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8-02-06   1164

<아시아 생각> 너무 깊게 드리워진 수하르토의 그림자

 
 인도네시아 개발독재 이후의 정치민주화

인도네시아는 얼마전까지 수하르토 대통령이 32년간 독재정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그 직후 메가와티 여성대통령, 그리고 현재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SBY ) 대통령이 집권하고있다. 오랜 기간 독재정치 이후 통치자가 두 번이나 바뀌었으니 독재정치 시기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기대일 것이다. 

몇일 전 부정부패와 인권유린으로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던 수하르토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런 수하르토를 두고 ‘개발의 아버지’와 ‘개발 독재자’라는 대조적인 별칭이 불려진다고 한다. 과연 인도네시아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그런 것일까.
 

인도네시아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수 하르토 정권이후,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는 민주적 선거, 정당의 공정경쟁, 국회 및 지방의회의 정상운영, 언론의 자유 등으로 대변되고 있다. 지금 인도네시아는 대통령직에서부터 정당, 의회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분산이 이루어졌고, 이해관계가 집중되어 이합집산으로 표현될 수 있는 정당이 부활하였고, 중앙 및 지방제도에 대한 접근과 통제를 위해 관직 사고파는 관행이 분산되고 해체되는 상황이 분명해지고 있으며, 정치적 중개인, 기업인, 공무원들의 역할이 재조정되고 있으며, 군부가 공식적인 정치역할에서 물러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모습이다. 한마디로 인도네시아는 중앙집권적인 권위주의 국가에서부터 분권화된 선거 민주주의로 변화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하르토 정권 이후 민주주의적 제도와 절차를 도입하고 개혁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잔재해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선거와 정당, 지방정부에까지 퍼진 ‘부정부패의 만연’이었다. 대통령직접선거가 처음으로 도입된 2004년 선거에서 승리한 SBY 대통령도 몇가지 차원에서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첫째, 만연한 부패를 근절시키지 못한 점, 둘째, 기득권 세력인 기업과 정치세력들에 대해 통제하지 못한 점, 셋째, 인도네시아의 악명 높은 부패한 사법제도를 개혁하지 못한 점, 넷째, 군부를 통제하지 못한 점 등이 그 원인이다.
 

포스트-수하르토 시대에 드리워진 구체제의 그늘
 
그 결과 인도네시아는 SBY 정권하에서 실시된 개혁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오히려 수하르토 시절의 강력한 통치자에 대한 향수가 번지게 되었으며, 심지어 국민들은 잠재된 범죄가 드러나고 경제가 부진한 원인을 ‘민주주의’에 있다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수하르토 정권은 풍부한 석유와 가스 개발산업의 수익을 바탕으로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수하르토가 물러난 시기는 아시아 경제위기와 맞물리면서, 그 이후 인도네시아 경제는 곤두박질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의 개혁(reformasi)이 완전히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민주적 제도라는 것들도 수하르토 시대동안 성장해온 것들이고 구성원들도 역시 그 시대부터 존재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대한 군부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퇴각을 하였지만, 유사군부 및 조직들 같은 ‘비시민'(uncivil) 사회집단이 정치 폭력배로 자리를 잡았고 이들이 종종 정당이나 관련 언론조직과 연계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결국 구체제가 포스트(post) 수하르토 시대에도 다양한 영역에 뿌리깊게 잔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와 있나
 
이 같은 인도네시아의 정치상황은 우리나라의 군부독재시절 또는 자유당 정권이후 모습을 연상케한다. 박정희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현상과도 비슷하다. 그런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현재 한국의 공통 키워드는 경제성장, 강력한 지도자이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역할모델은 한국이었다고 한다. 비슷한 기간의 군부독재를 거쳤고, 민주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경제성장까지 이루었으니 당연히 모범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 이후 한국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이 좋던 나쁘던 한번 뿌리깊이 박힌 정체성, 관습 등은 지도자 한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 30년간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습관처럼 형성된 부정부패와 군부의 개발독재 같은 습성들이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의 국민들에게 노스텔지어가 된다는 것이 이를 입증 해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국가의 정치지도자의 이념과 방향설정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다시한번 질문을 해보게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느 지점에 와 있으며, 현재의 한국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느냐고 말이다.

김은경(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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