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관료감시 2008-12-17   1335

이명박정부, 면죄부까지 발행하나

이명박 정부, 면죄부까지 발행하나
적극행정 면책제도 재고되어야



 지난 10일 감사원은 ‘사심 없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 ‘절차적 하자’가 있어도 징계책임을 감면하겠다는 ‘적극행정 면책제도’를 발표했다. 이어 어제(12/16)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위반, 예산낭비가 발생해도 ‘고의’가 없다면 책임을 면제하는 적극행정면책제를 우선 적용하도록 감사원에 요청하는 내용의 면책안을 의결했다. ‘경제난 타계’와 관련된 업무라면 절차위반이나 예산낭비가 있어도 눈감아주겠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미리 발행해주고 정책 추진을 독려하겠다는 것으로 법치주의에 위배되고 관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에도 역행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관료들은 정책을 수행해 오면서 적절한 책임을 진적이 거의 없다. 정책실명제가 시작 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때에 자의적 판단 기준으로 법률 위반이나 예산낭비에까지 책임을 면책해 주겠다는 것은 관료의 책임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는 행정의 끝은 정책불신과 부패, 예산낭비와 무책임한 관료들의 자리보전뿐이었다. 이것은 IMF 구제금융 사태와 카드대란 등 수많은 정책실패의 교훈이다. 정말 이 정부 책임자들은 모르는 것일까.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헌법 제7조1항에 명시하고 있다. 감사원법과 국가공무원법에도 공직자로서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부가 법령을 어겨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입에 담기 어려운 주장이다.


 감사원이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징계책임 면제 기준은 ‘현실적 타당성’, ‘시급성’, ‘클린핸드(Clean Hand)’의 기준을 지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경우라고 한다. 현실적 타당성이나 시급성의 판단은 일차적으로 담당 공직자가 이차적으로 감사원 감사관이 하게 될 것이다. 결국 담당 공직자와 감사원에 무한대의 재량권을 부여하여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되거나 자의적으로 감사권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는 법치주의가 적용될 수 없는 원칙이다


 또한 예산조기 집행과정에서 예산낭비가 발생하더라도 눈감아주겠다는 면책안은 그 목적과 달리 결코 공무원의 능동적 업무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예산낭비만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예산낭비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수 십조원이 투자될 내년도 예산집행 과정에서 예산낭비가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공무원의 업무처리를 위해서라면 투명한 정책실명제를 통해 책임과 포상을 동시에 실시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무리한 감사가 공무원의 몸을 사리게 하고 무사 안일한 행태를 보이게 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법률에 따른 행정을 포기하고 절차위반이나 예산낭비에 면죄부를 미리 부여하고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은 지나치다.


 정부는 내년 예산의 60%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여 경기부양 효과를 보겠다고 한다. 그만큼 나라 경제가 어렵고 경제난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서둘러 집행하겠다고 절차를 위반하고 성급한 판단으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지 않도록 관료의 책임성을 더욱 요구해야 할 때이다. ‘적극행정면책제도’는 행정에 대한 관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포기하는 정책이자 그 동안 정부가 목소리 높여 외쳐온 법치주의에 반하는 정책에 다름 아니다. 경제난 극복의 첫걸음은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를 들려주어 업무추진을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책임성을 높이고 성과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한 일이다. 적극행정 면책제도는 재고되어야 한다.

TSe20081217_책임지지않는관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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