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3-05-02   1984

“공직자는 ‘부도덕의 외관’조차도 회피해야 합니다”

참여연대, 진대제 정통부장관에게 공개서한 발송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본부장, 최영도 변호사)는 오늘(5/2, 금)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즉각적인 삼성전자 주식매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참여연대는 공개서한에서 “전임 이상철 정보통신부장관도 KT 사장시절 매입했던 KT 주식과 KTF 주식을 이해충돌이 문제가 되자 장관 취임후 상당한 손실을 보며 매각하였다”고 주장하고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직자의 상(像)은 전문성과 도덕성 모두를 요구한다”며 “삼성전자 주식과 스톡옵션을 지금 당장 매각하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 서한에 이어 인사권자인 대통령, 공직자윤리법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장관, 국회 등에 연속해서 공개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사흘째 12시부터 한시간 동안 정보통신부 앞에서 벌인다. 오늘 1인 시위에는 공개서한의 작성자인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최한수 간사가 참가한다. 참여연대는 아울러 진대제 장관의 주식 매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다음주까지 연장하여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한수 간사가 쓴 공개서한의 전문이다.

진대제 장관님께

공직자는 ‘부도덕의 외관’조차도 회피해야 합니다

저는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에서 일하고 있는 최한수 간사입니다. 제가 오늘 장관님께 이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진 장관께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과 스톡옵션의 즉각적인 매각을 요청하기 위해서입니다.

장관께서 ‘참여정부’ 초대 내각의 정통부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부터 참여연대는 계속해서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s) 해소’를 위해 장관께서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9194주)과 스톡옵션(7만주)의 매각을 요청드렸습니다. 이를 위해 장관님의 결단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었고 지난 29일부터는 매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관께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비서실과 공보관실을 통해 확인해보았지만 ‘장관께서 이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을 전해들었을 뿐입니다.

대신 장관께서는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이해충돌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삼성전자 주식의 관리방법을 묻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의 질의에 “재직할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위해 주식을 신탁해놓은 상태라고 답변하셨습니다. 다만 그 형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답변에서 알 수 있듯이 장관께서도 삼성전자의 주식과 스톡옵션을 보유한 채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이 이해충돌의 문제를 낳는다는 점은 어느정도 인정하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방식이 ‘길을 두고 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관께서 주식과 스톡옵션의 보유가 장관직과 이해충돌을 낳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 다음에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도(正道)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금융기관에 신탁하고 “재임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만으로는 이해관계가 단절되지 않음은 장관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이해충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인 블라인드 트러스트의 핵심은 신탁된 주식에 대해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에 어떠한 형태의 정보교환도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즉 트러스트(trust)보다는 ‘블라인드(blind)’가 핵심인 것입니다. 그러나 현행법상에는 증권투자신탁법에 따라 금융기관이 의무적으로 재산 운용의 내역을 장관님께 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단지 주식을 중간에 사고팔지 않는 것만으로 정보가 단절되고 이해관계가 차단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장관님이 선택할 정도(正道)는 주식을 매각하는 길 뿐입니다.

장관께서는 국회 답변을 통해 “삼성전자의 주식은 반도체가격에 연동”되므로 장관 본인이 “반도체 값을 인위적으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단언하셨습니다.

하지만 장관님, 삼성전자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어디 반도체가격 하나입니까? 예컨데 단말기 보조금만 해도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동통신사업이 속한 정보통신분야는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 순위가 반도체 다음입니다.

앞으로 장관께서 전적으로 내용을 결정할 단말기 보조금 고시에 2GHz IMT-2000 중 W-CDMA(비동기식) 포함할 경우 그동안 보급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고가(高價)의 가격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이로 인해 W-CDMA의 이동전화폰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은 비전문가인 제가 보아도 자명한 일입니다. 이는 한 예에 불과합니다. 결국 정보통신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장관의 특성상 삼성전자와의 접촉면은 무수합니다. 그리고 그만큼 이해충돌의 우려는 더 커질 것입니다.

