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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위원회  l  국경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합니다

  • 칼럼
  • 2014.02.27
  • 2932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일본 특정비밀보호법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나?

한국의 비밀보호법도 호시탐탐 의회 통과 노린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일본사회가 법률안 하나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일본에서 특정비밀보호법을 의회에 통과시켰다. 특정비밀보호법에는 외교와 안보 등 4개 분야에서 행정기관의 장이 "특정 비밀"을 지정하고 누설한 공무원들에게 최고 10년의 징역형과 함께, 민간인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고, 지난해 12월 3일에는 전국적으로 6000명이 인간 사슬을 만들기도 했다. 일본에서 정부 정책에 대해 이 같은 반발이 일어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학자들도 일제히 반대하고 있고, 일본 언론에서도 연일 특집 보도로 이 법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2007년 한국 국회에 제출된 법안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07년 국정원이 입법 추진을 하다가 좌절된 ‘비밀 보호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비밀보호법) 이라는 법이 있었다. 이 법안과 일본 특정비밀보호법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매우 흡사하다. 

 

필자는 과거 수년에 걸쳐 이 법안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그러면 2007년에는 한국의 비밀보호법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한국에서 입법이 좌절된 이 법안이 일본에서 통과된 이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 예측해보자. 

 

아베

▲일본 아베 정권에서 특정비밀보호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한국에도 비슷한 비밀정보보호법이 추진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현령 비현령'식 처벌조항

 

참여정부시절 정부는 기록관리혁신 4대 법안(정보공개법, 기록물관리법, 대통령기록물법, 비밀보호법)의 제정 및 개정을 추진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록관리 혁신 추진을 위해 만들어진 법안들이다. 그런데 다른 법안들은 청와대나 안전행정부를 중심으로 만들어 졌으나 비밀보호법은 국정원이 주도해 법안을 만들었다. 애초 법률안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던 비밀제도를 정비하고, 체계적인 지정 및 해제를 담을 목적으로 추진되었다. 

 

정부안으로 비밀보호법이 입법예고 되었을 때, 실제 많은 전문가들은 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선 그동안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으로 비밀제도를 관리하다보니 국회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던 것을 법으로 격상 시켰다는 점과, 무분별하게 남용되던 대외비 제도를 폐지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공공기관에서는 자신들에게 조금만 불리한 자료를 생산하면 ‘대외비’ 라는 명목으로 비공개를 남발했었다. 외교부 등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홍보자료 등도 버젓이 대외비로 지정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비밀의 범위를 통상ㆍ과학ㆍ기술개발 등 중요한 국가이익과 관련된 사항까지 확대해, 비밀제도를 확대개편 하려는 조항들이 포함되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이 숨어 있다’는 말처럼 막상 꼼꼼히 분석해 보니 법안 곳곳에 문제점이 숨어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처벌 조항이었다. 법률안에는 “누구든지 국가안전보장 또는 국가이익을 해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규정이 있었다.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였고 미수범도 처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저 조항을 보는 순간 바로 공익제보자들과 탐사보도를 하는 언론인들 생각이 났다.  전직 CIA 요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이 전 세계를 사찰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 하는 순간 비밀보호법으로 10년 이하 징역을 처할 수 있게 되고, 그 내용을 보도하는 언론도 기소대상이 될 수 있다. 당연히 국민의 알권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스노든을 지원하려고 접촉하는 수많은 인권활동가들도 위 법률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권력 감시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등이 이 조항으로 처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법률에는 국정원의 권한도 높이고 있었는데 특히 국정원이 비밀관리기관으로서 비밀관리 취약성 보완, 비밀현황 파악 및 분실ㆍ누설 등에 관한 경위 조사와 고발권 및 비밀을 지정하거나 비밀의 취급이 필요한 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까지 주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법안은 참여정부에서 시민사회의 반발로 폐기되었다. 한국의 시민사회의 힘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국정원은 위 법률을 그대로 복사한 법안을 18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필자는 국정원의 집요함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광우병 등 시민사회와 정부 간에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던 터라 이 법안의 문제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더욱 문제는 유사한 명칭을 가지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는 시절이라 ‘비밀보호법’은 관심대상이 아니었다. 시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방치할 수는 없었다. 위 법안은 반인권적인데다, 수많은 양심세력을 옭아 맬 수 있는 법안이었다. 

