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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1.06.13
  • 2122

테러와의 전쟁 10년과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9.11 테러 발생이후 지구적 차원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전개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고강도와 저강도 수단을 총동원한 대테러전쟁이 과연 효과적이었는지 여전히 의문스러운데, 일종의 ‘제2전선’인 동남아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게다가 인권과 민주주의 측면에서도 부정적 효과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에 광주에서 개최된 아시아민주화운동연대(SDMA: Solidarity for Democratization Movement in Asia) 세미나에 참가한 아시아 각국의 인권운동가들도 대테러전쟁이 자국의 인권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입을 모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도 대표적인 사례에 포함된다. 인도네시아에서 테러와의 전쟁은 급진주의 이슬람의 융성과 병행되었고, 민주주의 심화의 기세를 꺾는데도 기여하였다.

9.11 테러 1주년을 ‘기념하는’ 2002년 발리폭탄테러 이래 2009년 매리엇-리츠칼튼 호텔연쇄폭탄테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상자를 내며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테러가 인도네시아에서 연이어 발생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 따라 비폭력주의 호소와 각성이 고양되어야 마땅하지만, 작금의 현상은 그렇지 않다. 올 2월에는 이슬람신도들이 기독교 교회를 공격하고 불태웠고 이슬람 소수종파의 사원을 공격하여 세 명의 신도를 매질과 돌팔매로 죽이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최근에는 폭발물품들이 공공장소에서 발견되고 개인에게 무작위로 배달되는 등 뚜렷한 목표와 동기를 알 수 없는 사건들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국가화(NII: Negara Islam Indonesia) 운동의 소행이라고 지목하지만,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사회혼란과 공포를 조장하여 세력 확장을 꾀하는 구체제 인사들의 음모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일반 주민과 학생들의 종교적 관용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종교적 태도에 관한 일련의 설문조사 결과는 각기 다른 기관에 의해 수행되었지만 일반인들의 종교적 관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공히 적시하고 있다. 2010년 9월에는 17세 이상 무슬림의 57.8%가 자기 마을에 타종교시설이 입주하는 것에 반대의사를 표했으며, 이는 10년 전(40.5%)에 비해 반대자가 늘어난 것이라는 설문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2010년 11월에는 수도권 주민의 절반(49.5%)이 자택 주변의 타종교사원건립에 반대한다는 설문조사결과도 발표되었다. 젊은이들에 관한 설문조사는 더욱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바로 지난달에는 수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약 절반정도(48.9%)의 학생들이 종교간 폭력행위에 가담할 의사가 있고, 41.1%는 타종교사원을 공격하는데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되어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에 따라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대학생들을 조직적으로 포섭하는데 상당히 성공하고 있다는 특집보도가 일간지에 실렸고, 다원적 민주주의에 관한 교육, 타종교에 대한 이해수준을 높이는 다문화주의 교육의 진지하고 적극적인 시행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한 현실을 질타하는 신문논평이 연이어 게재되기도 했다.

테러와의 전쟁 와중에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의 급진화가 병행되는 역설은 다층적 원인이 작동한 결과라고 이야기된다. 국제관계적 측면에서 볼 때, 9.11테러이후 미국이 주도한 대테러전쟁은 무슬림들의 입장에서 정의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 반응이 제2전선에서의 테러와 이슬람 정신재무장운동으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해석된다. 경제적 맥락에서 보자면, 1997년에 시작된 외환위기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개입 때문에 비등하게 된 서구에 대한 불만이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빈곤층의 경제적 궁핍과 높은 실업률은 급진주의 이슬람의 사회적 자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수도권 주민의 약 42%가 테러의 근원을 경제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상황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한 NGO의 2010년 설문조사결과는 테러리즘의 사회경제적 해석과 관련되어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보자면, 1998년 민주화 이후 근본주의 이슬람단체들도 결사의 자유를 누리는 상황인데다가, 부패문제 해결에 지지부진한 실태는 이슬람 국가화로, 즉 강력한 이슬람으로 국가가 정화될 때 치유될 수 있다는 호소가 청년학생들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해석도 제시되고 있다. 결국 정의롭지 못한 세상이 이슬람 급진주의의 호소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대자적’ 대책이 아니라 ‘즉자적’ 처방을 내놓았다. 그것이 바로 지난 3월말에 국회에 상정되어 이번 달 통과를 목표로 심의중인 정보기관법안이다. 정부의 법안은 국가정보원(BIN)이 “테러, 분리주의, 간첩, 전복, 파괴행위를 비롯한 각종 국가안보위해시도” 혐의자들을 독자적으로 체포하여 7일간 집중 심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안보위해행위를 지나치게 폭넓게 정의하고 국정원이 혐의자를 영장 없이 일주일간이나 격리 취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이 법안은 인도네시아를 과거 수하르토 독재치하 ‘납치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기획을 담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본적 문제에 침묵하면서 다시금 안보기관의 초법적 활동만 강화하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노선은 테러리즘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하면서 인권상황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테러와의 전쟁은 구체제의 장군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고 안보기관들의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갓 태어난 민주주의를 교착상태로 몰고 가는데 기여하였다. 가로막힌 민주주의는 테러리즘을 다시 강화시킨다. 테러리스트와 그 지지자들의 좌절과 분노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과 부패근절 실패에 근거한다면, 이러한 상황은 민주주의가 심화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제성(전북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

 

*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2011.6.10)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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