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기록개혁 2001-06-26   1560

국무회의 속기록 작성, 대통령이 결단하십시오

김대중 대통령께

대통령이 주재하고 행정 각부의 장관들이 참석하여 국가의 주요 정책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국무회의 회의록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국정 최고 심의 기구에 대한 속기록과 녹음 기록은 물론, 발언자와 발언 요지조차 남기지 않아 국가적 사업 결정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참여연대가 ‘국무회의의 속기록과 녹음 기록이 작성ㆍ관리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국무회의를 담당하고 있는 행정자치부는, ‘국무위원들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의견 개진을 보장하기 위하여 속기록이나 녹음 테이프는 작성ㆍ관리하지 않는다’고 답변하였습니다. 회의록을 작성하면 ‘활발한 의견 개진’을 하지 못하기에 대통령,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속기사도 두지 않고 녹음기도 꺼버린 채 밀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는 행정자치부의 답변이 과연 사실입니까? 막중한 국가중대사를 맡은 장관들이 기록에 남는 것이 두려워 소신을 펼치지 못한다니요?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미국에서는 ‘Open Meeting Law(회의록공개법)’을 따로 제정하여 모든 주요회의의 속기록을 반드시 작성하는 것은 물론,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만약 부득이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면 공개ㆍ비공개 여부를 공개표결에 부쳐 결정하고, 비공개로 결의된 경우에라도 그 표결의 과정과 결과는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경우도 당장 공개는 하지 않을지라도 최소한 녹취록은 남겨 나중에 공개토록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정자치부의 해석대로라면 그 나라에서는 ‘활발한 의견개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단언하건대 행자부의 논리는 관료적 밀실행정에 대한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으며 무책임과 무사안일을 스스로 시인하는 궤변이라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이웃나라의 예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왕조실록을 기록한 사관들은 목숨을 바쳐 사초(史草)를 작성했고, 설사 왕이라 할지라도 이를 일점일획도 보태거나 빼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기록의 전통은 사라졌습니다. 조선시대보다도 더 퇴행화된 국가기록관리로 인해 주인 없는 밀실 행정이 만연하게 되었고 결국은 국가 전체가 ‘무책임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의 상세한 회의록 작성과 그 공개는 투명한 행정의 핵심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대통령께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대통령부터 솔선하여 국무회의 녹취록을 작성하고 이를 공개해주십시오. 그래야 다른 부처들도 대통령님의 결단을 따라 무소신과 무사안일, 밀실폐쇄행정의 낡은 틀을 벗고 투명한 책임행정에 나설 것입니다. 대통령이 녹취록 작성과 공개에 앞장서실 때 비로소 사문화된 공공기록물관리법을 회생되고 끊어진 기록보존의 맥도 되살아날 것입니다.

기록이 없으면 미래도 없습니다. 부디 녹취록 작성ㆍ공개를 실천하셔서 역사와 후손 앞에 책임을 다한 떳떳한 대통령이 되어 주십시오.

정보공개사업단



tsc20010626.pdf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