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9-09-22   1599

공직자 재산검증기사가 사라진다?

앞으로 고위공직자의 재산 검증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행정안전부는 공직자 재산공개시 보유토지의 지번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대로 시행규칙이 개정된다면 공직자의 재산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번 미공개하면 재산형성과정에 대한 사회적 검증은 어려워

지번이 공개되지 않으면 부동산 관련 재산검증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고위공직자의 재산검증을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 등기부등본이다. 등기부등본의 거래내역은 직위를 통해 얻게 되는 정보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취득과정 매각과정에서 부정한 행위는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가 된다. 그런데 지번이 공개되지 않으면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직자윤리법은 국회의원과 1급 이상의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재산의 등록과 공개가 공직자윤리법의 목적인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도 재산의 등록과 공개만을 담당할 뿐 등록재산에 대한 실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으며 재산의 형성과정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지 않다. 고위공직자의 인사과정에서 재산형성과정이 검증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회에서 이뤄지는 국무위원과 일부 권력기관장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이 검증을 하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에 이뤄지고 대상도 한정되어 있다. 결국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직자의 재산은 공개되고 있지만 언론-시민단체 등의 사회적 감시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공직자 재산공개 분석자료_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정부는 사회적 감시의 중요성을 모르나?

그런데 정부는 재산공개를 통해 이뤄지는 사회적 감시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 개인정보 및 재산권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재산공개시 토지지번을 생략한다는 것이다. 물론 공직자의 개인정보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직자윤리법의 재산등록-공개제도 자체가 공직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일부 침해하더라도 사회적 감시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또, 재산공개가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재산공개대상공직자는 6천 여 명으로 전체 공직자의 0.03%에 해당한다. 그리고 국무위원과 1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들이다. 정부는 권한과 책임이 큰 만큼 개인에게 부과되는 의무도 큰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공직자윤리제도의 후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여야의원들도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은 “고위 공직자는 개인적인 사생활 보호보다 국민에 대한 책임, 도덕성, 투명성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재산 공개는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후퇴하는 인상을 주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기정의원도 “개인의 공개제도가 애초에 투기 감시를 해서 투기를 억제해보겠다는 취지가 큰다.”며 “재산 공개 제도는 넓혀지고 확대되고 투명화돼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재산공개, 스스로 부패를 조심하게 만들어

재산공개제도는 고위공직자의 재산이 얼마큼 인지 살펴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재산이 많고 적음도 국민들의 궁금증을 채워주는 한가지는 되겠지만 원래목적은 공직자윤리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보’ 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재산이 공개됨을 통해서 공직자 자신이 스스로 부정한 재산 증식을 하거나 사익을 위한 정책결정을 하는 것을 조심하게 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사회적 감시를 통해 검증하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입법예고는 개정에 앞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다. 시민사회는 물론 정치권의 반대도 분명한 만큼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어서 지번 공개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언론에서 고위공직자 재산검증에 대한 기사를 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공직사회가 깨끗해져서가 아니라 공직자재산공개제도가 후퇴해 정보접근이 차단되기 때문이라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다.

행정감시센터 장정욱 간사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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