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기타(ts) 2022-05-04   1897

[논평]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발표에 대한 참여연대의 평가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기업⋅민간에 맡기겠다는 윤석열정부 국정방향 우려스러워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대한 평가

 

어제(5/3),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의 근간이 될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국정비전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제시하고, ‘국익, 실용, 공정, 상식’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삼아 6대 국정목표와 20개 약속,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는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 속에서 국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지만 윤석열정부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지향점은 민간, 기업을 중심에 두고 있는 것을 보인다. 정부 대신 ‘기업’과 ‘국민’ 즉, 민간영역 주도의 경제운용을 구상하고 있으며 ‘따뜻한 대한민국’을 표방하며 ‘생산적 맞춤복지’를 내세웠지만 이 또한, 국가 책임의 강화라는 시대적 방향과 역행하는 지향이다. 우리 사회의 심화된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는 지난 수십년 간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의해 누적된 결과임에도 그 해결책으로 재차 민간주도, 규제 완화, 시장화, 재정의 건전화만을 내세운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한편,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실질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는 반면, 군사력 강화와 한미 군사동맹에 치우친 국정과제를 제시한 것 역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5년 간 우리가 목도한 것은 팬데믹 와중에 병상이 없어 죽어간 이들, 장기간에 걸친 방역조치로 삶의 터전을 잃은 소상공인, 오를대로 오른 집값 탓에 안정된 주거를 꾸리지 못하는 수많은 세입자다. 또한, 대·중소기업간 불공정한 거래와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마주하며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공공성 강화와 더 많은 정부의 책임과 역할이다.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기업과 민간에 맡기고 더 적은 역할만 하겠다는 윤석열정부의 국정방향은 대폭 전환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군사력 강화 방향이 아닌 대화와 협상 재개를 위한 신뢰 구축 조치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다음은 참여연대가 모니터링하는 주요 분야에 대한 약평이다.

 

[중소상인]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완전한 회복과 새로운 도약’을 첫번째 국정과제로 삼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대선 공약 폐기에 다름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4월 28일 인수위의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 발표 당시 지적된 문제에 대한 보완은 없고, ‘온전한 손실보상’을 내세울 뿐 손실보상 보정률 100% 적용, 소급적용 등의 내용도 전무하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손실보상은 정부재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채무조정·금융지원도 긴급구제식 채무조정의 마련·시행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대선 공약인 부실채권 매입펀드나 배드뱅크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 상가임대료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하나 임대료 분담제 공약은 후퇴한 것으로 보이고 실현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주거 안정]

주거·부동산 국정과제들은 근본적으로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되었다. 주택 가격은 저금리와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주택과 토지에 자금이 몰려 시장 과열 현상이 발생하면서 폭등했는데, 규제완화, 세금 감면, 민간임대 활성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다. 이는 집부자와 땅부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주거 안정은커녕 오히려 주택시장에 불쏘시개를 던지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추진한다면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주택 시장 안정은 더 요원해질 것이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

국정과제는 전반적으로 재벌대기업의 이익을 강화하는 규제 완화, 자율 규제 위주이다.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전횡방지·기업지배구조 개선, 독점 방지 관련 내용은 사실상 전무한 반면, 오히려 이들의 전횡이나 사익추구를 야기할 우려가 큰 ‘복수의결권 도입’, ‘동일인 친족범위 조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불공정 행위를 ‘자율 규제’, ‘필요시 최소 규제’로 해결하겠다는 기조 역시 그 심각성을 고려할 때 재고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제값받기 과제는 중소기업들이 선뜻 조정요청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 미흡하고,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검토’도 그동안의 갈지자 행보를 볼 때 이행 여부가 의심된다. 이 외에도 소비자 권익 침해에 대응하고, 집단소송, 징벌손배 등 비윤리·불법 상행위로 시민의 생명·재산에 피해를 끼친 기업을 제재할 방안 역시 포함하지 않았다. 

 

[복지]

사회서비스 영역의 민간 중심 제도 재편은 현재의 질 낮은 서비스, 열악한 돌봄 노동자 처우 문제를 더욱 고착화 시킬 것이 명백하다. 한편, 감염병 상황에서 공공의료 부족으로 수많은 인재가 발생했지만 공공병원 확충이 아닌, 민간병원 육성, 공공수가 정책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비대면 진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 의료와 돌봄을 포함한 주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민간과 자본에 대간이 주도하는 시장중심의 사회서비스 확대라는 신자유주의 방식에 기초한 복지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모든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 영역조차 무분별하게 산업화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정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생계급여 인상과 수급자 재산기준 완화 방안 제시는 그마나 다행이나, 그 수준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분명하고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 제도의 근본적 해결방안은 언급조차 없다. 연금개혁도 구체적인 방향 제시 없이 개악을 시사하고 있어 우려된다.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간 중심의 복지정책은 폐기하고, 한국사회의 최우선적 과제인 불평등 문제 해결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세⋅재정]

재정건전성을 재정운용의 최우선 원칙으로 두고 강력한 지출구조 조정 추진을 제시했다.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과 자산·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한데도, 정부 지출 감소와 민간주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지출에서도 민간지출 활성화를 예고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한편, 부동산과 금융 세제 부분은 후퇴 일색이다. 공정시장가액 비율 조정 등을 통한 종부세 약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완화에 더해,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등 자산가에게 유리한 부자 감세 과제를 내놓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재정은 복지를 위해, 세제는 부의 재분배를 위해 설계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수 확보 계획, 적극적 재정 운용을 통한 확장적 복지 정책 시행 계획은 없고, 부자 감세 등으로 세원 위축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불평등 양극화 해결의 의지를 확인할 수 없다.

