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기록개혁 2005-10-28   1371

국가기록관리 총체적 부실 사실로 드러나

기록관리 소홀히 한 관련 책임자들 강력한 조치 필요

국가기록이 총체적 부실상태에 있음을 확인하는 감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감사결과는 ‘기록하지도, 보존하지도, 공개하지도’ 않는 부끄러운 기록물관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공기록물 보존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는 그동안 참여연대와 언론이 끊임없이 지적한 국가기록물관리의 문제들을 재확인해주고 있다. 기록관리가 이처럼 엉망인 상황에 빠져 있는 이유는 기록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인식부족은 물론 기록물관리 주체들이 관련규정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감사원은 그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그쳐서는 안되며, 관리소홀, 기록물유실 등이 드러난 해당기관 및 기록물 관리를 소홀히 한 관련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와 함께 공직사회의 기록경시 풍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국가기록관리의 실태가 심각한 수준임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그 실태에 대한 시정조치와 제도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주요 회의 속기록 미작성, 회의록 미공개, 조사서ㆍ연구서ㆍ검토서 등 기록물생산의무 불이행, 대통령 기록물의 이관 미흡 등의 문제는 물론 열악한 자료관 환경, 기록관리 시설 및 전문요원의 부재 등 기록 관리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법적 의무를 이행할 것을 주장했다. 또 기록물을 무단으로 폐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형사고발과 함께 감사원의 감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도한 비밀지정과 비밀기록의 비공개 관행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감사결과는 그동안 참여연대가 제기한 문제가 타당함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확인시켜 준 것이다.

한편, 이번 감사결과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견줘볼 때, 해당기관에 대한 감사원의 권고 또는 주의처분 요구는 지나치게 미온적이다. 모든 공무원은 공공기관의 기록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기록물관리법에 근거하여 엄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중요기록을 생산하지도 않고, 기록의 소재도 알지 못하며, 국새 등 영구본존 기록물을 훼손하거나 분실하는 등 공무원이 공공기관의 기록물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지적하고도 이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기록물관리법 제정 이전이라면 모를까 제정 이후에 일어난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어야 했다. 물론 기록물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은 담당부서 공무원만의 것이 아니며, 또한 몇몇 행정기관만의 것도 아닌, 전 공공기관에 걸쳐 있는 공직사회 모두의 것이라는 점에서 그 구체적 책임을 묻는 것이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 기록물관리법에 따른 책임추궁도 못하면서 어떻게 제도개선을 권고하고, 나아가 개선된 기록관리제도의 충실한 이행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국가기록관리의 주무부서인 국가기록원의 안이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선 국무회의 등 주요회의의 속기록 작성이 의무화 되지 않고 있는 누차 지적되었던 문제로, 이는 국가기록원장이 지정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럼에도 공개에 따른 문제를 우려해 주요회의지정 확대를 미룬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공직사회의 전형적인 보신주의에 다름 아니었다. 원본과 사본도 구분하지 못하거나, 영구기록물 이관을 게을리 했다는 지적은 과연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관리를 위한 전문성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하는 정도다. 그리고 국가기록원이 기관의 위상만을 탓하며,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은 국가기록원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국가기록원장을 행자부 고위 공무원이 임시로 거쳐 가는 자리정도로 인식한 정부의 태도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대통령 기록과 관련한 감사원의 지적이다. 대통령 기록은 보존가치가 가장 높은 기록임에도 국가기록원에 이관, 보존된 기록의 대부분이 사료적 가치가 없는 단순 행사위주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이는 감사원이 지적한대로 단순히 대통령 기록관이 설치되지 않았다거나, 대통령 기록물의 범위와 지정 혹은 관리가 불합리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 관련 기록을 제대로 이관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청와대의 각종 기록들이 차기정권에 의해 악용될 우려를 버리지 못한 전직대통령들이 이를 폐기하거나 퇴임시 개인적으로 반출했으며, 최소한의 방어 장치로 중요기록을 비밀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직대통령의 기록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 장치들을 둘 때에만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제도개선만으로 이번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 정부가 기록 관리의 혁신을 선언하고, 관련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개별공공기관 차원의 기록관리 현실은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이번 감사는 보여주었다. 현재 정부는 국가기록관리혁신 로드맵 발표와 기록물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관련 법제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있는 법령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아 기록물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에 있다. 따라서 법률 위반 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경각심을 갖도록 하지 않는 한 공직사회의 기록경시 풍조와 관행은 바뀌지 않는다. 정부는 이같은 인식과 관행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맑은사회만들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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