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7-05-30   1371

<안국동窓> 한화그룹 경찰로비의 몸통 최기문 전경찰청장

최기문 전경찰청장(현 한화 고문)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하여 핵심 로비스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금요일 경찰이 발표한 자체 감찰 결과에 따르면 최 전청장은 홍영기 전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하여 수사지휘부에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청탁했다고 한다.

퇴직후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고위 공직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최전청장은 퇴직 관료의 역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최전청장은 노무현 정부의 첫 번째 임기제 경찰청장이었다. 2005년 1월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3개월여 임기를 남겨두고 전격사퇴한 바 있다. 최씨는 2007년 1월 재벌기업인 한화그룹의 고문으로 취업하였다.

때마침 올해 3월 초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벌어졌고, 전직 경찰청장 최기문씨는 고문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최전청장의 활약으로 보복 폭행사건은 묻히는 듯 하였으나 4월 말 일부 언론의 보도로 경찰이 전면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

이후 경찰의 감찰 결과를 통해 최씨는 사건 무마 로비의 ‘핵심’으로 지목되게 되었고 검찰의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퇴직관료의 역할은 대 정부 로비 창구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때 퇴직공직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퇴직 관료가 전문성을 살려 기업에 취업하여 실제 업무를 수행하며 나라 경제에 기여한다면 이는 장려되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퇴직관료는 고문 등의 이름으로 현직에서 확보한 정보와 인맥을 이용해 대 정부 로비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퇴직 관료들은 친목을 핑계로 전화를 하거나 식사와 술자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직 공직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이 접촉과정은 사생활의 영역과 겹쳐 있어 이번처럼 수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그 전모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접촉과정에서 향응 등이 제공되고 업무와 관련된 정보와 청탁이 오가지만 금품수수가 없다면 처벌하기 어렵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현직공직자와 부적절한 접촉을 갖더라도 이를 제한하는 어떠한 규정도 없기 때문이다.

전직 관료가 특정기업의 이익을 위해 현직에서 얻은 정보와 인맥을 활용할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기업들이 퇴직관료들이 수집한 직무 관련 정보를 기업 활동에 활용하거나 퇴직 관료를 통해 현직 관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유리하게 정책을 왜곡할 경우 공익을 해칠 수 있다.

직무관련 정보를 얻지 못한 기업은 퇴직관료를 활용하는 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또한 퇴직관료가 현직관료와 접촉하여 정책 결정이 변경될 경우 공직자의 업무 수행의 공정성은 의심받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삼성 등 대기업들은 고위관료와 퇴직 판검사들을 꾸준하게 영입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를 영입하는 이유가 정보 수집과 정책 결정 및 재판 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임은 삼척동자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3년간의 업무와 관련된 회사에 2년간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이마저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퇴직공직자의 업무연관성에 대한 판단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117명의 취업확인 요청자 중 단 두 명에게만 취업을 제한하였고, 업무연관성이 있는 경우라도 박병원 전 재경부차관과 같이 취업승인제도를 통해 취업하고 있다.

최전청장은 지난 2005년 1월 퇴직하고 올해 1월 한화그룹에 고문으로 취업하였기에 퇴직후 취업제도로 이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 일정기간 취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퇴직공직자가 대정부 로비스트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퇴직공직자의 부적절한 현직공직자 접촉 금지해야

퇴직 공직자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현직 공직자와 전화 혹은 식사 자리 등을 통해 접촉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이해충돌을 발생시키고 업무수행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 공직에서 선배이거나 상급자였던 퇴직관료가 업무와 관련하여 접촉해올 경우 이를 현직 공직자자 스스로 접촉을 거부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의 경우 전직 경찰총수인 최기문씨가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는 전화를 했을 때 이를 매정하게 ‘그럴 수 없다’고 끊을 수 있는 경찰 간부가 있었을까? 청탁은 원래 인간적인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청탁이 단지 부탁으로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 항상 향응 제공과 금품수수, 자리보장 등 대가가 뒤따르게 되고 이는 범죄행위이다.

미국의 경우 업무와 관련해서 퇴직공직자에게 현직공직자를 접촉하지 못하도록 이해충돌 방지의무를 두고 있다. 업무와 관련하여 퇴직공직자가 현직공직자와 접촉할 경우 필연적으로 이해충돌이 발생하므로 아예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현직공직자에게는 퇴직공직자가 업무와 관련해 접촉해올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번 사건은 전직 관료의 업무와 관련된 로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서울경찰청장이 사퇴하고 많은 경찰 간부들에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었음에도 경찰 내부에서 이택순 경찰청장에 대한 자진사퇴론이 나올 정도로 조직 전체가 위기에 빠져있다.

재벌의 로비에 의해 보복폭행 사건이 은폐되고 경찰 수사가 축소되었음을 안 국민들의 분노는 또 어떤가.

최소한 퇴직공직자가 퇴직 전 수행한 업무 혹은 소속기관의 업무와 관련하여 현직공직자와 어떤 규제도 없이 접촉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더불어 현직 공직자들에게는 퇴직 공직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접촉해올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하여 이해충돌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이재근 (행정감시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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