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9-06-22   1862

[칼럼] 촛불 NO, 가스총 YES?

취임 100일 맞은 강희락 경찰청장
경찰 스스로에게 ‘엄정한 법 집행’ 해주길

행정감시센터 신미지 간사

지난 16일은 강희락 경찰청창의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다.

3월 5일 임명을 앞두고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인사청문회에서 강 청장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과격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법집행이었다”는 발언으로 포석을 깔았다. 그의 100일간의 행적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 김석기 전 내정자에 못지 않았다.

<강희락 경찰청장>

먼저, 취임 직후 기자들이 청와대 성매매사건 축소 및 은폐의혹과 지지부진한 고 장자연 성접대 사건의 수사를 묻을 묻는 자리에서 그는 성매매는 “재수없으면 걸리는 일”, “노총각 기자들 조심해야지 재수없으면 걸린다”등의 발언과 자신도 2001년 경찰 공보관을 끝내고 기자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고 고백해 물의를 빚었다.

4월 30일에는 노동절 집회와 촛불1주년 집회를 모두 금지시키고 “금지된 집회를 문화제 등을 빙자해 강행할 경우를 대비해 집회 장소를 원천 봉쇄하고, 이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현장 검거하고, 붙잡지 못한 사람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죄를 묻겠다”고 선언했다. 그 발언에 힘입은 경찰관들이 시위대와 시민들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외국인 관광객까지 폭행하는 등 폭력진압과 마구잡이식 연행을 해 인권을 무시한 경찰의 폭력, 과잉진압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경찰은 그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마저도 막고, 시민단체 회원들을 강제연행 하였다.

<사진: 오마이뉴스>

절정은 5월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6월 3일까지 계속된 서울광장 봉쇄다. 경찰버스 차벽으로 광장을 봉쇄하고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서 “집회를 여는 시위 주최측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격인가에 따라 선별적으로 열어주겠다”는 위헌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 강제철거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자 “차벽을 해제하라고 지시했는데 1기동단장이 (분향소 부근도) 같이 철거하는 것으로 보고 병력을 투입했다고 보고받았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에게 엄중하게 주의를 줬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경찰은 심지어 6월 10일 범국민문화제 후 강제해산 중 달아나는 시민의 뒤통수를 방패로 가격해 넘어뜨리고 호신용 경봉을 휘둘러 시민과 취재진을 다치게 했다. 하지만 청장을 비롯한 수뇌부들은 시민들에 비해 중무장된 경찰관들의 폭력, 과잉진압을 암묵적으로 허용해왔고 오히려 부추긴 것에 대한 책임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당일 폭력진압을 한 경찰관 개인의 잘못으로만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6월 15일 보수단체들의 집회에서 경찰은 사뭇 유연하게 대응했다. 국민행동본부 애국기동단 회원들은 군인복장에 가스총과 3단봉으로 무장하고 덕수궁 대한문 앞의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강제철거하겠다고 몰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이 가스총 3발을 발사하고 50여명의 애국기동단원들이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경찰들을 향해 돌진하는 등 명백한 폭력행위를 했음에도 경찰은 별다른 진압을 하지 않았고, 현장검거도 하지 않았다.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기간 동안 아이가 든 촛불 한 자루도 폭력집회 용품이라고 들지 못하게 했던 경찰이다.

<사진: 오마이뉴스>
 

강 청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기보다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마저 폄하하려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작은 질서부터 잡아야 큰 질서를 잡을 수 있는 만큼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강 청장의 모습은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일관되고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한 모습이 아니다. 촛불은 안되고, 가스총은 되는 것이 엄정한 법 집행인가? 친정부 집회에는 한없이 너그럽고, 정부를 비판하는 시위에는 날을 세우는 것은 정당한 법 집행이 결코 아니다.

또한 인터뷰에서 강 청장은 경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 행해지는 과도한 법 집행 논란에 대한 답변으로 “집회시위가 불법화해 폭력을 쓰면 저항이 있더라도 엄정 대처할 것이며,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는 불가피 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를 처음부터 불법으로 만든 것은 폭력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자의적 판단을 근거로, 허가제로 운영되어서는 안 되는 헌법을 위반하고 불허를 내린 경찰이다.

그가 인터뷰에서 말한 “사랑과 신뢰를 받는 경찰”이 되는 것은 그가 말처럼 불심검문 권한을 강화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이 아니라 경찰조직과 경찰청장 스스로에게 엄정하고 국민들의 기본권과 인권에는 너그러울 때 가능할 것이다. 뻔히 엄정하지 못한 법 집행을 하면서 말로만 ‘엄정한 법 집행’을 반복하는 것은 신뢰를 주는 경찰이나 경찰청장이 될 수 없음을 취임 100일을 맞이해 이제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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