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관료감시 2007-01-11   3528

우리 시대 마지막 성역 ‘김앤장’, 그들이 나서면 안되는 게 없다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④] 로펌으로 간 퇴직관료

정부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문제는 그동안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에 대한 심층 분석이나 개선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투명사회팀과 함께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를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오늘은 그 네번째로 경제관료의 대형 로펌 재취업 실태와 함께, 이들과 로펌 간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를 파헤친다. <편집자 주>

2006년 12월 7일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회견장. 박영수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변양호와 외환은행장 이강원 등이 론스타와 유착돼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을 부당하게 낮췄다. 이를 통해 외환은행 자산을 저평가해 정상 가격보다 최소 3443억원, 최대 8252억원의 낮은 가격에 매각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변양호 전 국장의 ‘윗선’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론스타의 법률 자문사인 김앤장법률사무소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 같은 발표에 기자회견장은 웅성거렸다.

‘재경부의 일개 국장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을 주도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헌재 전 부총리와 그가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이 개입한 증거를 못 찾은 건가, 안 찾은 건가.’

결국 검찰은 지난해 3월부터 8개월간 총 100여명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다. 윗선 개입을 확인하지 못함에 따라 ‘몸통’은 없고 변 전 국장이라는 ‘깃털’만 남겼기 때문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활동하며 외환은행 헐값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해온 이대순 변호사(법무법인 정민)는 “이 사건이야 말로 우리시대 ‘마지막 성역’으로 남은 김앤장의 힘과 그들이 드리운 그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고 말했다.

퇴직관료 없는 대형 로펌은 영업도 힘들 정도

 

이헌재 전 부총리, 한덕수 전 부총리, 김병일 전 공정거래위 부위원장,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최명해 전 국세심판원장….

이들은 김앤장의 전·현직 고문이다.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의 고문제도는 고위직 정부관료를 고액의 연봉을 주고 영입한 뒤 이들에게 각종 자문을 맡기는 제도다. 이제는 고문들이 없으면 로펌의 영업이 힘든 상황이 될 정도다. 그리고 이를 선도해 온 곳이 바로 김앤장이다.

<오마이뉴스>가 참여연대와 함께 정부부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경제관련 부처에 근무하다 퇴직 후 대형 로펌으로 재취업한 4급 이상 관료는 34명이다.

이 가운데 김앤장으로 옮긴 경제관료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34명 중 10명이 김앤장에 취업했으며 세종(6명), 광장(3명), 서정(3명), 율촌(3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퇴직 전 부처를 살펴보면 공정위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국세청(9명), 재경부(6명) 순이었다.

이들은 이전 정부부처에 몸담았을 당시 직위에 따라 로펌에서 실장, 전문위원, 고문 등의 자리를 꿰찬다. 특히 김앤장은 막강한 엘리트 출신 인사를 거의 독식하다시피 고문으로 앉혀 놓고 있다.

김앤장, 엘리트 출신 정부 관료 독식

해당 인사의 실무능력을 감안하더라도 관련 부처의 전관예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실제 영입인사 면면을 살펴보면 김앤장으로 재취업한 공정위 출신 전원이 심판 및 송무 관련자로 관련 정부부처와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또 재경부와 국세청 출신 관료 가운데 대부분은 법인세 담당 업무를 수행했던 이들이다. 이는 대형 로펌의 매출을 좌우하는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들을 영입했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무엇보다 김앤장의 관료 영입 문제가 세간의 관심으로 떠오른 것은 외환은행 헐값매각을 둘러싼 론스타-김앤장-이헌재 전 부총리 사이의 인맥관계가 드러나면서부터다.

주지하다시피 이 전 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초대 금감위원장과 재경부 장관을 지낸 뒤 2001년부터 김앤장 고문을 맡았다. 이후 참여정부에서도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뒤 퇴임 후 다시 김앤장에 몸담았다.

