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1997-02-13   1554

한보사건에 대한 엄정수사촉구서한

한보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 촉구 서한

수 신 : 안강민 서울지검 검사장 귀하

발 신 :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제 목 : 한보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 촉구 서한

날 짜 : 1997. 2. 13.

배임, 직무유기 부분도 수사하여야 한다.

보험료·무마조로 건네진 돈도 뇌물이다.

청와대 등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된 공정한 수사를 벌여야 한다.

1. 정치권과 기업, 금융권을 총망라한 초대형 비리사건인 한보사건을 보며 온 국민은 분노와 절망감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부실기업에 대한 5조원에 달하는 은행여신으로 불거져 나온 한보사태는 정태수 총회장의 상상을 초월하는 로비와 정·재계 검은 커넥션,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으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온 나라가 부패와 뇌물의 지뢰밭 속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사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들이 뇌물받은 것이 어디 한보뿐이겠는가라고 생각하면 참으로 참담하고 처연한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런 절망감과 좌절감에서 국민들을 건져내기 위해서는 검찰이 이사건 하나만은 한점의 의혹도 없이 모든 것을 파헤치고 관련자들을 엄단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2. 이번 한보사건과 관련하여 본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공동대표 김중배·김창국)는 지난 1월 31일, 전·현직 은행감독원장과 은행장들을 각각 직무유기죄와 업무상 배임죄등으로 서울지검에 고발한 바 있으며, 한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에 관하여 시민들 입장에서 미진한 점이 있다고 판단하여 다음과 같이 몇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본 서한을 보내는 바입니다.

3. 먼저 본 단체가 고발한 은행감독원장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은행감독원은 한보철강에 대해 무리한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을 적발해 시정해야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였고, 은행의 부실대출을 경고한 뒤에도 대출이 계속되는 등 감독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4. 또한, 은행장들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도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하여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을 구속하였습니다. 그러나 설혹 뇌물수수 사실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미 1995년 경부터 부도조짐이 보였던 한보철강에 대해 매출액을 수십배 초과하는 거액을 정밀한 여신심사 없이 담보도 확보안된 대출을 해주는 등 불법대출을 자행함으로써 해당 은행과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손해를 입힌 것은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수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뇌물죄 부분 이상으로 이러한 직무유기와 배임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법률상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은행감독원장과 은행장들이지 그 뒤의 ‘검은 정치인’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코 그 책임을 다른 정치권의 압력에 전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들이 그 직위를 걸고 부당한 압력을 배척하지 않고서는 영원히 자율적인 금융·여신이 이루어 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5. 또한, 정치권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확인된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뇌물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검찰에서는 아무런 조건 없이 정치자금으로 돈을 받았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현재 정치자금법 등의 결함으로 그런 견해가 일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원 등 고위 정치권 인사들은 국정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청탁의 대가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추상적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으며, 따라서 전.노 두 전대통령재판의 경우와 같이 뇌물죄를 포괄적으로 해석·적용하여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 돈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무조건이라고 볼 수 없고 나아가 ‘무마조’ 또는 ‘보험적’ 성격이 배태되어 있으므로 이것 또한 대가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이러한 범죄가 희귀하여 충분한 판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법의 해석은 결국 국민의 법의식과 상식적 법판단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아무런 대가없이 그같은 거액의 돈을 건넸다는 것은 상식과 경험칙에 어긋나는 것임이 분명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1억원 이상의 돈을 받은 정치권 인사를 수사대상으로 제한하는 검찰의 방침 또한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1억원이라는 기준도 애매할 뿐만 아니라, 수천만원의 돈도 적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일반적인 뇌물죄의 경우 단돈 기십만원, 기백만원의 뇌물로도 구속당했거나 파면되어 온 것이 우리 공직사회의 현실이지 않았습니까? 1억원이 아니라 수천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하더라도 부정하게 돈을 받은 이는 누구나 다 소환조사하고 범죄 사실이 밝혀지면 기소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6. 한보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모든 이목은 이제 검찰수사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수사의 행보나 언론보도와 관련하여 검찰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이 아니면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먼저 언론에 보도되고 이어 검찰이 소환에 나서는등 그러한 의구심을 탓할 수 없는 정황들이 드러나기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검찰이 외부에 수사상황을 보고하고 있거나 수사기밀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외압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은 마땅히 청와대등 어떠한 권력으로부터도 독립하여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하여 모든 진실을 털끝만큼이라도 숨김이 없이 백일하에 드러내어야 할 것입니다. 검찰의 축소지향적 수사가 이번사건에서도 거듭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부패로 만연된 이 사회의 정화와 경제정의의 확립에도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결과가 우려스럽고 두렵기만 합니다. 부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이 매서운 칼날을 높이 들어 밀실흥정이나 정치권력과의 야합없이 공명정대한 검찰권을 행사하여 국민이 신뢰하는 검찰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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