된 국제적 망신과 국민의 한 없는 절망감을 딛고 지금으로부터라도 부패를 일소하고 맑은사회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우리는 이 부패방지법안이 국회에서 하루 속히 입법제정되어 국민들이 부패로부터 해방된 사회에서 정의의 맑은 숨을 한껏 들이킬 수 있는 권리를 되찾을 수 있게 해야 겠습니다.

법사위원장 귀하 및 관계제위께 부패방지법 제정을 다시 한번 엄중하게 촉구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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