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령 첫 공판에서 변호인단 증거자료 공개
F-X사업에 대한 미국의 외압은 전혀 없었다는 국방부의 주장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양심선언을 한 바 있는 조주형 대령의 첫 공판이 열린 22일 조대령의 변호인단은 미 공군참모총장이 지난 해 8월 이억수 공군참모총장 측에 보낸 개인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은 상호운영성을 들어 노골적으로 F-15구매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F-X사업에 관한 외압 및 조작의혹을 폭로한 바 있는 조주형(50)대령에 대한 첫 공판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충남 논산 계룡대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고인 신문을 통해 조주형 대령의 군사기밀누설과 금품수수혐의에 대해서만 집중 추궁함으로써 정작 불공정사업의혹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대령 변호인단(이돈명 변호사 외 28명)은 군사기밀누설에 대한 대가성 금품이 아니라는 것과 함께 조 대령에 대한 구속재판의 부당성 등을 부각시켰다.
대표로 참석한 변호인단(유현석 변호사 외 4인)은 또한 F-X사업과 관련한 미 공군참모총장의 외압성 서한을 외압의혹에 대한 새 증거자료로 제출함으로써 사업의 의혹규명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조 대령의 모두진술에 앞서 유현석 변호사는 “사업의 외압의혹은 조사하지 않은 채 양심선언자인 조 대령을 구속기소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공소를 취하할 것”을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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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령은 모두진술을 통해 “국방부가 F-15K의 가격과 절충교역 비율 등에 대해 벌이고 있는 후속조치는 선정과정상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현재 부당한 사업과정을 지적한 자신과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 대령은 이러한 사건의 본질과는 관계없이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사항(금품수수혐의)으로 법정에 선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F-X사업의 시험평가팀장으로써 겪은 사업의 준비, 진행과정을 밝히면서 “경쟁자체를 무시하는 미국에 대항하며 다른 공개입찰 참여국가들에 대해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이 계속되면서 국방부 수뇌부의 ‘정해진’ 목표로 방향을 몰고 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는 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약소국의 비애를 느끼기보다 스스로 힘없다고 고개를 숙이는 일부 지도층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조 대령은 “자신의 노력들이 쓰레기처럼 취급당하지 않고 앞으로 진실이 밝혀지기만을 바란다”며 진술을 마무리지었다.
검찰 측은 피고인 신문을 하면서 조 대령의 F-15K의 가격자료의 누설여부와 시기에 대해 집중 추궁했지만 피고인과 크게 엇갈렸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조 대령이 2001년 5월에 누설했다고 되어있는 보잉사의 가격자료는 이후인 6월이 되어서야 조 대령이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이 끝난 직후 조 대령에 대한 신병처리 및 향후 재판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우선 △조 대령의 구속재판의 부당성과 불공평성을 지적, 불구속 재판주장 △국방부, 기무사의 무리한 수사지적하며 이와 함께 F-15K 선정과정의 의혹을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지난 해 8월 21일 미 공군참모총장 Michael E. Ryan이 한국공군 참모총장 이억수 장군에게 ‘한미군사동맹관계’등을 내세워 F-15K구매를 촉구하는 서한을 사업의 외압증명자료로 공개하였다. 또한 F-X사업단장과 국방부 획득실장 등이 이미 F-15K선정으로 기울어있었다는 조 대령의 업무일지와 비망록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다.
한편, 군판사는 다음 재판에는 조 대령이 만났던 이번 사업의 공개입찰에 참여한 비행사들의 관계자들을 비롯한 증인들을 출석시킬 것이라고 공지한 후, 오후 4시 10분경 재판장의 선언으로 약 5시간에 걸친 재판이 끝났다.
조대령의 변호인단으로 참석한 장유식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 대해”검찰이 금품수수를 계속 문제삼음으로써 개인비리로 몰아가려는 의도를 보였다.”며 “F-X사업의 조작 및 강행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서의 구속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군사상 기밀에 대한 대가성이 있는 금품수수가 아니라는 것과 함께 수사과정의 위법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며 “증인신문을 통한 앞으로의 재판을 통해 사업의 외압의혹을 해소하는 계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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