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관료감시 2007-01-08   2333

‘삼성맨’ ‘현대맨’된 경제관료들, 퇴직전엔 ‘감독’, 퇴직후엔 ‘취업’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①] 경제관료들과 기업들의 공생관계

정부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문제는 그동안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에 대한 심층 분석이나 개선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투명사회팀과 함께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를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첫번째로 경제관료 재취업 실태와 함께, 재벌과 금융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퇴직자를 공개한다. <편집자 주>

최근 6년 동안 정부 주요 경제부처에서 퇴직한 취업제한 대상 고위급 공무원 10명 가운데 8명이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일반 대기업과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법무법인과 정부 산하기관으로 이동한 퇴직자들도 상당수에 이르렀다.

대기업으로는 삼성그룹이 가장 많았으며, 금융 쪽에선 증권과 은행계 회사로의 이직이 많았다. 회사별로는 삼성증권과 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경제 관료가 많았다. 법무법인은 김엔장이, 산하기관은 국책은행으로 퇴직 관료들의 이동이 잦았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퇴직 후 2년동안 관련 기업체에 취업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들 재취업 공직자 10명 가운데 9명은 퇴직 후 2년 내에 재취업을 했다.

이같은 내용은 참여연대가 지난 2001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건설교통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서 퇴직한 취업 제한 대상 공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경제관료 10명 가운데 8명 재취업… 공정위>금감위>재경부 순

7일 참여연대의 ‘경제관료 및 건설관료 재취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경제관료 조사대상자 283명 가운데 243명(80%)이 퇴직 후 직장을 새로 잡았다. 2006년 퇴직자가 다 파악되지 않은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을 뺄 경우에도 206명 가운데 166명(81%)이 재취업했다(표 참조).

조사대상자가 283명이지만, 조사기간 동안 직장을 옮긴 중복 취업도 있어 전체 재취업한 건수로만 따지면 289건이다.

부처별로 보면, 주로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감독 역할을 해온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의 재취업률이 높았다. 특히 공정위의 경우 재취업율이 90%에 달했는데, 주로 기업과 법무법인으로 이동했다.

경제관료 출신 재취업자 가운데 181명(62%)은 금융과 기업 쪽으로 이동했다. 금융은 주로 증권회사와 은행이었으며, 삼성증권과 국민은행이 가장 많았다. 기업은 주로 대기업이었다. 삼성그룹이 가장 많았고, 범(汎) 현대와 두산, SK 그룹 등도 많았다. 경제관료 퇴직자 10명 가운데 6명꼴로 일반 사기업체로 옮긴 셈이다.

나머지는 법무법인(34명), 산하기관(20명), 회계법인(15명) 순이었다. 법무법인은 김엔장이 가장 많았다. 김엔장은 국내 최대의 로펌으로, 최근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사건에도 깊숙히 연관돼 있는 것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산하기관은 예금보험공사와 신용보증기금 등이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의 이직도 눈에 띄었다.

이재근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장은 “경제관료 다수가 경제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금융회사나 기업으로 재취업하고 있다”면서 “이는 경제정책 결정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 관료가 퇴직 후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업계 편향적인 정책결정을 할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벌로 간 경제관료들… 삼성이 최다

삼성·LG 등 재벌로 간 경제관료는 모두 59명이었다. 이들 가운데 삼성이 19명으로 가장 많았고, 범(汎) 현대(8명), 두산(6명), SK(5명) 순이었다.

삼성의 경우 지난 6년 동안 삼성증권과 삼성생명보험을 통해 경제관료가 가장 많이 들어왔다. 삼성증권의 경우 재경부·금감원·국세청 출신 등을, 삼성생명은 재경부 출신 관료를 집중적으로 영입해 왔다. 또 삼성SDI 등 다른 계열사의 경우는 모두 공정위 출신 관료들을 영입하는 등 삼성은 전 계열사에 걸쳐 경제관련 부처 관료를 다수 포진시키고 있었다.

