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미분류 2008-04-21   1223

행정안전부, 법률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기 부정?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 구성도 못하고 해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자기 부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행안부 위주로 국회에서 제정 및 개정한 각종 법률을 개정한 지 1~2년도 되지 않아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16일 행안부는 법령에 근거하는 47개, 훈령·예규에 근거하는 34개 등 총 81개 소관 위원회 중 법령에 근거하는 위원회 28개를 폐지하고, 훈령·예규 등에 근거하는 위원회 32개를 폐지하는 등 총 74%를 감축한다고 밝혔다. 폐지하는 근거로는 단순히 제도나 정책을 자문하거나 운영 실적이 저조하거나, 공무원들로만 구성된 위원회 등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발표내용을 언뜻 보면 비대해진 위원회 조직을 감축하는 등 행안부가 자기 혁신을 모범적으로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국가기록관리위원회와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이다.


행안부는 두 위원회가 유사·중복 위원회라고 해서 통폐합하고 그 소속을 국무총리에서 행안부로 격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정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행안부의 권한은 더 확대시키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구성조차도 하지못해 회의 한 번 열지 않았던 위원회이다.


더군다나 두 위원회를 통·폐합 하기 위해서는 두 위원회의 근거 법률인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기록물관리법),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위 두 법안은 참여정부기간 내에 행안부가 주도적으로 만든 법률안이다. 그 입법 시기도 기록물관리법 2006년 10월, 대통령기록물법 2007년 4월 등으로 관련 법률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개정을 들고 나온 것이다.


불과 1~2년 내에 법률안을 변경할 거면 왜 국회에서 입법 행위를 하고 있는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비상설위원회인 두 위원회가 합치는 것이 어떻게 운영이 합리화되는지 국민들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가는지 설명이 없다. 그저 유사중복 기능이라고 합친다는 발표뿐이다.


게다가 그 통합 내용은 더욱 우려스럽다. 먼저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기록물관리에 관한 기본정책의 수립 ▲기록물관리 표준의 제정·개정 및 폐지 ▲영구기록물관리기관 간의 협력 및 협조사항 ▲대통령 기록물의 관리 ▲비공개 기록물의 공개 및 이관시기 연장 승인 ▲국가지정기록물의 지정 및 해제 등을 다루고 있는 위원회로서 그 구성원도 국회 사무총장·법원 행정처장·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추천하는 소속 공무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에 규정되어 있는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에 관한 기본정책 ▲대통령기록물의 폐기 및 이관시기 연장의 승인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조치 및 해제 ▲비밀기록물 및 비공개 대통령기록물의 재분류 ▲개별대통령기록관의 설치에 관한 사항 ▲대통령기록관의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 등에 대해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에서 보듯이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서 대통령기록관리에 대해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러면 두 위원회가 합쳐져 행안부 국무총리산하에서 행안부 산하로 구성된다면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 것인가?


우선,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국무총리산하로 구성되어 있어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추천하는 소속 공무원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기록관리위원회에 이같이 헌법기관까지 포함한 것은 국가기록관리체계의 전반적인 사항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기록관리위원회가 행안부 산하로 격하되면 다른 헌법 기관과의 협조를 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모호해져 버린다. 이런 부분에 대한 대책을 행안부는 내놓고 있지 못하다.


둘째, 현재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20인 이내에 위원으로 구성되고 그 심의사항도 기록관리 전반을 다루고 있는 정책적인 부분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의 권한 중 대통령기록관리의 전반적인 결정까지 다루어야 한다면 20명이 전체로 모여 대통령기록에 대한 세세한 문제까지 다 관여해야 한다. 이런 세세한 문제를 20명 위원회가 모여 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울 뿐만 아니라 위원 구성상의 성격상 전문성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문제인 독립성 문제이다.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대통령기록관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기록관리위원회 내에 구성되어 있는 위원회이다. 또한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해 그 구성원도 9인 이내에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 위원 중 외부인원을 2분의 1이상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외부인원 구성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이런 문제들도 다시 법률 개정안에 반영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게다가 국무총리 산하에서 행안부 산하로 격하되기 때문에 독립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기록관리의 독립성의 부재는 자칫 과거 사례처럼 ,대통령기록의 무단폐기 및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명박 정부 이후 정부에서는 실용이란 이름으로 각종 제도 및 조직에 손대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면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불도저식 행정을 펼치고 있어 그 자체로 많은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법 체계상 잘 규정되어 있는 위원회를 통·폐합 하기 위해서 관련 법안 두 개를 개정 1~2년 만에 손을 대는 것이 과연 실용인가? 불과 1~2년짜리 법률안을 제정 하려고 국회에서 입법행위를 한다는 것이 과연 실용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서 이명박 정부는 다시 한 번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 위 기사는 4월 21일 오마이뉴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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