그리고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자문사로 있으면서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 등 정치권 일각에서 김앤장이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승인과 관련 재경부에 보낸 법률 검토 문건대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김앤장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을 푸는 열쇠로 떠올랐다.

이는 일각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몸통으로 이헌재 전 부총리와 그가 고문으로 있던 김앤장을 지목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인 이찬근 인천대 교수(무역학)는 “이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김앤장 고문으로 있던 이헌재 전 부총리가 인맥을 활용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겠냐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라며 “김앤장을 중심으로 한 파워앨리트들의 담합 의지를 파헤치는 게 외환은행 불법매각 수사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가 결과 ‘몸통’으로 지목된 이 전 부총리와 김앤장은 쏙 빠졌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은 당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뒤 “한편의 허무개그를 보는 듯 했다”며 이를 비꼬았다.

김앤장, 작년 10대 대형 M&A 가운데 7건 독식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은 김앤장의 힘과 그늘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여기에 김앤장의 힘은 이처럼 의뢰인과 관과의 연결통로 구실에 그치지 않는다. 김앤장은 지난 해 국내 대형 인수·합병(M&A) 법률자문시장을 거의 싹쓸이 했다.

초대형 딜이었던 LG카드와 대우건설을 비롯해 외환은행, 한국까르푸, 월마트코리아,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지난해 10대 대형 M&A 딜 가운데 7건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202억달러어치다.

이 가운데 외환은행의 경우 인수자인 론스타는 물론 인수희망자였던 국민은행측도 모두 자문했다. 지난해 10대 M&A 딜 가운데 한 법률회사가 매수자와 매도자 양측을 모두 자문해 준 사례는 외환은행뿐이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 전문위원은 “이는 동일사안에 대해 상대방을 동시에 자문함에 따라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선진금융기법이 자리 잡은 외국에서는 극히 드문 일이다”고 말했다.

김앤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엘리스 쇼트(46) 론스타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45) 론스타 아시아지역 고문변호사의 변호를 담당하는 등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변호도 도맡다시피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와 김앤장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라는 제목의 자료집을 낸 바 있는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앤장 힘의 배경에는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이어지는 부적절한 인맥관계가 깔려 있다”며 “무엇보다 고문이나 전문위원이라는 이름의 퇴직 관료들의 능력이 김앤장이 지닌 또 다른 힘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앤장 “정부관료 영입 윤리적 문제 없지 않나”

이 같은 사회 일각의 우려 목소리에 대해 김앤장 측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앤장 관계자는 “원래 법률사무소는 변호사들이 운영하는데 전문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한 자문을 해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정부인사 영입을 바라봐야지 특정 사건을 인맥을 동원해 해결하고, 그런 차원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나친 정부관료 영입에 따른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관료 영입과 관련한 제도적 규제가 있다면 우리도 여기에 따르겠지만 현재로선 고문제도가 법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부당하다는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여기에 법 체계의 미비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법무법인은 취업제한 대상 업체에 해당하지 않아, 퇴직관료가 로펌에 취업할 경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취업제한 대상 업체는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앤장처럼 규모가 큰 일부 로펌은 합동법률사무소 등의 형태로 운영해 외형거래액이 축소돼 취업제한 업체에서 제외된다. 또 위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기업이나 개인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의 특성상 퇴직관료가 수행했던 업무와 ‘직접적인 업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취업이 허용되고 있다.

변금선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는 “정부부처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법무법인에 재취업할 경우 관련 업무의 공정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퇴직관료의 법무법인 재취업에 대한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으로 재취업한 정부 관료와 이들을 영입한 로펌을 비판하는데 있어 핵심은 단순히 이직 그 자체가 아니다. 이들 사이의 부적절한 유착관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사회·경제적 손실이 정작 밝혀내야할 핵심이다.

여기에 애초에 이들이 이런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것이 어쩌면 ‘몸통’은 없고 ‘깃털’만 남은 론스타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인지도 모른다.

김연기 기자(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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