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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감시센터    공직사회 부패와 권력남용을 감시합니다

  • 기록개혁
  • 2007.01.10
  • 1433
  • 첨부 1

비밀총괄관리기관과 비밀기록관리를 위한 전문기관의 이원화 필요

국정원의 권한 강화 및 유지를 위한 입법이 되어서는 안돼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2일, 『비밀의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비밀관리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참여연대는 비밀관리 전반의 안정성과 일관성 확보는 물론 행정부에 대한 외부 견제가 가능해 진다는 면에서 비밀관리법 제정에 찬성한다. 그러나 정부 제정안은 ▲ 법률단계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는 사항 중 많은 것이 시행령에 위임되어 있고 ▲ 비밀의 범주와 개념이 불명확하며 ▲ 비밀전문관리기관을 두지 않고 국가 기밀 관리 권한을 여전히 국정원이 독점하는 것은 물론 보안감사권과 조사권의 부활마저 예상되고 ▲ 처벌 조항이 과다하다는 점에서 국민의 알권리의 심각한 침해와 국정원의 불필요한 권한 행사가 우려된다. 비밀관리법은 최소한의 비밀지정과 최대한의 비밀해제를 원칙으로 제정돼야 한다.

지금껏 국가기밀은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에 근거하여 관리해 왔으나 냉전체제하인 1964년에 제정되어 지금의 변화된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국가기밀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의해 관리됨에 따라 국가 기밀관리제도 전반에 걸쳐 입법부나 사법부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참여연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밀관리법 제정을 주장해왔고, 열린우리당 이광철의원은 2005년 12월 『비밀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회는 어떠한 논의도 없이 1년여를 허송세월하였다. 늦었지만 정부의 비밀관리법이 입법예고 되고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제정안은 매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이번 제정안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정부 법률안은 비밀의 범주 구분(제4조 제2항) 및 비밀의 관리와 보호에 대한 취약성· 위험도 평가(제22조 제4항)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의 구체적인 사항을 시행령에 위임하지 말고 법률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 제정안처럼 시행령에 위임하게 되면 지나친 포괄적 위임으로 인해 국민의 알권리와 권한 남용과 관련된 각 조항의 타당성이나 적절성 여부를 법률안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으며, 이는 법 제정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정부는 제정 취지문에서 ‘기존의 보안업무규정이 대통령령인 탓에 실효적인 비밀관리와 보호에 한계가 있었고, 각 부처가 비밀을 과대 생산하고 자의적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의 세부 규정은 대통령령에 다시 위임하여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즉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한 사항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비밀의 구분 및 범주 기준을 모호하게 정의(제4조)한 조항은 비밀 요건을 명확히 제한하고 비밀의 범주도 한정적으로 열거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비밀의 지정을 위한 비밀 구분 요건 등은 비밀의 생산과 직결되는 것으로, 기준이 포괄적일수록 국민의 알권리는 많이 제한된다. 제2조 제1호에서 비밀을 정의하면서 “명백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사실 등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III급 비밀의 요건인 국가이익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제4조 제1항 제3호)와 같은 단순한 장애는 “명백한 위해”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비밀의 범주를 규정한 제4조 제2항의 제7호(기타 국가안보와 국가이익에 명백한 위해를 초래하는 사항)와 같은 개괄 조항도 제외되어야 한다.

셋째, 비밀관리기관은 비밀총괄관리기관과 비밀전문관리기관으로 이원화되어야 한다. 정부안은 국정원이 비밀관리기관으로서 정책 수립· 제도 개선· 시행령이 정하는 사항에 대한 집행은 물론 비밀관리 취약성· 위험도 평가와 비밀현황· 분실· 누설 등에 관한 경위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제22조). 이는 국정원이 국가 기밀관리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서, 비밀 생산과 관리에 대한 제도적 통제 외의 비밀기록관리를 정보기관이 담당하는 것은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보아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의 경우 비밀기록관리를 담당하는 정보보안감독국(ISOO)을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산하에 두고 있으며 이는 비밀 생산 기관이 스스로 보유한 비밀의 양이나 보호기간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따라서 국정원은 비밀총괄관리기관으로 비밀제도를 관리하고 집행하며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는 기능을 하되, 비밀전문관리기관을 별도로 설치하여 공공기관의 비밀기록을 수집· 관리하고 비밀의 해제와 재분류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22조 제1항 제4호와 제5호의 평가와 경위 조사 권한은 국정원의 본래적 기능이라 보기 어렵다. 이는 삭제되거나 반드시 필요하다면 별도의 조문으로 독립시켜, 어떠한 요건과 절차를 의미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넷째, 처벌 조항의 적절성 여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형법에 이미 열거된 벌칙조항을 나열하거나(제27조, 제28조) 신고· 제출의 불이행에 대해 거의 모든 법률이 과태료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과 달리 징역 등의 형벌을 부과(제31조) 등 대체로 처벌을 강화하려는 의지로 판단된다. 이렇듯 정부안은 법안 전반적으로 국가정보원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권한 행사의 근거만을 마련하였을 뿐, 그에 대한 감독과 통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비밀의 관리 및 그 권한 행사와 관련하여 연차보고서 발간 및 국회 정기 보고 등 국회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다섯째, 비밀보호기간을 등급과 비밀보호의 필요성에 상관없이 일괄 30년을 적용한다든지, 예외 사항인 경우 보호기간 연장이 가능하나 제한이 없는 조항(제19조)도 수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외부의 감시와 견제가 없는 상황에서 국가기밀관리 전 과정은 행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운영되어왔다. 기자간담회 등이 3급 비밀로 지정되는 등 비밀로서의 가치가 없는 정보들이 마구 비밀이나 대외비로 지정되었으며, 공무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 또는 외부 기관의 감시나 견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비밀 지정은 남용되어 왔다. 하지만, 비밀 분류의 기준이 되는 각 기관별 국가기밀세부분류지침에 대해 행정기관들은 철저히 비공개하고 있으며, 생산된 비밀의 단순 통계현황자료조차 국가안보를 이유로 비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기밀관리가 행정기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지고 국민의 알권리가 심각하게 제한되어왔으나, 정부가 마련한 법안은 현실을 유지한 채 국정원의 권한만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된다. 비밀관리의 제도적 기반을 법률화하여 외부 견제의 요건을 갖춘다는 것 외에는, 법률 제정으로 인해 실질적인 개혁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만큼 내용이 빈약하다.

이번 비밀관리법 제정이 행정의 투명성과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입법 과정에 시민사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끝.

정보공개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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