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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0.11.17
  • 1490


대학은 다문화 시대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는가?


다문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가 무성하다. 학자들은 다문화 연구에 뛰어들고 정책적 대안을 건의하며 사회적 성찰과 각성도 요구하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다문화 관련 연구소가 설립되었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일반인이나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훈련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대학 스스로는 다문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몽골을 비롯한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이 급증하고 있어서 대학도 이미 다문화 시대에 들어섰건만 유학생들을 위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머지않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대학에 대거 진학하게 되면 대학 내의 다문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텐데 이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방치되는 아시아계 유학생들

먼저 아시아계 유학생 급증의 문제를 이야기해보자. 전북대의 경우만 보아도 2009년도 4월 기준으로 760명의 외국인학생이 재학 중인데 2년 전에 비해 거의 다섯 배나 늘어났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인(569명), 몽골인(85명), 네팔인(24명) 등의 순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강의하는 모든 과목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수강하고 있고 몽골과 미얀마 출신 유학생도 더러 포함되어 있다. 한국어능력시험의 최소기준을 통과한 학생들이지만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학부수준의 전공강의를 따라올 수가 없다. 대학원생일지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강의를 충분히 알아듣지 못하고 교수가 강의노트를 제공해 주어도 시험답안지를 반 페이지 이상 채울 수가 없다. 발표식 수업이어서 유학생들도 예외 없이 발표하는데 그 질이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수업은 파행을 겪고 유학생들은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대학은 이런 문제를 방관하고 있으며 오히려 국제화 지수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즐기고 자랑하고 있다.

물론 유학생 스스로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한국인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사귀고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강의를 계속 수강할 것을 권하곤 한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이 마련하는 해법은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늘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아시아계 유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영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기 때문에 영어강의 확대는 불충분한 해법이다. 다행히 최근에 우리 대학에서는 멘토(mentor)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학생과 유학생을 맺어주고 한국학생이 외국인학생을 도와주는 대가로 봉사학점을 부여받는 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유학생들은 멘토 제도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 멘토의 전공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글쓰기지도센터(writing center)를 설치하자고 제안한다. 대학교 단위의 센터이되 학과별 1인의 한국인 박사과정생을 현장지도자로 둔 네트워크로서의 센터를 설립한다. 그리고 외국인학생들의 전공수업관련 한국어 읽기, 쓰기, 말하기를 구체적으로 지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그 담당자인 한국인학생은 장학금으로 보상을 받는다. 현장지도자의 근무시간이 공지되고 유학생들은 그 시간 중에 개별적으로 약속을 잡고 대면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한국어 능력이 고도로 요구되는 인문사회계에서 먼저 추진되어야 할 것이고, 대학교가 선뜻 나서지 않으면 단과대학이 먼저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센터는 전공학습에 곤란을 겪거나 더 나은 논문 쓰기를 원하는 한국인 학생들이나 조만간 대학에 진입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아시아계 유학생들에 대한 학습지원이 한국인학생들에 대한 학습지원을 겸하게 되는 셈이다.

지방대를 쇄도할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이어서 다문화사회의 대표주자처럼 인식되는 국제결혼가정의 학생들을 대학이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의 문제이다. 다문화가정이 집중되어 있는 지방 국립대의 경우 더욱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2년전 필자가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법학전문대학원의 입시면접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대학입시에서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법률가 지망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가산점을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고 그 근거로 그들이 취약계층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다문화가정이라고 해서 반드시 취약계층에 속하는 것인지 단지 다문화가정의 아이라는 이유로 우대받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없을뿐더러 그 아이들이 남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사고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불쌍하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실망스러운 논리였다. 아직 대학차원의 논의는 없었지만 십중팔구 일단 논의를 시작하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불쌍한 것인가 아닌가에 관한 논의로 흐를까봐 걱정이 된다.

대학의 다문화적 전환이란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할 논의방향은 다음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이 입시에서 가산점을 부여받는다면 그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대학의 교육과 한국의 발전에 필요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아시아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안을 내보자. 그렇다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혜택은 그들이 지닌 취약성이 아니라 수월성으로부터 도출되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출신이 아닌 학생이라도 아시아언어를 구사할 능력이 있다면 아울러 우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남다른 능력이 국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란 점에 동의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산점제도도 공정한 제도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문제는 자연스레 우리가 아시아 언어능력 수준을 평가할 만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가이다. 불행하게도 상당수의 아시아언어에 대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당면한 과제는 다양한 아시아언어에 대한 전국적이고 주기적이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문화 현상을 고려하는 대학들은 지금 이런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어서 대학은 현재의 교과과정을 검토하고 개편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아시아의 각 지역에 대해 얼마나 가르치고 있는가? 아시아계학생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지 오래인 미국의 대학들은 아시아관련 강좌들이 일찍이 인기를 끌어왔다고 한다. 우리의 대학은 부모의 고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학생들과 그런 친구들을 이해하려고 따라오는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채워줄 과목들을 마련하고 있는가? 우리의 대학들은 다문화의 해법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는 원론적 구호를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아시아의 이웃나라들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 인력들을 배출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있는가? 답은 부정적이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 관한 강의가 거의 부재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관한 정치학, 인류학, 역사학 강의가 개설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서 동남아에 관한 인문사회 강좌를 찾아보기 어렵고, 두 개 외국어대학을 제외한 대학들에서 동남아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지 않다. 특히 지방 국립대의 사정은 거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도 다문화적 전환의 대상이다

대학의 다문화적 취약성은 지금까지 열거한 것들 외에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무슬림 학생들은 기숙사식당이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무슬림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고 불평한다.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생들이 주관하는 각종 축제와 행사가 허다하지만 국제주간이나 아시아주간처럼 외국인학생들이 쉽게 참여하고 한국학생들이 타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많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풀어가야 할 것이다. 그 방향은 유학생이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원 모두에게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하는 것이면 더욱 좋겠다.

요컨대 대학은 다문화에 제대로 대처하자고 정부와 사회에게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다문화적인 고려를 충분히 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다문화 연구자들은 초등과 중등 과정의 교육에 대해 검토하고 조언하는 수준에 족해서는 안 되고 대학 자체의 교과과정을 검토하고 개혁함으로써 대학을 다문화 시대의 책임 있는 주체로 전환시키는 일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다문화 관련 활동을 전개하는 다양한 사회단체들이나 아시아연대를 추구하는 시민단체들에게도 대학의 각종 제도와 교육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책을 제기함으로써 대학의 다문화적 전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전제성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 이 글은 [열린전북] 2010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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