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국가정보원 2019-11-26   1913

[연속기고] 국정원 수사권 폐지해야 할 이유 ①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 또다시 나올 수 있다

해당 기고문은 2019.11.26.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링크바로가기]

 

국정원, 불법 저질러도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다

국정원 수사권 폐지해야 할 이유 ① 서울시공무원간첩조작 사건 또다시 나올 수 있다

국정원의 수사권 이관(폐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며 중요한 권력기관 개혁방안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법 개정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원법 처리가 지지부진한 사이 국정원이 또다시 대공수사를 명분으로 프락치를 활용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만들기 위해 증거를 날조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국정원이 대공수사를 명분으로 권한을 남용한 사례를 중심으로 ‘국정원 수사권을 폐지해야 할 이유’에 대해 연속기고를 진행합니다. [편집자]

 

 

▲  2013년 2월 27일 자 <동아일보> ⓒ 동아일보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은 2012년 10월 30일 한국에 입국한 유가려(유우성의 여동생)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수사관들이 합동신문센터 독방에 감금하고 약 두 달에 걸쳐 고문하면서 만들어낸 간첩 조작 사건이다.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정원 개혁을 이야기할 때마다 항상 언급되는 사안이다. 박정희나 전두환 시대는 학생운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과 재일동포들이 주로 간첩 조작의 희생양이었지만 탈북자들이 증가한 최근에는 탈북자들이 간첩 조작의 주된 희생양이 되었다.

 

간첩 조작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부터 국정원까지 큰 변화가 없다. 이처럼 간첩 조작이라는 중대 범죄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견고하게 유지되며 계속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을까?

   

2013년 2월 25일 박근혜가 제18대 대통령에 취임한 바로 다음 날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이 요란하게 보도됐다. 당시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조직적인 댓글공작이 탄로 난 국정원은 큰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서울시에 침투한 간첩을 발각했다는 선정적인 보도는 반향을 일으켰고 위기에 빠졌던 국정원은 한순간에 존재의의를 과시하였다. 대통령 취임식 바로 다음 날, 그것도 국정원이 대통령선거에서 한 댓글공작으로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을 때 조작한 간첩 사건을 발표한 것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탈북자 이용해 허위 진술 만들어낸 국정원

 

유우성은 2004년 중국과 맞닿아있는 함경북도 회령에서 탈북했다. 북한에서 4대째 살고 있던 화교 출신으로 북에서 의사 생활을 했지만 남한에 들어와 선진의학을 배워 남한과 북한의 의학을 접목시키는 노력을 하고 싶어 탈북했다.

 

하지만 유우성이 북한에서 화교 신분이었다는 것을 국정원은 탈북자들을 조사하면서 파악하고 있었다. 유우성이 2006년 5월경 회령의 어머니와 통화를 하던 중 전화가 끊겼고, 그다음 날 친척과의 통화에서 유우성은 어머니가 자신과 통화하던 중에 북한보위부의 전화 단속에 걸려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우성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북한 회령으로 들어갔다.

 

유우성이 북한 회령에 들어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고 나온 것은 곧바로 탈북자 사이에서 소문이 돌았고 2007년경부터 국정원은 본격적으로 유우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였다. 그런데 당시 수사기록을 보면 국정원의 조사방식은 터무니없었고 탈북자들을 이용한 허위진술 청취는 황당하기까지 했다.

 

유우성은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러 2006년 5월 말 단 한 번 북한 회령을 다녀왔는데 유우성을 북한에서 다른 시기에 목격했다는 여러 탈북자들의 허위 진술이 이루어졌다. 너무나 황당한 내용의 진술이지만 국정원은 탈북자들을 이용해 유우성의 행위와 완전히 동떨어진 허위 진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허위 진술을 만들어내도 객관적인 대공 혐의가 없자 국정원은 자신들이 수사했던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닌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이첩했고 검찰은 유우성을 국가보안법 위반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위반죄로 불기소했다. 이는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불씨를 인위적으로 살려놓은 것이다.

