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06-08-16   440

<아시아 생각> 우리에게 보이는 아시아는 정말 아시아인가?

올해 초 한 방송사에서 2006년의 모토로 내걸은 “아시아의 창”이라는 말에 아시아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고무되었던 기억이 있다. 새해 첫날부터 아시아 각국을 연결하여 새해를 맞이하는 각 국가의 표정을 입체적으로 중계하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소개하는 것을 보며, 그리고 한동안 몇몇 다큐멘터리, 고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아시아”라는 단어를 연발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아시아에 관한 관심이 이만큼 높아졌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왜 아시아인가? 아시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아시아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우리는 아시아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등의 심도 깊은 질문에 대한 답을 이런 프로그램들에서 찾겠다는 희망을 하지는 않았다. 나의 기대수준은 아시아가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면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까 정도였다. 하나 덧붙이자면, 방송의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 아시아가 왜곡되지 않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올 한해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이 방송사의 “아시아”에 대한 강조가 연초만 못하다는 아쉬움은 이미 접었지만, 그래도 꼭 한가지 이야기는 하고 싶다. 이 방송사에서 꾸준히 아시아를 다루고 있는 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이 심야에 방송이 된다는 점도 탓하고 싶지 않다. 지난 몇 달간 이 프로그램에 방송된 내용들을 보면 한주에 방송되는 두세 꼭지 중에 하나는 이런 제목을 달고 있다.

– 중국의 인간변압기, 별걸 다 먹는 남자, 혀로 그림 그리는 남자

– 일본의 로빈슨 크루소, 귀신이 봉인된 그림, 머리카락이 자라는 인형

– 베트남의 난쟁이 가족, 6.8m 장발 할아버지

– 태국의 바위손 아줌마, 휘발유 먹는 남자

– 터키의 네발로 걷는 가족, 박쥐이발관

– 캄보디아의 불개미요리, 말레이시아의 인간자석

물론 “오락성과 정보성을 겸한 새로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는 해당 프로그램 웹사이트의 소개처럼 오락성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제들은 아시아 각국, 각지에 있는 흥미위주의 눈요깃거리만 찾아다닌다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한다.

서양이 처음 동양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거라 생각이 되지만) 자기와 다른 대상을 이해하려는 진지한 관심 보다는 뭔가 이국적인(exotic)인 것에 관심을 두고 시작한 것처럼 지금 한국에서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뭔가 이국적인 것에 대한 흥미위주의 관심은 아닌가 의심해볼 만하다. 인간과 현실에 대한 진지한 관심은 없고 단순한 말초신경적인 재미만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나아가 단순한 흥미위주의 접근이 도를 넘어서 아시아를 요상하고 웃기는 것으로 전형화하지는 않고 있나 생각해 볼 일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혼혈인 숫자가 2020년 즈음해서는 167만 명이 될 것이고, 20세 이하 인구 5명중 1명은 혼혈인이며, 신생아 3명중 1명이 혼혈아가 될 것이라 한다. 또 2005년 충북 보은에서 혼인신고를 한 205쌍 중 82쌍(40.4%)은 국제결혼을 한 부부들이다. 2006년 초 통계에 의하면 국내 거주하는 여성 결혼 이민자는 총 6만6천659명으로 재중동포가 41.6%(재중동포도 한민족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들을 차별없는 눈으로 보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중국인이 20.1%, 베트남인이 11.1%, 일본인이 10.7% 등으로 이들이 83.5%를 차지하며, 기타 국적도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다.

이미 아시아는 한국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이제라도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아시아인들은 누구이며, 아시아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속의 그들과 우리가 더 큰 새로운 “우리”가 되어 어울려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위해서.

이재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 연구원, 국제연대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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