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9-10-27   3117

한승수 전 총리 ‘김앤장’ 복귀, 혹시 윤증현도?

한승수 전 총리가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고문으로 취업했다. 공직자 윤리법은 ‘퇴직후 취업제한’ 제도를 통해 퇴직공직자가 업무연관성이 밀접한 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막고 있으나 한승수 전 총리의 김앤장 행을 막지 못해 제도의 허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김앤장이 어떤 곳인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영향력 순위가 바뀌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 최대의 로펌인 것은 틀림없다.

‘법조계의 삼성’으로도 불린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헐값 인수·매각 사건’같은 권력형·초대형 ‘비리’마다 등장하는 ‘대형비리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  회전문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는 한승수 전 총리

 전직관료의 블랙홀 ‘김앤장’

그리고 또 하나의 별명이 있다. ‘전직 관료의 블랙홀’이다.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헌재 부총리 등이 퇴임 후 김앤장에 영입됐던 바 있다. ‘김앤장’은 고위퇴직관료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한승수 총리처럼 관료로 퇴직 후 김앤장으로 갔다가 정부 출범 후 다시 고위공직자로 돌아온 이명박정부 ‘회전문인사’만 따져도 한승수 전 총리를 비롯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한덕수 주미대사, 서동원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김회선 전 국정원 2차장 등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자문’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직위-부처와 업무연관성이 밀접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특히, 윤증현 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김앤장 고문경력이 문제가 되자 김앤장도 못가게 하면 어떡하느냐며 “공직 그만두면 모래바닥에 코 박고 죽어야 하나”고 말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윤 장관은 김앤장 고문 당시 6억원대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장관의 말을 뒤집어보면 김앤장은 모래바닥에 코 박고 죽지 않게 해준 윤 장관의 은인인 셈이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 일하나?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앤장 측에서 22일 “한 전 총리가 고문 자격으로 일하게 됐다”며 “한 전 총리는 총리 취임 이전에도 김앤장에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이번에 다시 복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김앤장으로 복귀한 한승수 전 총리는 이제부터 김앤장을 위해 일할 것은 확실하다. 공식적으로 경제자문에 대가를 받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김앤장 고문이 단순히 지식만을 제공하는 일일까?

그러면 윤증현 장관은 지금 누구를 위해 일하는 걸까? 본인의 말처럼 고액을 주는 것도 아닌 정부를 위한 걸까? 아니면 모래바닥에 코박고 죽을 뻔한 것을 살려준 김앤장을 위해서일까? 한승수 전 총리의 복귀를 볼 때 본인이 원한다면 장관퇴임 후 김앤장으로의 ‘복귀’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언제 그만둘지 모를 고위공직자가 퇴직 후 취업이 보장된 회사의 요구가 있다면 무시할 수 있을까?

퇴직공직자 이해 충돌 막기 위한 퇴직 후 취업제한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에서는 재산공개대상의 고위공직자가 퇴직 전 3년간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업체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퇴직후 취업제한’제도를 두고 있다.

‘퇴직후 취업제한’은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한 제도로 퇴직 전 공직에 있으면서 취업할 업체를 위해 업무에 편의를 봐주거나 동료 또는 선후배에게 로비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또, 퇴직 후에는 기존 소속기관에 대한 로비스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그럼 한승수 총리의 취업은 왜 허용되었을까?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자본금 50억이 넘고 매출액 150억원이 넘는 회사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앤장이나 로펌처럼 자본금이 작은 회사는 매출액이 아무리 크고 업무 연관성이 커도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

윤증현 장관의 김앤장 복귀는 막을 수 있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후 김앤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까?

현재 국회에는 9개의 공직자윤리법이 계류되어 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국무총리 등 고위공직자가 로펌-법률사무소 등에 취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경우에 김앤장에 취업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외에도 김동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도 퇴직 후 취업제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지난해 8월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했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는 “퇴직공직자가 재취업하는 경우 ‘일정액 이상 보수를 조건으로 취업하는 경우’에도 취업을 제한”하고 있었다. 제한기준이 되는 보수를 시행령에 위임하도록 되어 있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는 2억원을 기준으로 삼으려 했던 모양이다. 이 경우에도 한승수 전 국무총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한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같은 해 11월 퇴직후 취업제한제도의 개선책을 모두 뺀 안을 재입법예고하고 공직자윤리법은 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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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윤리법 개정하여 공직자 이해충돌 해소해야

현재의 ‘공직자윤리법’으로도 제한할 수 있는 경우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온정적 판단으로 제한하지 못하고 있다. 참여연대가 지난 10월 5일 발표한 ‘퇴직후 취업제한 보고서 2009’에 따르면 올해 3월 업무연관성이 밀접한 산업은행총재의 GM대우 사외이사취업을 취업승인을 통해 허용하였다. GM측은 현재 우리 정부 및 산업은행에 1조 9천억 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기업규모 등이 조건에 맞고 업무연관성이 큰데도 업무연관성이 밀접하지 않다며 취업을 허용한 사람만도 조사대상 152명 중 22명이나 된다.

참여연대는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취업제한제도강화뿐만 아니라 운영도 중요하고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행위 자체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쨌든 현재의 공직자윤리법이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번 한승수 전 총리의 ‘김앤장’ 복귀로 당사자의 ‘양심’에 맡겨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해졌다.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하여 공직자 이해충돌을 해소해야 한다.

윤증현 장관도 퇴임후 김앤장으로 복귀할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강성종 민주당 의원은 윤증현 후보자에게 “퇴직하면 또 김앤장에 들어갈 건가?”라고 묻자 윤증현 장관은 “지금은 아직 생각 안 해봤다”고 대답했다. 당시에는 임명이 안된 후보자 신분이어서 분명히 말하기도 어렵고 임명 전부터 퇴직 이후를 생각한다는 비판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다시 “또, 김앤장에 들어갈 건가?” 묻는다면 윤 장관의 대답은 무얼까? 정말 고민될 것 같다. 지금은 자신의 상관이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총리를 그만둔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김앤장에 ‘복귀’한 관행을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현직에 있는 만큼 이해충돌이 확실한 김앤장에게 또다시 들어간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직자 이해충돌의 문제를 해결하고 윤 장관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공직자윤리법개정을 서둘러야 할 때다. 물론 윤 장관이 김앤장에 못들어간다 해도 모래바닥에 코박고 죽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윤증현 장관은 퇴직 후에도 국가로부터 적지 않은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다.

장정욱 행정감시센터 간사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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