 

유우성이 서울시 공무원으로 취업한 2011년 5월 이후 국정원 직원이 접근하여 유우성과 친교를 맺고 유우성은 국정원 직원에게 여동생을 데리고 들어오는 문제를 상의했다. 국정원 직원은 여동생을 데리고 들어오면 도와주겠다며 여동생을 데리고 들어오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여동생이 2012년 10월 30일 제주도로 입국하자마자 유우성은 국정원 직원에게 여동생 입국 사실을 알리며 잘 부탁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당일 제주도에서 국정원합동신문센터에 도착한 여동생은 11월 1일부터 조사를 받고 5일경부터는 각종 구타와 욕설, 잠 안 재우기, 협박, 거짓말, 회유 등 국정원 수사관으로부터 온갖 고문을 당해가면서 오빠와 자신의 간첩행위에 대하여 허위진술을 강요당하게 된다. 여동생은 4번에 걸쳐 오빠가 밀입북을 했고 3회에 걸쳐 탈북자명단을 북한보위부에 넘겼다는 완전히 허위 내용의 진술을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보인 국정원 수사관들의 불법적인 행태는 참으로 경악스러웠다.

 

유우성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국정원의 여러 위법행위가 드러났고 여동생의 허위 진술 경위가 드러나 2013년 8월, 유우성은 국가보안법 9개 죄목에 대하여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검찰은 곧바로 항소하고 국정원은 1심 재판을 뒤엎기 위해 중국 공문서 3종류를 차례로 위조하여 재판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조 사실 역시 2014년 2월 중순경 만천하에 드러났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유우성을 오랜 세월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간첩이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여동생이 남한에 들어오자 합동신문센터에 구금한 채 외부와 완전히 단절시키고 고문 등을 해가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을 만들어가면서 간첩을 조작했다.

 

정보기관의 밀행성 이용해 불법 수사 해도 아무런 통제 없어 

 

▲  2013년 12월 국정원의 댓글 대선 개입을 규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모습 ⓒ 참여연대

 

국정원은 탈북자들에 대한 정보를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남한에 들어오면 반드시 국정원 합동신문센터와 하나원을 거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취합된 탈북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국정원에 축적된다. 그런데 국정원은 탈북자의 여러 정보를 독점한 채 간첩 조작의 직접 대상자로 삼거나 조작사건에서 탈북자들에게 허위진술을 유도하고 위증을 교사했다.

 

국정원은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자금사용에 제한이 거의 없고 자신들의 요청에 따르는 탈북자들에게 금전적인 이득도 제공했다. 생계유지가 힘든 탈북자들에 대한 경제적 이득의 제공은 간첩 조작 부역에 큰 유인으로 작용하였다. 정보기관의 밀행성을 이용해 불법 수사를 해도 아무런 통제도 없었다.

 

서울시공무원간첩사건에서 여동생에 대한 변호인 접견권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여동생이 독방에 구금되어 외부와 무려 6개월 동안 완전히 단절된 채 온갖 불법행위를 당했지만 이런 불법 상태에 대해 국정원은 문제의식이 없었다.

 

간첩 조작을 해도 조직의 밀행성을 앞세워 조작행위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였고, 심지어 탄로가 나더라도 온갖 구실과 은폐로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나 불이익을 피해갔다. 국정원 수사관에게 주어지는 포상금과 승진 혜택은 간첩 조작의 불순한 동기가 된다.

 

국정원은 정보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기관이 정보 이용에 대한 외부적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수사까지 진행하므로 원하는 결과를 위해 얼마든지 정보를 왜곡하고 불법적으로 이용해도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다. 작위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기획된 의도적인 정보수집과 정보 왜곡은 더 큰 조작사건을 만들기도 했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정보를 다루면 된다. 정보 취득 과정에서 확인한 대공 혐의는 고발을 하고 획득한 정보와 자료를 경찰 등 수사기관에 제공하면 된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폐지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양승봉 변호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았으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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