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미분류 2008-02-12   2012

[정보를 시민에게④]”정보공개위원회에 행정심판 기능 줘야”


<정보공개 프런티어> ④ 알권리 소송 앞장 하승수 변호사



참여연대는 세계일보, 국가기록원, 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함께 ‘정보를 시민에게’라는 정보주권 찾기 캠페인을 2007년 11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진행합니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 개척자(프런티어)를 찾아 그들의 생각을 소개하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알차고 기분 좋은 정보를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은 그 네번째로 알권리 소송에 앞장서 온 하승수 변호사를 선정하였습니다.


‘이게 뭐지?’
1998년 초. 서울시 예산서를 검토하던 1년차 새내기 변호사의 시선을 끄는 게 있었다. ‘업무추진비’라는 항목이었다. 성격이 애매모호해 보였다. 피 같은 시민의 세금이 적절하게 쓰이고 있는지 의아했다. 그는 서울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이것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비공개 결정을 내린 서울시에 항의하며 행정심판을 거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했다.


시민사회는 이를 계기로 예산감시 운동에 들어갔다. 당황한 정부와 공공기관은 예산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는 행정 혁신조치를 쏟아냈다.


‘정보공개는 소송을 먹고 발전한다’는 손태규 단국대 교수의 말처럼, ‘판공비’로 불리는 업무추진비가 뭔지 몰랐던 새내기 변호사는 이후 수많은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하며 정보공개 발전에 기여했다. 바로 1998년부터 참여연대 상근변호사로 활동해온 하승수(40·제주대 교수) 변호사의 얘기다.


정보공개 공공보도팀은 하 변호사를 정보공개 프론티어로 선정하고, 지난달 23일 세계일보 인터뷰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검찰청, 국세청, 국정원 등 국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소송을 가장 많이 제기했던 하승수변호사가 세계일보 인터뷰실에서 정보공개 소송에 대한 소회와 발전과제를 얘기하고 있다.

―그동안 벌인 정보공개 소송이 몇 건이나 되나.


“몇년간 정신없이 정보공개 소송을 했지만 세어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다. 서울시와 25개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했고, 서울지검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지하철공사도 한 적이 있다.”


―정보공개 소송에 나서게 된 계기는.


“98년 정보공개법이 처음 시행될 당시 참여연대 변호사와 젊은 연구자들이 모였다. 처음 시작했기 때문에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판단, 시범적으로 청구해 보고 거부하면 소송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하 변호사는 92년 제27회 공인회계사, 95년 제37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27기)에 잇따라 합격해 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96년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때 용산역 앞에 있던 참여연대에 갔다. 박원순 변호사와 간사들이 활동하는 것을 보고 자원봉사라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다 보니 시민운동을 하게 됐다.”


서울시 외의 다른 기관에 대해서도 판공비 공개운동을 시작했다. 다른 시민단체와 함께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 중앙부처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했고, 공개를 거부하면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재경부, 기획예산처 등은 업무추진비 정보를 공개한다고 하면서도 복사를 허락하지 않고 교묘하게 열람만 허용했다고 한다.


“복사를 안 해줘서 자원봉사자, 참여연대 간사들과 함께 일일이 손으로 적었다. 수천 페이지였다. 복사 안 해주니 방법이 없었다. 엑셀로 입력해서 분석했다.”


그는 서울시가 재판 결과에 따라 업무추진비를 마지못해 공개하면서도 복사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하 변호사와 참여연대는 1심과 2심, 대법원에서 차례로 승리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성역으로 남아 있던 국세청, 국정원, 검찰청 등 소위 ‘힘 있는 기관’을 상대로도 정보공개 청구와 소송을 마다하지 않았다.


검찰에 대해서는 87년 6월 민주화운동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돼 기소유예를 받은 시민 A씨를 정부가 10년 넘게 사찰해 왔다는 제보를 입수, 사찰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정보공개 청구 결과 사찰자료가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로 밝혀졌지만 검찰은 사찰자료를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소송을 제기, 대법원까지 가면서 승소했으나 A씨의 자료 외에는 다른 자료를 얻을 수 없었다.


“1심에서 승소한 뒤 대검에서 소송하고 있는 본인의 것만 남기고 다 파기하라는 공문이 와 파기하는 바람에 A씨 것만 남고 나머지 사찰자료 기록은 사라졌다. 아마 수백명의 자료가 있었을 것이다.”


국세청을 상대로는 자영업자 탈세에 악용된다는 지적을 받았던 표준소득률의 산출 근거자료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는 국세청이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이 국세청에 불리하게 진행되자 국세청은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자료공개를 제안해 왔다. 참여연대 간사와 함께 국세청에 들어가 두 캐비닛 정도 되는 분량을 들여다봤다. 국세청이 생긴 이래 외부인이 국세청 자료를 열람한 것은 처음이었다.”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해 분석한 결과 업종별로 매출액 대비 소득을 산출하기 위한 샘플링이 5개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얼마 후 표준소득률 제도가 폐지됐다.


정보목록을 공개하라는 요청에 ‘정보공개법 대상기관 자체가 아니다’며 버티던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 비밀이 포함된 것을 제외한 정보목록을 공개받기도 했다.


그는 시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 신장을 위해 소송보다 행정심판을 통해 정보공개가 가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소송보다 행정심판으로 가려져야 하나.


“변호사 비용까지 들여 공익을 위한 정보공개 소송을 통하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행정심판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시민 입장에서는 어렵다.”


―정보의 적시성이 훼손될 우려가 문제다.


“정보공개 소송을 하면 공공기관은 보통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끈다. 상대방 변호사가 ‘공무원이 져도 좋으니까 시간만 끌어 달라고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간단하지만 소송을 1년 안에 끝내기 힘들다.”


―소송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1심을 하다가 소송이 종료되거나 정보공개돼 취소된 것은 1년 남짓 걸린다. 대법원까지 가면 3, 4년이 걸린다. 5년이 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이 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 동안 대법원에 접수된 정보공개 소송 54건 중 44건(재판 중 또는 검색 불가능 제외)의 심급별 재판기간을 분석한 결과 이들 소송은 평균 33개월(2년9개월)이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 변호사는 그래서 2004년 독립적인 대통령 산하의 정보공개위원회를 신설해 행정심판 기능을 맡도록 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운동을 펼쳤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정보공개위원회에 행정심판을 부여하는 정보공개법 개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이 사이 대통령직인수위가 정보공개위를 폐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출하면서 정보공개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와 깊은 관련이 있다. 대부분 사건이 정보공개위원회에서 행정심판으로 판단되고 일부만 법원으로 가야 한다.”


그는 소송을 대행할 변호사가 많지 않은 지역에서 시민들이 직접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표준소장과 변론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2006년 제주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면서 정보공개를 통한 지역운동도 계속하고 있다. 

세계일보 정보공개 공공보도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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