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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위원회    국경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합니다

  • 칼럼
  • 2010.06.30
  • 707


버마는 반세기 가량 법치 부재의 군사정권 치하에 있다. 한때 버마는 아시아의 선진국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1962년 ‘버마식 사회주의’를 내건 군부가 쿠테타로 집권하면서 버마는 정치, 경제적으로 추락해 인권 부재의 최빈국이 되었다.

버마 군사정부는 지난 2008년에 자신들의 불법 통치를 합법화하기 위해 헌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켰고, 자신들이 공표한 일정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총선을 치루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선거 일정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반면 버마 민주진영은 선거 보이콧을 기본으로 하면서 공정선거 감시운동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안없는 선거’가 버마인들의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극히 회의적일뿐이다.

주지하다시피 버마 국민들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권과 사회권 모두를 상실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제 버마와 인접한 타이 국경 도시 메솟은 인권 부재의 조국을 등지고 탈출하는 버마인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자신들의 협력기구인 아세안(ASEAN)에 버마를 가입시키려고 했을 때 서방 국가들은 인권의 이름으로 이를 반대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른바 ‘아세안 방식’(ASEAN way)에 따라 버마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때의 ‘아세안 방식’이란 내정불간섭을 기본으로 하는 것으로 버마 인권문제는 버마 당사국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방 국가들처럼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설사 인권을 거론하더라도 버마를 소외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버마를 아세안의 일원으로 끌어들여 개방도를 높이는 것이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포용노선을 ‘건설적 관여’(constructive engagement)라고 일컫는데, 우리 언어로 표현하자면 ‘햇볕정책’이다.

버마 인권문제에 관여하는 국제인권기구와 아시아 인권단체들은 서방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건설적 관여 정책에 대해 반대하면서 경제봉쇄와 외교적 제재를 요구해왔다. 이러한 국제연대운동의 결과 아세안 회원국 정부내에서 ‘건설적 관여’와 차별화된 ‘유연한 관여’(flexible engagement)라는 새로운 외교 개념이 제기되었다. ‘유연한 관여’의 핵심은 아세안 회원국 중 어느 특정 국가의 국내정책이 다른 회원국들에게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경우 아세안에서 이 사안을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토론에 부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유연한 관여’는 그 자체가 아세안의 불간섭주의 규범에 반한다는 이견에 부닥쳤다.

이러한 ‘아세안 방식’의 변화 조짐은 아세안 회원국 정부만이 아니라 입법부에도 영향을 미쳐 ‘버마문제를 생각하는 아세안 의원연맹’(AIPCM)이 만들어졌다. 마침내 이같은 부드러운 압박 속에서 버마 군사정부는 예정되었던 아세안 의장직을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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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제는 이렇듯 주변 국가들의 압박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마 군사정부가 요지부동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방의 제재가 버마 군사정부와 민주화세력 사이의 교착국면을 민주화세력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내기보다는 모든 문제를 외세 탓으로 돌리는 군부내 강경파의 득세만을 초래하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990년 선거혁명의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폭력을 수단으로 권력 이양을 거부한 버마 군사정부는 국면전환용으로 경제개방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투자유치와 교역확대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악화일로에 있는 경제를 반전시키고 대외적으로는 경제실리 중심의 외교노선을 취하는 주변국들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피하자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다.

반면 버마 군사정부의 변신 시도에 대해 1990년 선거혁명의 주역인 민족민주동맹(NLD) 지도자 아웅 산 수지는 국제사회를 향해 버마에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군정이 희망하는 투자를 유보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렇듯 국제인권단체들과 서방국가들의 제재 전략은 아웅 산 수지를 위시한 버마의 민주인사들의 요구와 일치하고 있다. 

버마 민주 인사인 아웅 모 조는 1988년 8-9월에 걸쳐 진행되었던 반군부 민주화 투쟁에서 민주진영이 취했던 이상주의적 정치 전략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현실주의 노선의 중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제 버마 민주 진영은 민주주의로 향한 중대국면이 될 수도 있는 올 하반기 선거 국면을 앞두고 타협인가, 대결인가, 아니면 이 양자를 어떻게 혼합할 것인가, 전략적 선택을 앞에 두고 있다.

아세안의 불간섭주의 규범은 서구 열강으로부터의 오랜 식민주의 경험, 이에 따른 반(反)서구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국가권력은 이러한 반서구 정서를 정권안보 차원에서 이용했다. 그렇지만 버마문제를 두고 아세안 내부에 일정한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듯이 국제사회의 압박과 동남아시아 시민사회의 성장은 불간섭주의 전통을 조금씩 허물어뜨리고 있다.

최근 한국-아세안 협력의 필요성이 일층 강조되고, 한국과 버마의 경제협력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네거티브 방식’의 제재와 ‘포지티브 방식’의 개방 유도를 혼합한 전략의 가치에 대한 심사숙고와 함께 아시아 시민사회, 버마 민주세력과 더 많은 대화, 더 많은 연대를 해야 할 것이다.

  박은홍(성공회대 아시아NGO정보센터 소장)

* 이 글은 2010.6.25 서남포럼에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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