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미분류 2007-11-07   1368

[정보를 시민에게①-1] “회의내용 보일라” 꼭꼭 숨기기

<정보공개마당> 경제정책조정 회의록


참여연대는 세계일보, 국가기록원, 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함께 ‘정보를 시민에게’라는 정보주권 찾기 캠페인에 나섭니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 개척자(프런티어)를 찾아 그들의 생각을 소개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실태를 보도합니다. 그 첫번째로 경제정책조정 회의록 공개 실태를 전합니다.

지난 7월6일 오전 9시, 정부과천청사 재경부 7층 대회의실. 권오규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보통신부 장관, 기획예산처 장관, 건설교통부 차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장·차관 16명이 참여한 가운데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역할 재정립 방안과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인으로 꼽힌 토지보상제도의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많게는 수십조원의 재정이 투입됐거나 투입될 중요한 사안들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시민들은 각 부처 장·차관들이 이 회의에서 어떤 의견을 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세계일보가 지난 10월 정보공개를 통해 입수한 2007년 경제정책조정회의(정례, 수시, 실무조정) 회의록에는 이들 장·차관의 발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기본 방향과 주요 내용을 원안대로 의결하되, 국책 금융기관별로 상세 추진일정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관계기관(부처, 관계기관 등)과의 협의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고 아울러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8월 중 확정하기로 하였음.” 이런 식으로 수십 줄의 결과만 간략히 정리돼 있었다.

이뿐 아니다. ‘지상파 TV의 디지털 전환과 활성화 대책’(5월25일), ‘고부가가치 물류허브 도약을 위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구축’(6월15일), ‘제2단계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6월25일), ‘물산업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7월16일), ‘공기업 상장추진방안’(7월30일) 등과 같은 대부분의 주요정책 안건과 관련한 공개내용도 사정이 비슷했다.

시민들은 수백조원의 혈세를 매년 물고 있지만 세금이 투입되는 조직과 사업에 변화를 야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의 논의 내용을 알 길이 없다. 결과적으로 시민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 나라 경제정책 전반을 심의 조정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 회의록이 현행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팀의 정보공개 청구 결과, 경제정책조정회의 회의록은 참석자와 배석자, 상정 안건과 결정사항 등이 기록돼 있었으나 정작 정책결정 과정을 알 수 있는 참석자들의 발언요지는 쏙 빠져 있었다.

이는 “경제정책조정회의 등은 결정사항과 표결내용뿐 아니라 발언요지도 회의록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난 4월4일 개정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8조 제2항)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개정 이전에는 발언요지를 회의록과 별도로 속기록이나 녹음기록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공개를 안 해도 됐지만, 정보공개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따라 지난 4월 개정을 통해 공개하도록 했다.

취재팀이 다시 국가기록원을 대상으로 속기록 작성의무가 있는 17개 회의에 대한 실태점검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재경부는 회의록 외에 속기록을 별도로 작성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별도의 속기록까지 작성, 관리하고 있는 재경부가 시민들에게 정책결정 과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발언요지를 기록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한 관계자는 “회의록을 작성, 공개하는 진정한 이유는 결정사항과 표결내용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안건에 대한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요지를 알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경부의 부실한 회의록 작성 행태를 꼬집었다.

재경부 측은 이에 대해 “그동안 회의록에 참석자들의 발언요지를 정리하지 않아 왔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회의록에 발언 요지를 포함하는 규정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정보공개 시민이 간다>관광공사 찾아가보니

“친절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친절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한국관광공사의 정보공개 실태는 충격적이었다. 시민 한 사람으로 무엇을 청구해야 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관광공사에는 시민이 어떤 기록을 어디에서 생산했는지 알게 해 정보공개 청구를 돕는 정보목록 코너는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본부와 실별 주요문서 목록만 있을 뿐이었다.

주요문서 목록도 기록물을 건별로 공개하는 게 아니라 ‘관광단지 준공 관련 법규 검토철’처럼 대장 전체에 대한 공개 여부가 설정돼 있었다. 철을 비공개하는 것은 500쪽의 책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과 같다.

현행 규정에서는 정보목록을 1개월마다 업데이트해야 하지만 등록되어 있는 목록은 2007년 3월 등록된 게 마지막이었다. 정보의 적시성이 거의 없는 셈이다.

이는 일자별로 결재가 완성된 문서를 하루에도 수십건씩 등록하는 병무청과는 너무나 달랐다. 두 기관 모두 공공기관임에도 극단적으로 차이가 났다.

관광공사 정보공개 창구로 전화를 해 정보목록이 너무 부실한 게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관광공사 측은 “새롭게 바뀐 시스템이 아직 적용되지 않아 이관하는 절차에서 목록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비공개 세부기준도 살펴봤지만 세부기준이라기보다 법을 요약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예를 들어 재판 중인 정보에 대한 비공개 세부기준은 ▲행정심판 청구 및 답변서 ▲소송 진행 상황 ▲소송 관련 법률자문 내용 ▲행정처분 등이 전부였다. 오히려 법안보다 더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알려주는 ‘알리오 시스템’(www.alio.go.kr)에 들어가 관광공사 사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살펴봤다.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은 단 몇 줄로 정리돼 있었다.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공공기관의 장이 언제 어디서 업무추진비를 지출하는지 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일자별, 용처별로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중앙 행정기관에 비해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정보공개 실태는 열악했지만 그나마 위안은 업무담당자의 친절한 태도였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나의 좌절감은 더욱 컸을 것이다. 관광공사는 세금이 들어가는 공기업임을 인식, 지적된 문제를 하루속히 개선해 투명성과 책임성 높은 곳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권순명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연구회원(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2학기)

세계일보 정보공개 공공보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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