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일반(ts) 2009-02-24   1417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정보공개의 퇴행은 정부 투명성의 악화

정보공개의 퇴행은 정부 투명성의 악화


이명박 정부의 정보공개 퇴행


2008년 2월말 출범한 이명박정부에서의 정보공개는 퇴행적이었다― 지난 노무현정부와 비교하면 더욱 더 ―고 말할 수밖에 없다. (1) 정보공개위원회의 위상과 기능, 그리고 정보공개와 관련한 주무행정관청(행정안전부)의 기능과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과 조직이 개정․개편되었고, (2)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내실화하는 쪽으로 진행되어 온 지난 10년 동안의 커다란 움직임과는 달리, 정보공개법제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외부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정보공개위원회의 위상 격하


정보공개와 관련한 이명박정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이, 2008. 2. 29. 정보공개법의 개정을 통해, 정보공개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서 행정안전부장관 소속으로 변경한 조치이다. ‘위원회공화국’이라는 비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큼, 위원회가 과다하게 설치되고 또 정도를 넘어 위상이 부여된 이전의 상황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후술할 것처럼, 그 기능의 확대와 권한의 강화가 정보공개법 개정의 핵심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던, 정보공개위원회의 위상을 오히려 낮춘 것은, 위원회의 정비․효율화라는 맥락만으로는 온전히 해소할 수 없는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정부는 법을 개정하여 정보공개위원회의 소속을 장관 소속으로 변경하면서, 그 개정이유로 “정보공개위원회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책임행정을 강화”할 목적임을 천명했는데, 과연 법의 개정으로 정보공개위원회의 운영이 활성화되었는지, 행정안전부가 책임있게 정보공개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지켜볼 때, 그것이 얼마나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할 뿐이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볼 때에도, 정보공개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의견청취라는 상식적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새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서둘러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정보공개에 대한 부정적 인식뿐 아니라, 적법한 입법절차에 대한 낮은 각성까지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보공개위원회라는 비상설의 위원회의 위상을 어떻게 하느냐 보다 실제적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정부가 정보공개업무를 어느 부서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느냐이다. 어느 부서로 하여금 정보공개업무를 담당하게 하느냐를 보면 그 정부가 정보공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정보공개라는 국가의 행정업무는 (중앙)행정기관에 공통적인 일반사무이고 따라서, 행정안전부가 그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문제는 정보공개업무를 내부적으로 어떠한 부서에서 담당하게 할 것인지이다.


정보공개 업무, 부수적 업무로 전락


정보공개법이 제정․시행되던 초기, 그러니까 김대중정부에서는 (당시의) 행정자치부 행정능률과가 정보공개업무를 담당하였다. 정보공개를 행정능률의 일환으로 또는 행정능률화의 수단으로 여긴 때문이었다고 추측된다. 변화된 모습을 보인 것은 노무현정부에 들어와서이다. 행정자치부 안에 공개행정과를 만들어, 정보공개를 하나의 독자적인 행정업무로 추진하였다. 정부의 후반부에 들어 정보공개업무는 제도혁신과에서 처리하게 되었는데, 정보공개를 (노무현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의 공통분모라 할 수 있는) 정부혁신 또는 행정혁신의 주요한 도구로 삼았음을 볼 수 있다.
 
현재 이명박정부는 정보공개업무를, 지식제도과 및 민원제도과와 함께 제도정책관에 소속된, 제도총괄과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총괄과는 정보공개 외에 각종 제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정보공개(법)의 목적과 가치가 독자적 의미를 가지는 행정사무가 아닌, 잉여업무의 총합으로 느껴지는 총괄사무의 일종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는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정보공개제도의 정책수립 및 제도개선사항 등에 관한 기획․총괄업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는 정보공개법 제24조 제1항의 요청에도 부합하지 못한다.


정부와 언론계 및 시민사회의 정보공개법 개정합의 파기


이명박정부의 정보공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고 그 자세가 소극적임을 특히 강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지난 노무현정부 후반 행정자치부를 중심으로 하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각 구성단위가 합의하여 성안한 정보공개법개정안의 처리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 대응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모습의 탓이 크다. 주지하다시피, 2007년 상반기 터진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방안’의 후속적 보완조치로 정보공개의 활성화와 정보공개법의 개선이 논의되었고, 그 구체적 방안의 마련을 위해 행정자치부, 국정홍보처, 법제처 등의 정부측 인사와 언론계, 시민단체, 학계 등 시민사회측 인사가 모여 ‘정보공개 강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여러 차례의 회합을 통해 정보공개법 개정과 관련한 주요쟁점을 사안별로 논의하여, 몇 개 사항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합의안에 대한 정부기관의 의견수렴을 거쳐 입법안을 만든 바 있다. 정부 및 국회의 교체시기와 맞물려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못하고, 새 정부에게 넘겨졌다.


선거를 통해 새로이 선출된 대통령이 지난 정부의 수장이 한 합의에 구속된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의 정부에서 마감하지 못하고 넘겨받은 안건에 대하여 연속된 정부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 과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부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고, 추진하는 정책에 우선순위를 달리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책안건과 관련해서, 자신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힐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정보공개 자체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일 뿐 아니라, 그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떳떳하게 밝히지도 않고 있다. 최소한의 설명책임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모든 점에서 매우 일관성 있게 비공개의 자세를 보인다고 해야 할까?


정보공개 후퇴해선 안 돼


이러한 정부에 기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정보공개는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한다. 정부의 경쟁력은 투명성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정부는 투명성을 요건으로 하며, 정보공개는 바로 그 투명성을 강화하여 보다 효율적이고 보다 경쟁력 있는 정부로 발전하는 자극과 동력이 될 것이다. 스스로는 정보공개에 부정적이면서 정부의 각 부분이 투명하게 될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정부 자신이 먼저 정보공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보공개라는 분야에서도, 투명성은 소통과 대화를 통해 얻어야 한다. 그 동안 시민사회에서 정보공개와 관련해 무엇을 요구해 왔고, 그것이 어떻게 구체화되어 왔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난 2008년 하반기 ‘정보공개 강화 태스크포스’에서의 합의에 기초해 성안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은 정보공개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 관련 행정심판권한의 부여, 그리고 악의적 비공개조치를 취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 등 제재수단의 확보이다. 어느 하나 선뜻 수용하기 쉽지 않은 요구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1996년 말 정보공개법이 제정되던 당시를 회상해 보면, 심정적 저항과 불안은 무지와 오해로부터 빚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무지와 오해를 걷어내려는 지속적 노력이 있었고, 불안의 원인이 되었던 불명확성을 줄이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었기에 1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 정보공개제도는 안착할 수 있었다. 10년 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정보공개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확대된 현재는, 정보공개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절호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정보공개를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의제로 채택해야 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도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5년의 기간 가운데 1년이 지났다. 방치하였던 숙제를 하기에 늦지 않은 때이다. 정보공개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틀을 짜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공개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형성하고 그를 내보이는 일이다.


<문의 : 행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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