 

[노동]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슬로건과 달리, 실제 국정과제는 규제 완화, 유연화, 효율과 성과 중심 등 사용자 중심의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며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등을 제시했지만, 이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노동자 건강권 침해·삶의 질 악화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현행 제도를 무력화할 정책에 불과하다. 수 십년 째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산업재해를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는 등 노동을 경제 성장의 도구로 치부하는 친기업적 노동관을 여실히 드러내 노동정책 전반의 후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외교⋅통일]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국정목표로 제시했으나, 한반도 평화를 실현할 실질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 없는 반면, 군사력 강화와 한미 군사동맹에 치우친 과제 위주로 제시하여 우려된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표현이나 과거 실패했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비슷한 ‘비핵화 과정과 연계된 보상 형식의 경제협력’을 과제로 제시한 것은 평화와 협력을 전망하기 어렵게 만든다.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를 제시했지만, 미국 전략자산 전개,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한미 야외기동훈련 재개 등의 과제를 그대로 추진한다면 임기 내내 대화 여건 자체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고, 한국형 3축체계 능력 확보 등 군비 증강 계획들도 안보 딜레마를 심화하고 군사적 긴장을 더욱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미 군사동맹 강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은 동북아시아의 진영 대립과 군비 경쟁을 심화하고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부적절한 과제이며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목표와도 모순된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한 계획으로, 윤 당선인은 구체적인 환수 시기나 방안도 명시하지 않아 임기 내 전작권 환수가 이루어질지 불투명하다. 병사 봉급 단계적 인상은 바람직한 방향이나, 병력 감축이나 복무기간 단축 등 종합적인 병역 제도 개편 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급격한 인구 감소, 징병제 국가의 인구 대비 병력 규모 등을 고려한 상비 병력 감축 방안이 시급히 필요하다. 2027년까지 AI 기반의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발전과 전투 현장에서의 드론, 로봇 활용 계획 등을 밝혔으나, 자율살상무기에 대한 통제 방안이 미비한 상황에서 국방분야의 AI 활용은 매우 우려스럽다. 

 

[형사사법]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집행’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새로운 형사법령 시행에 따른 국민불편 해소, 공수처 폐단 개선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형사사법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검경의 협력 강화는 필요하나, ‘검찰 수사단계를 책임지는 시스템 마련’의 의미가 만약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최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줄인 검찰청법 개정을 되돌리겠다는 의미라면 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공수처에 우선수사권을 부여한 ‘공수처법 제24조 폐지’는 공수처를 형해화 시킬 수 있는 과제로 폐기해야 마땅하다.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 예산편성권 부여 등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가 아닌 독립성만을 강조하는 정책으로 검찰의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이 동시에 제시되어야 한다. 그외에 국정원개혁, 경찰개혁 관련 국정과제는 찾아볼 수 없으며, 권력기관 개혁의 로드맵이나 정치개혁, 사법개혁, 개헌 등의 국정과제는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정보인권⋅기후정의]

AI 등 신기술과 신산업 육성은 필요한 일이나 행정, 교육, 돌봄, 의료, 고용, 국방과 무기에 이르기까지 AI 기술과 데이터 개방과 활용 등 신기술⋅신산업이 야기할 수 있는 기본권 침해와 위험성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국가의 역할은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정부를 표방하고 민관 협업의 데이터⋅서비스의 개방⋅연계⋅활용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각 정부부처가 수집⋅보유하고 있는 행정데이터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공유하면 할수록 유출 위험과 국민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은 높아진다. 편익 못지 않게 위험성과 부작용 등을 통제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을 이행함에 있어 핵발전을 적극적인 수단으로 삼거나, 민간 중심의 에너지산업으로 대응하겠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이다. 후쿠시마 사태 등 인류가 목도한 핵에 의한 절멸적 위험 앞에서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노후화된 원전의 수명 만료일을 늘리는 일은 문제가 크다. 탈핵은 전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방향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는 역행하는 것이다. 덧붙여 에너지전환 과정은 산업의 구조재편으로 수많은 노동자, 농민 등이 당사자가 되어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민간이나 시장 주도가 아니라 다양한 당사자들의 참여와 토론 속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국정운영]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방식을 대전환하고 자율⋅책임⋅소통의 정부를 만들겠다는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 실현을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집무실 이전과 장소의 결정과정은 ‘제왕적 대통령’의 방식으로 결정되었고 서둘러 이전할 필요가 없다는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단 하루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식으로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면서도 새로운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시위는 금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것도 문제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할 방안을 적극 강구해 내놓아야 한다. 

 

새 정부 출범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윤석열정부는 시민사회의 우려 의견을 적극 수용해 국가 책임의 강화로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비롯해 기후위기와 대외 정세 변화에 대비하는 국정방향으로 재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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