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2-04-19   574

“오늘 우리의 민족자주권은 말살당했다”

F-X공동행동, F-15K 선정 국방부 강력규탄 “원천무효” 선언

국방부가 ‘예정대로’ F-X사업의 기종으로 F-15K를 선정했다.

국방부의 발표가 있은 19일 오후 2시 기자회견 직후, F-X사업에 대한 외압의혹의 진상규명과 F-15K 내정철회를 촉구하며 공동행동에 나선 전국 279개 시민사회단체 (이하 F-X 공동행동)는 즉각 국방부 정문 앞에서 국방부 규탄대회를 가졌다. 집회를 시작하기 전, F-X공동행동 대표단은 국방부에 2차 질의서를 전달했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의 이김현숙 상임대표는 “국민의 의혹규명 요구가 있는 가운데 이런 결론이 내려진 것에 대해 할 말을 잃게된다”며 “새삼 한미관계의 불평등성과 우리정부의 취약성을 깨닫게 된다”고 개탄했다.

F-X공동행동의 각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수십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은 이날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국민들을 무시한 F-15K선정 즉각 철회하라”고 연호했다.

국방부의 발표는 “원천무효!”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

국방부 정문앞에서 열린 F-15K 규탄대회 도중 한 수녀가 기도하듯 눈을 지그시 감고있다.

F-X공동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방부의 F-15K선정은 “원천무효”임을 선언했다.

국방부는 2단계 평가에서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가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F-15K의 엔진으로 기존 F-15에는 전혀 장착되지 않은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스(GE)의 제품을 선정한 것이다.

또한 F-15K의 원형인 F-15E가 부품공급 부족 때문에 필요 부품을 기존 전투기에서 떼어다 쓰는 “동류전환(cannibalization)”비율이 다른 기종에 비해 두 배나 높다는 보도가 미국 공군잡지에 의해 알려졌다. 이것은 부품조달에 어려움이 없다는 국방부의 말을 완전히 되짚는 것으로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F-X공동행동은 강력히 비난했다.

* 동류전환(cannibalization) : 업체의 생산중단이나 지연 등으로 공급이 원할하지 못해 부품을 구할 수 없을 때, 다른 항공기를 해체하여 부품을 보급하는 것

특히, 최근 김홍걸, 최규선 씨 등 권력핵심부 인사들의 F-15K 불법 로비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국민적 의혹과 규명의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고 이들 단체들은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F-15K선정의 재가를 거부할 것 △불법로비사실에 대해 수사할 것 △파행으로 치달은 사업의 책임자 국방장관을 파면할 것 △감사원의 감사와 국정감사를 즉각 실시할 것 등을 촉구했다.

조주형 대령의 옥중메시지 “이대로가면 영원히 미국에 종속”

이날 대회에 참석한 조주형 대령 변호인단의 장유식 변호사는 조 대령의 옥중 메시지를 대리 발표했다. F-X사업의 평가과정에서의 외압 및 조작의혹을 폭로한 조주형 대령에 대해서는 얼마 전 공소제기가 이루어진 상태다.

장 변호사는 조 대령의 “이번 결과는 지금까지 국방부가 추진해온 수순 그대로다. 공군을 위한 길을 고려할 때 F-15K는 곤란하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는 미국에 영원히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자주독립을 위해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는 말을 전했다.

문을 열어라!

F-15K선정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국방부에 들어가기 위해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편, 조주형 변호인단은 오늘 보통군사법원에 보석청구를 했다. 또한 공군예비역 163명이 조주형 대령의 조기석방을 위해 서명한 탄원서를 함께 제출했다.

F-X 공동행동은 이날 국방부의 정문 출입을 시도했지만 무장한 전경들에 가로막혀 진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시민들의 “문을 열어라”는 연호에 국방부 관계자는 확성기로 “이러면 안됩니다. 이러면 명백한 불법시위입니다.”라고 외쳤다.

▲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문규현 신부는 이날 대회에 참석하기 전에 어제와 오늘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과의 면담을 시도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 신부는 “청와대는 국방부가 책임지고 할 일이라는 뜻을 내비췄다. 국방부가 청와대의 문턱보다 높다는 걸 알았다. 청와대가 이대로 가만히 있다면 이것은 미국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며 “오늘은 민족자주권이 말살됐다. 비운의 날이다. 죽음의 날이다.”이라고 분개했다. 문 신부는 “자주회복을 위해 우리는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보잉과의 협상이 완료되면 내달 중 사업집행승인(대통령 재가)을 거쳐 F-15K 구매 본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한다. 따라서 F-X공동행동의 향후 대응은 대통령이 재가를 거부토록 촉구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F-X공동행동은 대통령 재가거부 촉구 집회, 1인 시위, 사회원로 선언 등과 함께 대통령 재가 중지 가처분 신청과 같은 법률적 대응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동신 국방장관과 최동진 획득실장 파면 및 구속수사 촉구를 위한 시위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F-15K선정철회를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비롯해 청와대와 국방부, 미 백악관과 보잉사를 상대로 한 사이버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F-X 공동행동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F-15K 선정 국방부 규탄 기자회견문

“의혹규명요구 묵살한 F-15K선정은 원천무효다”

분노의 표적이된 국방부사이트

F-15K 선정 발표를 강행한 이날 국방부 사이트(www.mnd.go.kr)는 이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사이버 시위 등으로 수차례 다운됐다.

