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기록개혁 2005-01-18   1238

법무부의 특권의식은 어디까지인가

기록물관리법의 적용을 거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붙여

2000년 기록물관리법 시행 이후 모든 공공기관은 기록들을 반드시 생산해야 하며, 생산한 기록은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기록물 폐기 역시 전문요원의 심사 및 기록물폐기심의회를 거쳐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더 이상 업무 담당자 임의로 생산을 안 할 수도, 고의로 누락시킬 수도 없으며, 공적으로 생산된 기록을 사적으로 관리할 수도 없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는 “수사와 재판관련 서류에 대해서는 기록물관리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제 59조의 2)”는 조항을 신설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법무부는 그 이유로 “현재 기록물관리법은 수사기록의 특성과 맞지 않으며, 방대한 수사·재판관련 기록을 관리하기엔 부적합하다. 수사기록을 관리기관에 보고하고 점검 받을 경우 내사 중인 사안이나 수사 상황 공개 가능성, 사생활 침해 등이 우려되므로 별도의 법을 만드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록물관리법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오는 무지의 결과일 뿐이다.

첫째, 법무부는 기록물관리법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기록물관리법은 공공기관의 업무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행정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이다. 물론 법무부의 주장대로 기록물관리법이 수사·재판 기록 등 특수기록물의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기록물관리법의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완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법무부가 기록관리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법률 자체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법률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규정 정비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기록물관리에 성역은 없다.

법무부는 업무의 성격이 특수하다는 논리를 들어 행정자치부(국가기록원)의 점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록물관리법은 외교통상부·국방부·대검찰청·경찰청이 특수자료관을 설치할 경우 기록물의 내용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장기보존을 허용하고 있다(제 10조·12조). 또한 기록물의 공개 여부는 정보공개법과 연동되어 공개구분 및 보안 장치(규칙 16조)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법무부가 사생활 침해 운운하며 법률 제정을 운운하는 것은 자신들이 생산한 기록은 ‘성역’으로 묶어두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록물관리법은 제정 당시에도 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처음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국가기록원이 많은 기관의 요구를 수용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기록물관리법 마저 지키지 않겠다며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법무부가 자체 규정을 만들어 자신들의 임의대로 기록을 관리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악이 진행되는 동안 기록물관리법 제정 및 운용 당사자인 행정자치부와 국가기록원은 과연 어떤 입장이었는지 묻고 싶다.

현재 행정자치부와 국가기록원은 기록관리 개선 기획단을 구성하는 등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기록물관리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개악안이 입법예고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기록관리 개선을 위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따지기에 앞서 법과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행정자치부와 국가기록원 역시 법률제정 당사자로서의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05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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