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2-04-26   1934

<기고>‘4대 게이트’ 알수록 분노가 치민다

얽히고 얽힌 게이트 실타래를 풀 사람은 누구인가

이용호가 이형택을 낳고, 이형택이 이수동을 낳고, 이수동이 김홍업을 낳고?

먼저 ‘4대 게이트’의 정의부터 내리자. 4대 게이트란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윤태식 게이트를 의미한다. 그 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사건을 들라면 이용호 게이트를 꼽아야겠다. 이용호 게이트도 처음에는 사이비 벤처기업가의 보물선 인양 사업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터 잡은 단순 주가조작사건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이용호가 다시 이형택으로 번져갔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데 보물선 사업의 추진은 애초에 이형택이 벌인 일이다. 이형택이 보물선 발굴을 위해 청와대에 가서 이기호 수석을 만나고 이 수석이 다시 엄익준 국정원 차장을 소개하고 다시 엄 차장이 해경과 해군을 동원하고… 특검이 수사하다보니 거기에 신승남 총장의 동생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결국 신승남 검찰총장은 낙마했다. 그리고 이내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가 걸려들었다. 이수동 전 이사장이 이용호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5일 참여연대가 아태재단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여기서부터 이용호 게이트가 아니라 이수동 게이트, 아니 아태재단 게이트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내 이수동 이사가 국정과 각종 이권에 개입되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그리고 다시 ‘김현철 사건의 박태중’이라는 김성환이 나왔다. 김홍업의 친구라는 김성환은 그에게 김홍업이 거액의 돈거래를 하였다는 사실로 인해 구설수에 올랐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때에는 차용했다는 돈이 슬그머니 이권개입을 통해 형성된 불법자금이 아니라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쓰고 남은 돈이라는 변명으로 옮겨져 있다.

4대 게이트에 대한 체계적 감상법

이렇게 무질서하게 보이는 4대 게이트도 나름대로 법칙이 있다. 이 법칙을 통해 보면 4대 게이트가 한결 분명해 보인다.

첫째, 벤처기업의 금융사고가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확대되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의 벤처육성정책은 정부의 전형적인 관치(官治)정책이었다. 이러한 육성 정책은 과거 정부로부터 금융상 세제상 혜택을 받은 재벌의 성장과정과 다르지 않다. 결국 형태만 바꾼 정경유착의 토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여기에 투명한 회계기준의 부재, 사이비 벤처의 시장진입·퇴출 시스템을 감독할 기구의 부재라는 요인이 중첩되면서 4대 게이트가 터졌다.

둘째, 로비의 수단으로 현금대신 주식이 사용되었다. 이용호나 정현준, 윤태식 모두 로비의 수단으로 주식을 애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셋째, 모든 사건에 국정원 경제팀이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진승현 게이트에서 국정원 경제라인(김은성 차장- 김형윤 단장 – 정성홍 국장)은 적극적으로 피의자를 은닉하면서 수사기관과 협상을 했음이 드러났다. 더 후안무치한 일도 있었다. 아내를 살해하고도 이를 북한에게 덮어씌운 살인자를 정보기관이 앞장서 은폐한 것이다. 그리고 국정원은 그를 첨단 기술을 보유한 벤처의 유망전도한 전도사로 변신시켰다.

넷째, 모든 게이트에 금감원, 검찰, 청와대, 정치 등 권력 핵심부가 연루되었다. 그중 가장 스타일이 구겨진 것이 검찰이다. 검찰은 모든 사건에서 사실의 축소와 은폐혐의에 시달렸다. 결국 수장이 동생문제로 낙마했다. 게다가 현직 고등지검장이 수사상황을 누설한 혐의로 현재 소환을 앞두고 있다. 이는 모두 특검의 공이다. 차정일 특검은 현직 검찰총장의 동생을 구속시키고 아태재단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대통령 아들의 의심스러운 돈거래 내역을 적발했다. 이들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검찰 수사가 왜 필요한지를 몸소 보여준 셈이다.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 권력형 비리 비교

분류 문민정부 이전(한보, 수서) 국민의정부 4대 게이트
로비의 주체 재벌 벤처
로비 수단 현금로비 주식 및 펀드가입
로비 대상 청와대, 정치인, 사업의 인허가 부처 청와대, 정치인, 금감원, 국정원, 검찰
관련 금융기관 은행 등 제1금융권 금고 등의 사금융업체
로비관련 이권내용 각종 인허가 및 금융대출 금감원, 국세청, 검찰 수사 무마

이제 ‘진짜 몸통’ 대통령의 아들로 수사의 칼날은 모아지고…

▲ 4월 25일 참여연대는 “4대 게이트의 특성과 제도적 대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이제 ‘4대 게이트’로 상징되는 국민의 정권의 부패사건은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권력형 비리의 끝은 대통령의 아들들이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김현철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그 불행한 역사는 한치의 예외없이 확대 재생산의 형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홍일, 홍업, 홍걸, 이른바 ‘홍트리오’ 가 그들이다. 이중 단연 다크호스는 홍걸씨이다. 각종 이권에 개입,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된 최규선이 김홍걸씨에게 9억원의 돈을 주었음을 시인했고, 김홍걸씨는 자신과 관련된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이신범 전의원에게 1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어디 그뿐인가? 홍걸씨의 LA주택구입과정에서 이루어진 60만 달러의 은행융자와 관련, 융자사기 여부에 대한 FBI의 조사가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또한 알선 수재혐의로 구속된 최규선이 이권개입을 위해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홍걸씨가 동행했다는 진술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왔다. 직업도 없는 일개 유학생 신분에 불과한 홍걸씨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으고 또 그 바쁜 공부시간을 쪼개어 국내일정에 개입했는지 필자로서는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대통령의 아들들은 역시 달라도 뭐가 다른 모양이다 ! 아마 이런 능력이 있기에 그들은 ‘4대 게이트의 진짜 몸통’이 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아들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식들이 수사에 응하도록 해야

“비리는 계속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아들에 대한 비리 연루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이로 인해 국정이 마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청와대 관계자 입을 통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 난국은 대통령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정신으로 헤쳐나가야 한다. 대통령은 현재의 홍걸씨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즉시 홍걸씨를 귀국시켜 자진해서 수사에 응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죄가 있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김 대통령이 택해야할 선택인 것이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의 업적 – 특히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경제회복 – 조차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불행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진짜 불행한 대통령은 그게 아니다. 자신의 아들로 국정이 마비상태가 되어 있음을 알지 못하다가 결국 국민들의 요구에 밀려 마지못해 아들들을 잡아넣고 사과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불행한 대통령이다. 우리 역시 자신의 아들문제로 눈물짓지 않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다. 그런 꿈은 정녕 이루어질 수 없는 먼 나라의 일일까?

* 이 기고문은 참여연대의 회원소식지 “아름다운 사람들” 5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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