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기록개혁 2004-05-31   2275

[기록이 없는 나라 ①-2] ‘조선왕조 5백년’ 저자 신봉승씨

“정부가 기록 남기지 않는것은 후세에 중대과오 저지르는 것”

##photo-1-right> “국무회의 발언내용을 일일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 것은 고위관료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풍토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공직자 자격이 없습니다.”

대하소설 ‘조선왕조 5백년’ 저자이자 방송 시나리오 작가인 신봉승씨(70)는 정부가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는 것은 후세에게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예를 들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발언한 내용이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진보 진영의 공세를 의식해서 발언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사회지도층이 될 자격이 없다고 공박했다.

“조선왕조 500년 기록은 한마디로 완벽합니다. 왕의 발언은 물론 관료들이 왕을 공격한 내용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사관들은 모든 회의에 참석해 사실대로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예들이 오늘날 왜 이렇게 추락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그는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조선왕조실록 드라마가 나갈 때의 일화를 예로 들었다. “당시 모씨 종친회에서 자신들의 조상이 드라마에 나온 것 같은 악행을 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제작을 방해했다. 이에 종친회 대표들을 불러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완강하던 대표들도 기록을 직접 들여다보고는 기세가 누그러졌다고 한다. 그만큼 조선왕조실록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의 일화도 소개했다. 강 전 총리 입각후 첫 국무회의를 열 당시 청와대 비서들이 배석한 것을 보고 “국무위원이 아닌 분들은 나가 달라”며 퇴장시켰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해 그 당시 기록을 찾아봤더니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강 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물었더니 ‘허허’하고 웃더라는 것. 기록이 없어 야사(野史)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 기록은 역사인 동시에 국민들에게 규칙을 정해주는 것입니다. 대통령중심제니 만큼 노무현 대통령이 나서서 기록을 제대로 남기라고 지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조선왕조실록이란…>

王주변 모든 사실 기록…97년 세계기록유산 지정

조선 태조때부터 철종때까지 472년간의 역사적 사실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사서(史書). 1997년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할 만큼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국보 제151호. 1893권 888책으로 이뤄져 있고 서울대 규장각에 소장돼 있다.

사관은 사초(史草)를 바탕으로 임금 주위에서 일어난 모든 사실을 그대로 기록했고 때로는 춘추필법(春秋筆法)에 따라 과감하게 비판했다.

사관이 왕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실록을 편찬할 수 있도록 임금은 전대의 실록을 전혀 볼 수 없도록 했다. 왕조실록 편찬은 대개 전왕이 죽은 후 다음 왕의 즉위 초기에 이뤄지는데, 춘추관 내에 임시로 설치된 실록청에서 맡았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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