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공직윤리 2002-05-22   948

“F-X사업, 미국 측 외압있었다”

조대령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 증거자료 공개

F-X사업에 대한 미국의 외압은 전혀 없었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양심선언을 한 바 있는 조주형 대령의 첫 공판이 열린 22일 조대령의 변호인단은 미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해 8월 이억수 공군참모총장 측에 보낸 개인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은 상호운영성을 들어 노골적으로 F-15구매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F-X사업에 관한 외압 및 조작의혹을 폭로한 바 있는 조주형(50)대령에 대한 첫 공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충남 논산 계룡대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 신문을 통해 조주형 대령의 군사기밀누설과 금품수수혐의에 대해서만 집중 추궁함으로써 정작 불공정사업의혹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대령 변호인단(이돈명 변호사 외 28명)은 군사기밀누설에 대한 대가성 금품이 아니라는 것과 함께 조 대령에 대한 구속재판의 부당성 등을 부각시켰다.

대표로 참석한 변호인단(유현석 변호사 외 4인)은 또한 F-X사업과 관련한 미 공군참모총장의 외압성 서한을 외압의혹에 대한 새 증거자료로 제출함으로써 사업의 의혹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조 대령의 모두진술에 앞서 유현석 변호사는 “사업의 외압의혹은 조사하지 않은 채 양심선언자인 조 대령을 구속기소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공소를 취하할 것”을 주장하였다.

꽉 들어찬 방청석


▲ 조대령을 격려하기 위해 온 성당 신자들이 법정에 들어가긴 전 면회실 앞에 모여있다

변호인단이 논산에 도착한 오전 10시 무렵, 공군공무면회실 앞에는 ‘인파’가 몰려와 있었다.

조 대령 가족이 다니는 대전 유성성당의 300여 명의 신자들이었다.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꾸부정한 허리를 가누며 이날 조 대령을 격려하기 위해 온 그들은 오전 9시 전에 이미 도착해 신성국 신부로부터 F-X사업의 부당성과 조 대령의 양심선언 내용을 경청했다.

모든 사람들에 대해 일일이 신분증 확인을 한 뒤에 방청권을 나눠준 법원 측은 자체 버스를 동원해 면회실 앞에서부터 대법정까지 사람들을 들여보냈다.

이미 법정의 중앙 맨 앞좌석에 마련된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조주형 대령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격려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보였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 문규현, 문정현 신부는 조 대령을 껴안아주었다.

조 대령은 모두진술을 통해 “국방부가 F-15K의 가격과 절충교역 비율 등에 대해 벌이고 있는 후속조치는 선정과정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현재 부당한 사업과정을 지적한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대령은 이러한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이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사항(금품수수혐의)으로 법정에 선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F-X사업의 시험평가팀장으로써 겪은 사업의 준비, 진행과정을 밝히면서 “경쟁자체를 무시하는 미국에 대항하며 다른 공개입찰 참여국가들에 대해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이 계속되면서 국방부 수뇌부의 ‘정해진’ 목표로 방향을 몰고 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기보다 스스로 힘없다고 고개를 숙이는 일부 지도층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조 대령은 “자신의 노력들이 쓰레기처럼 취급당하지 않고 앞으로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란다”며 진술을 마무리지었다.

검찰 측은 피고인 신문을 하면서 조 대령의 F-15K의 가격자료의 누설여부와 시기에 대해 집중 추궁했지만 피고인과 크게 엇갈렸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조 대령이 2001년 5월에 누설했다고 되어있는 보잉사의 가격자료는 이후인 6월이 되어서야 조 대령이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이 끝난 직후 조 대령에 대한 신병처리 및 향후 재판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조 대령의 구속재판의 부당성과 불공평성을 지적, 불구속 재판주장 △국방부, 기무사의 무리한 수사지적하며 이와 함께 F-15K 선정과정의 의혹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지난 해 8월 21일 미 공군참모총장 Michael E. Ryan이 한국공군 참모총장 이억수 장군에게 ‘한미군사동맹관계’등을 내세워 F-15K구매를 촉구하는 서한을 사업의 외압증명자료로 공개하였다. 또한 F-X사업단장과 국방부 획득실장 등이 이미 F-15K선정으로 기울어있었다는 조 대령의 업무일지와 비망록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다.

한편, 군판사는 다음 재판에는 조 대령이 만났던 이번 사업의 공개입찰에 참여한 비행사들의 관계자들을 비롯한 증인들을 출석시킬 것이라고 공지한 후, 오후 4시 10분경 재판장의 선언으로 약 5시간에 걸친 재판이 끝났다.

조대령의 변호인단으로 참석한 장유식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 대해”검찰이 금품수수를 계속 문제삼음으로써 개인비리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보였다.”며 “F-X사업의 조작 및 강행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서의 구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군사상 기밀에 대한 대가성이 있는 금품수수가 아니라는 것과 함께 수사과정의 위법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며 “증인신문을 통한 앞으로의 재판을 통해 사업의 외압의혹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참모총장 Michael E. Ryan이

한국공군 참모총장 이억수 장군에게 보낸 외압성 청탁서한 전문

(편집자주)이날 변호인단은 F-X 사업의 외압증거에 대한 새로운 자료로서 아래의 서한을 공개했다. 미 공군참모총장의 ‘상호운용성’을 강조하는 점잖은 표현 속에는 다른 나라와 구매계약을 할 때 이를 미국이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날 선 강요의 논리가 흐르고 있다. 이억수 총장에게 개인서신 형태로 보내진 이 서한은 시험평가팀장인 조주형 대령에게까지 회람되었다.

존경하는 이 장군님께

35년간 몸담아온 미 공군을 떠나면서, 한미 두 나라 공군의 협력관계를 지속해 오는데 도움을 준 장군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지난 50년 이상 공고하게 다져온 안보동맹이 우리 두 나라와 공군을 원활히 지탱해왔고 나는 이러한 관계가 앞으로도 역시 지속되리라 확신합니다.

한미 양국 및 공군간의 특별한 관계를 맺어올 수 있었던 기본 축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맺어온 강력한 안보동맹 덕분입니다. 우리의 협력적인 안보관계의 성공에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상호군사운영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본인은, 한국이 전투기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데 있어, F-15K의 강점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고 성능을 가진 F-15K에는 항공전자공학을 비롯하여 엔진효율과 무기기술분야의 최신예 요건들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 공군은 적어도 향후 30년간 강도높은 공격을 저지함에 있어 F-15E에 의존할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대한민국 공군이 F-15K를 선정하는 경우에 우리 양 공군이 막대한 상호 운용성능을 공유할 것을 뒷받침합니다.특히 유사시 대한민국 공군을 지원하기 위해 미 공군의 F-15E는 분명 가장 우선적으로 한국에 배치될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다시금, 동료장군으로서 당신을 알게되어 본인으로서는 큰 영예입니다. 대한민국 공군을 이끌어온 당신의 직업정신과 깊은 우정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의 뜻이 앞으로도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미공군참모총장

마이클 E 라이언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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