장관께서는 아무리 공직자라 할지라도 정통부 장관이 된 후 취득한 재산도 아니고 더구나 부정한 수단으로 모은 것도 아닐진데 이해관계를 거론하며 주식과 스톡옵션의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전체주의적 발상’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단 1년도 살아보지 못했지만 장관님께서는 77년부터 미국에서 생활을 하셨고 최근까지 미국 영주권을 유지하고 계셨기 때문에 저보다 미국사회에 대해서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장관님께서는 미국에서 공직에 진출하는 민간 기업의 최고 경영자나 주식 소유자가 공직에 취임하기 전 이해충돌의 원천적인 해소를 요구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예컨데 부시행정부의 래리 톰슨 법무차관은 애틀랜타의 법률기업 ‘킹 앤드 스폴딩’의 파트너로 일하다 법무차관으로 발탁되었습니다. 그는 담당업무와 관련된 기업과 이해관계를 갖지 못하도록 한 이해충돌방지 규정때문에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보유주식과 스톡옵션을 모두 처분하느라 상당한 재산피해를 보았지만 이를 감수하였습니다.

이러한 예는 너무나 많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안관 수석고문은 2001년 3, 4월 자신이 주식을 갖고 있는 인텔이나 엔론, 제너널 일렉트릭 등의 임원들과 만나 에너지 정책 등의 현안을 논의하였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 웩스만 의원은 “로브 고문이 주식투자를 한 기업체의 임원들과 만나 연방정책에 관해 논의를 했기 때문에” 윤리 규정에 저촉되는 것이라며 전례에 따라 법무부에 조사를 맡겨 줄 것을 요구한바 있습니다.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것도 아닌 단순히 논의한 것만으로 문제가 되느냐는 백악관의 반론에 대해 웩스만 의원은 “95년 새뮤얼 버거가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으로 있을 때 주식보유와 관련된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해 법무부로 이관돼 조사가 이루어져 결국 2만 3천달러의 벌금을 낸 사실”을 상기하며 “이 역시 전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멀리 미국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진 장관님에 앞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상철 장관도 KT사장 재직 시절 매입하였던 KT 주식과 KTF 주식 등 8억여원 상당의 주식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며 매각하였습니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 역시 조흥은행의 주식 보유가 민주당 제2 정조위원장의 직위와 이해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참여연대의 지적을 받아들여 이를 전량매각한 전례가 있습니다.

저는 이와같은 이해충돌 해소책을 두고 이를 제대로 운용하는 것이야 말로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인 경쟁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합니다. 주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내부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공직자의 주식보유와 투자를 허용하는 것이 바로 경쟁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수 있고 이는 시장경제의 기반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 장관께서 미국에 계시는 동안 정보통신과 관련된 미국의 최첨단 기술에만 관심을 두신 것은 아닌지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약 진장관께서 공직윤리에 대해 조그마한 관심이라도 보였다면 지금처럼 주식을 계속해서 갖고 계시려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 장관님!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직자의 상(像)은 공직자가 전문성과 도덕성 모두를 갖출 것을 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경영능력과 실적만으로 평가한다는 월가도 ‘엔론사태’를 겪으면서 도덕성을 갖추진 않은 전문경영진이 미국 자본주의의 근본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요즘 앞다투어 ‘윤리경영’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민간이 이럴진데 하물며 이보다 훨씬 엄격한 청렴성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공직은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저는 진 장관님이 CEO로서 성공한 것처럼 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도 성공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보다도 장관님이 행하는 정책을 국민과 정치권이 신뢰를 갖고 협조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러나 장관께서 삼성전자의 주식과 스톡옵션의 보유를 계속 고수하고자 한다면 장관께서 아무리 사심없이 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그 순수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으며 정치권과 국민들은 장관에 대한 신뢰를 거두어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진 장관님!

공직자는 부도덕의 외관조차도 회피해야 합니다. 장관께서 신탁해놓은 삼성전자의 주식과 스톡옵션을 지금 당장 매각하여 주십시오. 이것만이 부도덕의 외관을 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2003년 5월 2일

참여연대 최한수 간사 올림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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