 

다시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적인 신문과 KBS ‘쌈’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위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법안이 통과되면 일어날 일을 시나리오로 작성해 경향신문에 공개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KBS 측에 위 법안의 문제점 지적은 과도한 것이라고 문건을 보내오기도 했다. 위 문제제기 후 다행스럽게 시민사회와 야당의 반대로 법안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2013년 연말 엉뚱하게도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일본 TBS 등은 당시 한국에서 어떻게 이 법안을 막았는지 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다. 일본의 가속화 되는 우경화, 핵발전소 방사능 유출 등을 겪으면서 일본은 민주주의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일본은 양심적인 세력이 폭로하는 문제제기를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해 처벌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많은 일본의 양심적인 활동가와 지식인들은 특정비밀보호법의 존재를 목안의 가시처럼 아파하며 괴로워 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문제가 일본의 문제만이 아니다. 지금도 전 세계는 위키리크스, 스노든, 매닝 일병 등 시민사회와 국가권력 간의 치열한 다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양심적인 세력을 탄압하는 장치로 이런 법안들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 궁금한 것은 일본은 어떤 과정에서 한국의 비밀보호법을 벤치마킹했는지 여부다. 한국의 입법화 시도가 일본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알 수 없지만 그 개연성은 매우 농후해 보인다. 향후 이런 벤치마킹이 다른 나라로 옮겨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7년 간격을 두고 일어난 한일 양국의 비밀보호법 제정 시도는 전 세계의 시민사회와 양심세력에게 큰 숙제를 안겨다 주고 있다. 



비밀보호법 적용 가상시나리오     (2008년 11월 21일 경향신문) 


ㄱ 신문 ㄱ 기자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취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정부가 협상 과정 전체를 비밀로 지정해 공식발표 외에는 취재통로가 사실상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ㄱ 기자는 이날도 심층취재가 부족하다는 데스크의 지적을 받고 머리를 싸매고 있던 차에 휴대전화가 울렸다. 잘 알고 지내던 시민단체 소속 ㄴ씨의 전화였다. 서울 교외의 조용한 카페에서 ㄴ씨는 문건을 한 뭉치 건넸다. ‘3급비밀’ 도장이 찍힌 문건은 한·중 FTA로 인해 농수산업 종사자들이 입을 피해를 수치화해놓은 정부 기록이었다. 


ㄴ씨는 “한·중 FTA에 대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던 소신 있는 공무원으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라며 “꼭 보도해달라”고 말했다. 


ㄱ 기자는 신문사로 돌아가 곧바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때 휴대전화가 다시 울렸다. 국가정보원이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ㄱ 기자님. 지금 현행법을 위반하고 계십니다. 문건을 돌려주시죠.” 국정원이 ㄱ 기자의 휴대전화를 감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9년 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은 국정원과 수사기관이 필요할 경우 휴대전화 감청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ㄱ 기자는 “국정원이 기자를 감시할 수 있는 것이냐”고 항의했지만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라 국익을 해할 수 있는 경우 감시·조사까지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어 국정원 관계자는 “‘누구든지 국가안전보장 또는 국가이익을 해하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비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비밀보호법 28조 1항에 의해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ㄱ 기자는 “국가안보 또는 국가이익을 해할 목적이 아니라 보도를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이 관계자는 “문건을 보도하면 한·중 FTA 협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이익을 해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ㄱ 기자는 순간 비밀보호법 33조에 ‘위법성 조각’ 규정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 ‘공적인 관심사에 대하여 중대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부득이하게 이뤄진 명백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ㄱ 기자님 행위가 그 조항에 해당되는지는 법원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또 문건을 건넨 제보자는 크게 처벌받을 겁니다. 잘 생각해보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시민단체 ㄴ씨는 비밀보호법 28조 1·2항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컸다. 비밀을 ‘탐지·수집’하고 ‘타인에게 누설’했기 때문이다. ㄴ씨에게 문건을 준 공무원도 29조, ‘업무상 비밀을 취급하는 자 또는 취급하였던 자가 그 업무로 인하여 알게 되거나 점유한 비밀을 타인에게 누설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국정원은 2009년에 제정된 ‘국정원법’에 의해 ㄱ 기자나 ㄴ씨를 합법적으로 감시해왔으며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역시 합법적으로 감청하고 있었다. 이제 비밀보호법에 근거해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다슬기자> 

(도움 |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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