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8-07-07   676

[서평] “당신 속에는 ‘어떤 아시아’가 있나”

[화제의 책]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  

아시아.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지역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정서적으로는 ‘남미’ 못지않게 먼 곳으로 여겨지곤 하는 곳이다. 또 엄연한 지역의 일원인데도 동질감을 은연 중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최근 언론에서도 국내·외 문제를 ‘아시아’와 연관시켜 다루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은 낮기만 하다.
 
그러나 작지만 꾸준히, 국내에서도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넓어지고 있다. 투자와 노동시장, 관광의 대상으로만 여겨지던 아시아 지역을 놓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갖자는 움직임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시민운동 영역에서 아시아 지역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일이 눈에 띠게 늘어났다.
 
최근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발행한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해피스토리 펴냄)는 아시아 지역 문제에 눈을 돌리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은 지난 해부터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홈페이지와 <프레시안>에 연재됐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아시아를 연구하는 학자, 활동가 등 25명의 필자가 참여했다.
 
전통적인 이분법, 그리고 근대화론을 넘어서
 
  
▲ <우리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엮음, 해피스토리 펴냄) ⓒ프레시안 




“아시아를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활동거소로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세를 얻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들에서 한 가지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관점은 안과 밖, 국내와 국제, 우리와 세계를 가르는 전통적인 이분법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책머리에서 아시아에 대한 국내의 시각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여전히’ 변치 않는 관점을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 이미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가 100만 명을 헤아리고, 공장과 공사판과 식당과 지하철에 ‘우리’와 구분되지 않는 얼굴의 ‘외국인’들이 넘쳐 나는 현실, 한국 기업들의 역내 해외투자가 이미 국내 투자를 훨씬 상회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이분법’이 가능한 관점일까?”라고 묻는다.
 
 전제성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비판은 더욱 적나라하다.
 
 
 “Pride of Asia(아시아의 자랑)! 이 구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광주경기장에서 한국과 스페인이 8강전을 벌일 때 붉은악마 응원단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던 카드섹션의 구호였다. (…) 그런데 월드컵 이외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이익과 명예를 대표하고 아시아 나라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심히 의심스럽다. 아시아를 대표한다는 의미보다는 서양의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볼 만하다.”
 
 전제성 교수는 이 같은 의식이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아시아연대’ 담론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일반인들이 한국의 축구나 골프가 세계무대에 나선 것을 자랑하듯 한국 사회운동가들도 한국의 민주화와 개혁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아시아 각국의 사회운동에 대해 공부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겸비하지 못한다면 아시아 연대 담론은 근대화론의 한국판 변종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분법에 대한 성찰은 좀 더 적극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박진영 전 아시아여성위원회 프로그램 간사는 “한국의 운동은 아시아의 이웃들과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자문하며 아시아 연대에서 한류를 만들어간다면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할지 구체적 사례로 제시한다.
 
 “인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그날을 우리는 볼 수 있을까?”
 
  ‘사회적 아시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시아주의’
 
 
 ‘아시아를 향한 성찰’, ‘오늘의 아시아’, ‘아시아 연대를 위하여’ 등 세 부로 나뉘어 있는 책에는 각각 이처럼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글도 실려 있다. 필자들은 중국, 베트남, 동티모르,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팔, 버마(미얀마) 등 우리가 흔히 여행지, 혹은 투자지로만 인식하고 있는 지역의 생생한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을 연구와 답사를 통해 알려준다.
 
 끝으로 조희연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 연구소 소장은 책 말미에 ‘사회적 아시아’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다. 그가 제시한 단어 ‘사회적 아시아’는 곧 이 책에 참여한 필자들이 말하려는 바를 집약해 나타낸 말이기도 하다.
 
 “한국 및 아시아의 민주진보세력이 지향해야 하는 아시아주의가 있다면, 그것은 아시아를 민주적 공동체와 사회적 공동체로 사고하는 것이어야 한다. (…) 한국의 민주진보운동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성찰적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우파의 국가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것인 동시에 자신을 국가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는 운동으로 재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본다.”  
   


 강이현/프레시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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