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칼럼(ts) 2007-10-18   1103

<통인동窓> ‘유령 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다

서울시의 퇴출 대상 공무원에 한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 공무원이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그야말로 경악하고 말았다. 어떻게 한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가 공무원이 될 수 있었는가? 더욱이 한글 덕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문맹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지 않았는가? 한글을 읽지 못해도 수행할 수 있었던 업무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렇다면 아예 문맹자 공채를 하는 게 옳지 않겠는가?

우리의 황당한 현실에 새삼스럽게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기도 전에 또 다른 황당한 소식이 다시금 우리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국회 의원회관에 ‘유령 보좌관’이 출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유령 보좌관’이란 무엇인가? 물론 정말로 유령이 보좌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아주 많은 의원들이 크게 혼났을 것이다. ‘유령 보좌관’이란 서류에는 보좌관으로 이름을 올려놓았으나 실제로는 보좌관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그러니까 보좌관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월 300만원 이상의 혈세를 월급으로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보좌관이 아니라 정체불명의 이상한 인간이 바로 ‘유령 보좌관’인 것이다.

이 사실을 보도한 텔레비전 소식에 따르면, 그 소식에서 밝혀진 ‘유령 보좌관’은 유통업에 종사하는 자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유령 보좌관’이 되었는가? 여기에 대단히 심각한 정치적 의혹이 연루되어 있다. 그는 해당 의원의 선거를 조금 도왔던 자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의원이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때 그가 법정에서 한 증언 덕에 그 의원은 위기를 면하고 계속 의원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는 ‘유령 보좌관’이 되었다. 그때부터 벌써 2년 가까이 공무원 신분이 되어 매달 30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소식은 해당 의원이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 증언을 해 준 자를 ‘유령 보좌관’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엄청난 의혹을 제기했다.

이것이 왜 엄청난 의혹인가? 첫째,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관련되어 있다. 선거법 위반은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는 중범죄이다. 둘째,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은폐하기 위한 위증 혐의가 대단히 짙다. 해당 의원이 자기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자에게 위증을 교사하고, 그 자는 ‘유령 보좌관’을 댓가로 기꺼이 위증을 한 혐의이다. ‘유령 보좌관’ 문제는 단순히 혈세를 횡령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심각한 범죄가 아닐 수 없지만, 특히 국회의원으로서는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참담한 범죄이지만, ‘유령 보좌관’ 문제는 그 차원을 넘어선 국법 기만의 중범죄이다. 이런 짓을 저지른 자에게 국정을 맡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짓이 아닐 수 없다.

‘유령 보좌관’은 국기를 문란하게 하고 불신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치적 범죄이자 사회적 범죄이다. 이에 대한 즉각 대대적인 수사와 감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선 해당 의원과 ‘유령 보좌관’의 이름부터 명확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중금속 식료품이나 중금속 아파트에 대한 보도처럼 변죽만 울리는 보도는 불신과 체념을 조장할 뿐이다. 혈세를 지키는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국회의원이 자기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기막힌 범죄의 악순환에 대해 우리는 정확히 알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유령 보좌관’이 밝혀지면서 보좌관 제도의 비합리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텔레비전 방송에 의해 ‘아들 보좌관’에 관한 소식이 새롭게 보도되었다. 아들이 보좌관을 못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아들이 사실상 ‘유령 보좌관’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실업자 아들을 ‘유령 보좌관’으로 만들어서 공무원 신분을 누리고 매달 300만원 이상의 혈세를 받아먹게 하는 그 뜨거운 부정에 그만 ‘안습’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부정이 아니라 범죄일 뿐이다. 아버지 의원은 아들을 ‘유령 보좌관’으로 만드는 범죄를 저질렀고, 아들은 ‘유령 보좌관’이 되는 범죄를 저질렀다. 결국 아버지가 아들도 범죄자로 만든 것이다. 이 점이야말로 정말 ‘안습’의 대상이다.

정권을 누가 쥐느냐의 이전투구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정권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부패 공무원에 이어 문맹 공무원, 그리고 ‘유령 보좌관’까지 나타났다. 의회와 정부, 그리고 공공기관의 비상식적 상태에 그저 혀를 내두를 뿐이다. 불신사회 한국은 분명한 근거를 갖고 있다. 신뢰사회 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헛구호를 내세운 결의가 아니라 불신의 근거를 끝까지 파헤치고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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