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7-03-07   1397

<안국동窓>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이제는 불가능한 것인가?

최근 퇴직 공직자의 취업 문제를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혹은 이해충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까지 고위공직에 있던 박병원 재경부 전 차관과 김종갑 산자부 전 차관이 각각 퇴직하자마자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하이닉스 반도체 사장에 공모하였고 내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종전에도 이따금씩 고위 공직자의 퇴직후 취업 문제가 논란이 되었었는데, 최근 언론을 비롯하여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번 사안이 오랜 기간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소위 “낙하산 인사” 문제와 퇴직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가 뒤섞여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낙하산 인사와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에 있어서 이해충돌은 별개의 문제이다. 낙하산 인사는 공기업 임원 등의 임명에 있어서 정해진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혹은 이를 형식적으로 활용하여) 정부가 마음에 드는 사람(혹은 챙겨야 할 사람)을 사전에 낙점하여 하향식,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공직자의 퇴직후 취업에 있어서 이해충돌의 문제는 “퇴직 공직자자가 퇴직 전 담당하였던 업무와 관련성이 높은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하여 공익을 침해하는 이해충돌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양자가 혼재되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렇지 않고 분리되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양자 모두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으며, 가장 심각한 것은 퇴직한 고위 공직자를 이해충돌이 야기될 수 있는 자리에 낙하산으로 앉히는 것이다. 이것은 양 문제점을 모두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두 전직 차관의 취업 사례를 보면 이러한 최악의 경우가 우려가 아닌 현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외견상 우리금융지주나 하이닉스반도체는 모두 공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를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나름대로 갖추어진 사장공모 절차를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식적인 요건과 절차를 갖췄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하산 인사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공직을 사퇴하자마자 사장 공모에 참가했고 내정설이 나돌았다. 특히 우리금융지주와 하이닉스 반도체는 각각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실질적인 대주주가 정부이기 때문에 설사 과거와 같이 정부의 노골적인 압력행사가 없었다 할지라도 인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설사 낙하산 문제는 시비 거리가 있어 예외로 하여도, 여전히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한다. 참여연대 등이 지적한 것처럼, 두 전직 차관이 수행한 직무는 두 기업과 밀접한 직무연관성이 있다. 그럼에도 두 전직 고위 공직자는 퇴직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들 기업에 취업하였다. 최소한의 냉각기마저 갖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충돌이 야기될 수밖에 없는 자리에 취업한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퇴직 공직자가 퇴직 전 수행한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영리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취업을 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이해충돌을 야기하는 고위 공직자의 퇴직후 취업에 대해서, 엄격하게 규제하여야 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오히려 취업을 승인하였다는 것이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들 두 전직 고위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법상의 예외조항을 들어서 취업을 허용한 것이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은 물론 존립의 근거가 되는 “공직자윤리법”의 규정은 물론 동법 제정의 기본 정신마저 배반하였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공직자윤리법을 준수하여야 할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앞장서서 이를 위배함으로서, 스스로를 부정한 꼴이 되었다.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이들의 취업을 허용하면서, “오해를 살만한 사안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적이 없었다”는 논거를 들기도 하였다. 공직자의 퇴직후 취업제한제도는 과거의 문제를 소극적, 사후적으로 규율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이해충돌의 발생 가능성을 적극적ㆍ사전적으로 예방하고자 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윤리법의 제정 취지는 물론 이해충돌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 동안 시민단체 등에서는 줄기차게 허술한 공직자윤리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의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만들 것을, 퇴직후취업제한제도를 강화할 것을, 그리고 공직자윤리법이 제대로 운용될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온갖 핑계를 대면서 이와 같은 시민단체의 주장을 외면하여 왔다. 그 결과는 바로 이와 같은 문제투성이인 인사로 나타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퇴직후 취업촉진법임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알선기관임을 보여주었을 뿐, 더 이상 공직자의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법이, 위원회가 아님을 증명하였을 뿐이다.

참여정부는 그 동안 많은 일을 하였다고 스스로 주장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은, 언론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윤리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정부가 과연 다른 일들은 얼마나 제대로 하였을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들이 현 정부를 왜 외면하는지, 기대감마저 버리는지 정부 당국자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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