삼성은 특히 2001년 이후에 기업지배구조나 이재용씨 경영권 세습 논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제부처 관료들을 영입했다. 재벌개혁 등 공정거래법 개정을 전후로 경부와 공정위 출신 관료를, 삼성지배구조와 관련된 금융법안이 있을 땐 금감원과 재경부 관료들을 영입했다.

지난 2003년 방영민 재경부 경제홍보기획단 총괄기획과장(재경부 증권보험국 경력)이 삼성증권 상무로, 2004년엔 김병기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이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기는 등 5명의 재경부 금융정책 경력자가 삼성맨이 됐다.

다른 재벌그룹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식회계 등으로 최태원 회장 등이 구속됐던 SK그룹은 금감원과 공정위 출신을 주로 영입했다. 또 박용오-용성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총수가 물러난 두산그룹은 국세청출신과 재경부, 공정위 출신 관료를 영입했다.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퇴직후 일자리를 보장받으려는 관료와 이들을 영입해 이권을 챙기려는 기업간 이해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퇴직 전엔 ‘감독대상’, 퇴직 후엔 ‘취업대상’

공정위 조사1국장까지 지낸 고위급 관료였던 정병기씨. 그는 지난 2002년 1월 31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퇴직한 뒤 3월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로 취업했다. 그리고 1년 후인 2003년부터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 상무가 일했던 공정위 조사1국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들의 부당지원이나 부당거래행위를 조사하는 곳이다.

최한수 경제개혁연대 연구팀장은 “삼성은 공직자윤리법을 피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를 마치 신분세탁하는 곳처럼 이용한다”면서 “정 상무처럼 연구소에 잠시 적을 두었다가, 계열사로 옮긴 사례가 과거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종화 전 공정위 독점국장도 지난 97년에 연구소에 들어갔다가 이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김익수 전 경제기획원 경제교육기획국장도 95년 연구소에 있다가 98년엔 삼성엔지니어링 감사로 갔다. 지난 2004년엔 김병기 재경부 기획관리실장이, 이석준 금감원 기업회계 3과장이 각각 삼성경제연구소에 영입된 상태다.

이밖에 연해철 삼성증권 전무는 지난 2005년 금감원에서 조사2국장을 지냈는데, 그해 금감원을 떠나 삼성증권 감사로 갔다가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금감원 조사2국은 증권회사의 시세조작이나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직접 조사하거나 감독하는 곳이다.

작년에 현대증권 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변원호 전 금감원 조사1국장도 비슷한 경우. 조사1국은 증권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를 조사하는 곳이다. 행정자치부는 변 전 국장이 현대증권을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조사한 사실이 없다면서 취업을 승인했다. 하지만 참여연대 쪽에선 증권회사 역시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이 될수 있고, 업무연관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SK해운의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옥화영 전 공정위 심판관리 담당관. 그는 공정위에서 독점관리과장도 역임했다. 독점관리과는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조사나 과징금 부과 업무를 하고 있는 곳이다. SK해운 쪽은 과거 부당내부거래로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업무 연관성 여부 논란… 공직자 윤리법 ‘유명무실’?

변금선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는 “금감원의 경우 80% 가까이 금융회사와 관련 협회로 재취업했다”면서 “은행 담당 퇴직자는 증권이나 카드로, 증권 담당은 퇴직후 은행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변 간사는 이어 “금감원 소비자 보호센터에 있던 간부가 보험회사로 옮긴 사람도 5명이나 됐다”면서 “중립적 입장에서 금융회사와 소비자의 분쟁을 중재해야할 금감원 관료들이 퇴직 후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 보험사 이익만 대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근 팀장은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소속 부서의 업무연관성만 가지고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고위직으로 갈수록 소속 부서를 넘어서는 인적연관성에 의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은행이나 보험 등 금융권 분류 자체가 불분명한 만큼 현행법은 실효성이 없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공직자의 취업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철 기자(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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