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3-12-24   1482

<안국동 窓> 실종된 부패방지 정책을 찾아서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 [7] 부패척결분야

사이버참여연대는 연말까지 총 9회에 걸쳐 경제, 정치, 사법 등 각 분야의 구체적인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국정쇄신을 위한 특별제언’ 시리즈를 <안국동窓>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참여정부의 부패방지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데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연일 각종 독직(瀆職)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정치 부패는 물론 국방, 외교 등 국정 운영에 핵심을 차지하는 영역에서도 뒤질세라 부패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들이다.

이들에 대해서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정치부패 해결방안을 놓고 정치권은 연일 영양가없는 갑론을박만 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검찰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 섞인 눈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검찰 수사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딱히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보다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특히 부패문제에 관한 한 역대 정부에서 흐지부지 처리되곤 하였던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대응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 현 정부가 참으로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많은 국민들은 경험하였다. 정부의 부패방지 정책은 늘 용두사미로 끝났음을, 제대로 마무리된 적이 없음을 알고 있다.

지금 국민들 중에서 참여정부하에서는 부패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참여정부의 국정원리인 “원칙과 신뢰”, “투명과 공정”이 제대로 구축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국민들 눈에는 부패방지를 위한 어떤 구체적인 변화도 참여정부하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정부는 대개 국민들을 탓한다. 정부는 일 잘하고 있는데, 국민들이 뭘 몰라서 오해하는 것이라고 억울해 한다.

참여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1년이 다되어 간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아직까지 참여정부다운 색깔을 띠고 있는 부패방지 정책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계획이라는 것을 몇 차례 발표하였지만 아직도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찾기 어렵다.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1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닌데도 말이다.

효과적인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새삼 연구할 필요는 없다. 이미 부패방지에 필요한 정책들은 다 공론화되었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 감사원의 독립성 확보, 정치부패의 개혁, 부패방지법 개정, 공직자윤리법 개정, 정보공개법 개정, 이해충돌회피 제도 도입, 공직자윤리위원회 개선 등등 열거하기 어렵다. 참여정부는 이들 중에서 잘 선택에서 실행하면 될 일이다. 이미 답안이 나와 있으니, 남은 것은 이들은 실천하는 일뿐이다. 그런데도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부패방지를 20대 기본정책의 하나로 제시하였으며, 구체적인 안들도 제시하였다. 시민단체들이 그 동안 주장하였던 안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한시적 특별검사제도의 상설화, 인사청문회, 공직자윤리법 개정, 돈세탁방지법 개정, 그리고 정치개혁 등 다양하다. 아마도 당시 대선 후보 중에서 시민단체의 주장에 가장 근접한 공약과 의견을 제시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나 언론 등에서도 그와 같은 방향으로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면, 당시 시민단체가 제대로 평가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물론 정책이나 공약 중에는 단기간에 실천 가능한 것도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 공약은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고, 구체적인 법률 개정안까지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시 전반적인 인상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으로 제시하였던 대부분의 부패방지 정책들이 이미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에 보이질 않는다. 물론 참여정부에서는 부패방지를 위한 몇몇 로드맵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성은 전혀 없다.

부패방지와 관련하여 참여정부는 제도와 시스템의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부패를 유발하는 그릇된 제도와 시스템은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난마처럼 얽힌 부패형국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묘수는 아니다.

지금 우리의 부패문제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였던 과거의 부패 역사의 누적이며, 아직까지 철폐되지 않은 정경관(政經官) 유착의 한 단면이며, 통제되지 않는 권력들의 부산물이며, 권위주의적·폐쇄적 체제운영의 당연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들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행정제도와 시스템의 개혁을 통한 부패방지 또한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금 참여정부하에서 부패방지 정책을 발견하기 어렵다. 게다가 어느 조직이 부패방지를 담당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변화의 모습도 감지되지 않는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국민들이 벌써부터 참여정부의 부패방지에 대한 기대감을 접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가장 먼저 피해야 할 일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후보로서 제시하였던 부패방지 공약들이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지금 시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기 바란다. 또한 대선당시 노 대통령이 가장 전향적인 부패방지정책을 제시하였다는 시민단체의 당시 평가가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하여 주었으면 한다. 아직까지도 참여정부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서 말이다.

윤태범(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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