온갖 의혹이 난무하고 국민의 반대여론이 빗발치는데도 국방부가 오늘 기어이 F-15K를 차기 전투기로 선정하는 2단계 평가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국방부의 F-15K 선정은 국민의 여론을 철저히 배반, 우롱한 것이자 국가 주권과 국가 이익을 훼손하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선언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번 국방부의 F-15K 선정이 국민들을 완전히 속인 것이기 때문에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

국방부는 2단계 평가에서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의 기준으로 ‘무기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따지겠다고 국민들에게 발표해 놓고서는 정작 F-15K의 엔진으로 F-15에는 전혀 장착되어 있지 않은 미국 제네랄 일렉트릭 제품을 선정하였다. 이는 국방부의 이번 F-15K 선정이 자신의 말마저 뒤집고 국민들을 완전히 기만한 것임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F-15K의 원형인 F-15E가 부품공급 부족 때문에 필요한 부품을 기존 전투기에서 떼어다 쓰는 ‘동류전환’ 비율이 다른 기종에 비해 두 배나 높다는 미 공군협회 기관지 ‘공군’의 보도는 F-15K로 선정하더라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없다는 국방부의 그 동안의 말이 F-15K를 선정하기 위한 한갓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음을 입증해 준다.

이처럼 이번 국방부의 F-15K 선정은 국민들을 속이고 오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원천무효라고 선언한다.

또한 국방부의 이번 F-15K 선정은 F-X사업에 대한 온갖 의혹을 진상규명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철저히 묵살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원천무효라고 선언한다.

그 동안 국민들은 줄기차게 F-15K 선정과 관련된 온갖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힐 것을 청와대와 국방부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F-X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최근 김홍걸, 최규선 씨 등 권력핵심부 인사들의 F-15K 불법 로비 사실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F-X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사실임이 확인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청와대와 국방부는 F-X사업을 중단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해야 마땅한 것이다.

우리는 F-15K 선정을 강행함으로써 또 다시 국민들의 요구를 짓밟은 국방부를 엄중히 규탄하며 온 국민과 함께 강력히 투쟁함으로써 이를 반드시 무효화시키고 말 것임을 천명한다.

또한 이번 국방부의 F-15K 선정은 막대한 국익 손실을 자초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다른 기종에 비해 최소한 3억 5천만 달러나 비싼 도입 가격, 20∼30%나 뒤떨어지는 절충교역 규모, 막대한 예산이 추가로 소요될 운영 유지비 등 F-15K 선정으로 인해 10조원 이상의 국가이익의 훼손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F-15K 선정으로 첨단 기술을 이전 받아 항공산업을 육성한다는 당초 F-X사업 취지도 무색하게 되었다.

이처럼 이번 국방부의 F-15K 선정은 모든 면에서 불리하고 막대한 국익 손실을 자초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를 거부하며 무효화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번 F-15K 선정은 미국 부시정권의 부당한 압력과 보잉사의 불법 로비에 굴복한 것으로 우리 국민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고 굴욕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국방부가 막대한 국익 손실을 자초하고 국가주권을 훼손하며 대미 군사적 종속 강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어이 F-15K를 선정한 것은 오로지 미국 부시정권의 압력과 보잉사의 불법 로비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국가 주권과 국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과 국익을 팔아 자기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영달을 쫓는 김동신 국방장관을 비롯한 사대매국적인 국방부 수뇌부를 온 국민과 역사 앞에 고발하며 반드시 이들의 죄를 물을 것임을 밝힌다.

또한 이번 F-15K 선정은 우리 민족의 간절한 염원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의 북부지역과 중국의 동북지역, 일본의 서부지역까지 공격할 수 있는 고성능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은 북한과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경계심을 한층 불러일으킬 것이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번 국방부의 F-15K 선정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여 국방부의 F-15K 선정에 대한 재가를 거부하는 결단을 내려라!

○ 청와대와 대통령은 김홍걸, 최규선 등 권력핵심부의 F-15K 불법 로비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들을 구속, 수사하고 F-X사업을 파행으로 이끈 국방장관을 파면하라!

○ 청와대와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여 국민적 의혹을 진상규명하고 F-X사업의 타당성을 전면 재검토하라!

○ 청와대와 대통령은 F-X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전면적으로 규명하고 F-X사업을 연기하라!

○ 우리는 국회에 대해서도 국정감사를 즉각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만이 F-15K 도입과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국가주권과 국민적 자존심을 지키며, 실추된 국가위신을 바로 세우고 5조 8천억원의 국민혈세의 낭비를 막는 길이며, 국민여론에 부응하는 길이다.

2002년 4월 19일

F-X 외압의혹 규명 및 F-15K 선정 내정 철회 공동행동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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