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인사 2022-05-19   881

[칼럼] 역대 어느 정부가 첫 인사부터 이 정도로 엉망이었나

역대 어느 정부가 첫 인사부터 이 정도로 엉망이었나

장동엽 권력감시국 선임간사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18개 정부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모두 끝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인준 투표를 대기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여러 의혹이 제기되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뺀 17명을 장관에 임명했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6명의 경우는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하지 않았지만 임명해 버렸습니다. 물론 국가정보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할 주요 고위공직 인사가 남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첫 장관 인사는 마무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 18일, 이들 19명 인사를 모니터한 현황을 2장짜리 팩트시트로 정리했습니다. 이 팩트시트에는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19명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논란과 의혹, 후보자 등의 해명, 임명 현황 등이 요약·정리돼 있습니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부터 모니터해 온 담당자로 막상 2장짜리 시트로 정리하려니 허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인사가 얼마나 최악인지를 어떤 방식으로든 평가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우 건조한 참여연대 팩트시트의 이면을 글로 남깁니다.

이 팩트시트에서 참여연대는 윤석열 정부 첫 총리·장관 인사를 한 마디로 “총체적 검증 실종”으로 평가했습니다. 제 입장에서 ‘타는 목마름’이 느껴지는 표현입니다. 솔직히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졌습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가 이런 인사들로 꽉 채워져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누구보다 ‘공정과 상식’을 강조해 온 대통령으로서 진짜 이번 인사에 문제가 없다고 느끼십니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윤석열 정부 첫 총리ㆍ장관 인사 모니터 팩트시트]를 새 창으로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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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6명을 부적격한 인사로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7명에 대해서는 이미 임명됐으나 추가 검증이 필요한 인사로 보았습니다.

19명의 국무위원 후보자들 중 이해충돌과 관련해 논란과 의혹이 제기된 인사가 18명, 공직윤리 전반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인사도 18명에 이르렀습니다. 국무위원 후보자 거의 모두에게 이해충돌을 비롯해서 직무상 비위, 업무추진비 등 공금 부정 유용,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공직윤리 관련 법령 위반과 같은 공직윤리 전반에서 논란과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비롯해 본인이나 가족의 재산과 관련해 논란과 의혹이 제기된 인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14명에 이르고, 자녀의 진학·취업·병역 등 가족의 특혜 논란과 의혹으로 문제가 된 인사는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 13명에 이르렀습니다.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연일 언론사들의 ‘단독’ 보도의 소재가 됐습니다. 온갖 논란과 의혹들이 쏟아졌습니다. 인사 모니터 작업을 하던 저로서는 언론 보도들을 따라잡기에도 허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육남’,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에 편중된 시대착오적 인사라는 비판조차도 각 후보자들이 연일 쏟아내는 논란과 의혹들이 워낙 자극적인 탓에 모두 묻혀버렸습니다. 아무리 ‘국민 눈높이’가 높아지고, 공직윤리 관련 법제도들이 강화됐다지만, 역대 어느 정부가 첫 인사부터 이 정도로 엉망인 인사들로 출발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해충돌 내각’, ‘의혹투성이 내각’ 이대로 괜찮습니까

한덕수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맡았던 이력 덕분에 국회 문턱을 무난히 넘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여 동안 공직에서 떠나있던 ‘올드보이’는 격세지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로펌과 민간기업들에서 전관예우를 한껏 누리다가 다시 돌아오려니 이제는 ‘이해충돌’을 털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과거 공직에 있을 때 미국계 기업들에 내어 준 월세 임대와 배우자 미술작품 관련 논란조차도 이제는 ‘이해충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결국 ‘한덕수’라는 이름은 이해충돌의 대명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 총리 후보자뿐만 아닙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과거 공직에 있으면서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공직을 마친 뒤 카이스트 교수가 되면서부터는 대기업들의 사외이사를 맡아 왔습니다. 그러나 고위공직으로 되돌아오려니 ‘이해충돌’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이 장관은 사외이사 경력과 장관직인 별개라 항변하지만, 오늘부터 시행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다시 읽어보셔야 할 겁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유흥주점에서 제자의 논문을 심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김 후보자가 동문회장을 맡았던 한국 풀브라이트로부터 본인과 가족 모두가 장학금을 받았다는 특혜 의혹, 유명 프로골프선수에게 ‘학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무척이나 자극적인 이슈입니다. 그러나 김인철 후보자는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확인된 인사입니다. 한국외대 총장으로 있을 때는 자신이 주주로 참여한 회사에 20년간 학교 기숙사 관리·운영권을 맡겼습니다. 교육부 허가도 없이 추진된 이 건으로 관련자들과 함께 징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거리낌 없이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장관 후보자 중 유일하게 임명되지 못하고 사퇴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경북대병원장 재직 때 두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논란과 의혹 때문입니다. 입학한 자녀들이 후보자 본인의 수업을 수강했는데 신고하지도 않았습니다. 기관장의 허가도 거치지 않고 겸직을 해왔던 사례로 교육부의 징계도 받았습니다. 공직자로서 사적 이해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없는 인사에게 보건복지부 최고 책임자를 맡길 수 있을까요?

김인철 후보자는 한국외대 총장과 대학교육협의회장 재직 때 함부로 쓴 법인카드 내역이 논란이 되었고, 정호영 후보자도 병원장 재직 때 국립대병원장 중에 가장 많은 액수의 업무추진비를 쓰면서 법인카드를 함부로 썼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 합니다. 이들 사례에서 저는 두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이 두 후보자는 이들은 대체 조직의 최고 책임자로서 어떤 인식을 갖고 있던 것일까? 또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기준이 있었는지, 검증이 이루어지긴 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사례도 되짚어봐야 합니다.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연일 논란과 의혹을 쏟아냈던 터라 비교적 무난하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돼 임명에 이르렀지만, 매우 심각한 사례라서입니다. 제가 조사해 정리한 논란과 의혹 사례만 모두 16건에 이릅니다. 삼성전자 자문위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자문료와 연구용역비 등으로 1억 원 넘게 받은 건은 ‘이해충돌’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때 빚어진 논란과 의혹들은 차마 늘어놓기조차 버겁습니다. 장관이 아니라, 말단 공무원으로도 뽑힐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검증 부실 논란, 인사검증법 제정해 시스템으로 해결하자

고위공직자 인사가 있을 때마다 온갖 논란과 의혹 제기가 쏟아집니다. 각 부처와 기관을 이끌 수장으로서 정책과 역량에 대한 검증으로는 넘어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법령에 따른 인사 검증 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자의적이거나 졸속으로 진행되는 검증 과정과 부실한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인사 검증의 기준과 절차를 법에 따라 명확히 세우고, 인사 시스템 전반의 투명성을 높여야 인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직윤리 논란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참여연대는 이미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9년 7월에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에 관한 법률’ 제정과 인사 검증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규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인사검증법에 충분한 검증 기간, 필수적 검증 항목과 절차 등을 명시하고, ‘외부기관과 인사가 참여해 협력하는 인사 검증 방안’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1차 인사 검증 기관의 사전 검증에 이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증위원회가 2차 검증을 맡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사 검증에 외부 시각이 반영되도록 해 객관성을 높이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검증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견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위공직자 인사 때마다 빚어지는 검증 부실 논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시민에게 돌아옵니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논란, 이제는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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