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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위원회    국경을 넘어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합니다

  • 칼럼
  • 2015.06.12
  • 934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5 아시아생각] ① 아웅산 수치, 미얀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이유는?

[2015 아시아생각] ② IS의 광기는 美 지배전략의 산물 
[2015 아시아생각]
 ③ 중국편승? 중국견제?.. 둘 다 틀렸다!

[2015 아시아생각] ④ 보수개신교, '반동성애' 운동이 활로? 

 

세계아동노동반대의 날, 시리아의 '잃어버린 세대'는?

'최악의 아동 노동'에 내몰리는 난민 아이들

김현주 세이브더칠드런 국제개발정책팀장

 


내전 발발 4년, 시리아 내전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2011년 3월 이후 22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11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압도적인 인명 피해 규모에 가려진 일상적 고통도 있다. 시리아의 ‘잃어버린 세대’라 불리는 아이들 이야기다. 내전으로 인해 학교 밖으로, 나라 밖으로, 유년기 밖으로 쫓겨난 아이들이 전체 난민의 약 절반, 500만 명에 이른다.

 

6월 12일 세계아동노동반대의 날에 즈음해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발간한 시리아 난민 아동노동보고서 (원제 All work no play)에 따르면 전쟁의 가장 참혹한 대가를 치르는 이들은 바로 아이들이라는 말은 시리아 난민의 삶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마을과 학교를 겨냥한 공습을 피해 피난했지만 이들의 일상을 채우는 풍경은 아동들의 구걸이나 성매매인 경우가 흔하다. 

 

요르단 최대의 난민촌인 자타리 캠프에 방문한 사람들이 처음 목격하는 장면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외바퀴 손수레를 가지고 줄 서 있는 7~10세 아이들이다. 이들은 일용직 짐꾼으로 고용되어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평균 미화 4~7달러를 번다. 난민촌을 벗어난 불법 아동노동의 풍경은 더욱 심각하다. 인구 190만 명인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는 1500명 안팎의 아이들이 거리에서 구두를 닦거나 구걸을 하며 생계를 잇는다. 이 가운데 73퍼센트가 시리아 아이들이다.

 

난민 생활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데 반해 성인 난민이 수용국의 정규 노동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14년 1월 요르단에서 취업허가증을 받은 시리아 난민 가구는 전체의 단 1퍼센트에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 노동으로 인한 구금과 본국 송환의 위험이 있는 성인 남성을 대신해 지역경제에 덜 위협적이며 저임금에 해고하기도 쉬운 아이들이 생계벌이의 최전선으로 내몰린다.

 

그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레바논과 요르단의 도시에서 아이들은 건설 현장이나 자동차 정비소, 상점에서 허드렛일을 맡아 한다. 농촌에서는 살충제를 뿌리거나 곡식을 수확하는 일에 아이들이 동원된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조사한 레바논 베카(Bekaa) 지역의 경우, 농업에 동원된 아이들은 평균 10~12세로 하루 8시간 이상 일하고 미화 4달러를 임금으로 받고 있다. 이는 시리아 분쟁 이전에 같은 일을 하던 이주노동자들이 받던 임금의 채 절반이 되지 않는다. 

 

 

더욱 큰 문제는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아동노동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아동노동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여 접근한다. 첫 번째 접근은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고려하여 각 나라에서 노동 가능한 아동의 최저 법정연령을 정하고 아동노동이 의무교육을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최저근로연령 이상의 청소년을 위해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고용 상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개입이 필요하다. 또 다른 접근은 어느 연령이든 일이 너무 위험해서 즉각적인 아동노동 철폐가 필요한 경우다. 시리아를 포함해 174개 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협약 138호와 182호는 무력분쟁을 위한 강제징집과 강제노동, 성매매, 인신매매 등을 ‘최악의 아동노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분쟁이 지속되면서 ‘최악의 아동노동’이 늘어나고 있는데, 시리아나 이라크 등지에서는 12~13세 남자 아이들이 군사훈련을 받고 밀수나 감시활동, 실제 전투까지 투입되고 있다. 시리아 인근 국가에는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무장단체 요원을 모집하는 문서가 나돌고 아동의 무장단체 참여가 버젓이 미화 100달러~135달러를 벌 수 있는 생존전략으로 광고되고 있다. 여자 아이들의 노동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10대 초반에 가족과 헤어져 입주 가사도우미로 일하거나 성매매에 노출되는 경우가 흔하게 보고된다. 이러한 형태의 아동노동은 아동인신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아이들은 어떤 이유로 무장단체 참여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종교나 이념의 극단으로 선택하기 보다는 난민 생활의 지루함과 소외감, 학교에 가거나 또래집단을 만날 수 없어 생기는 심리적 고립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르단 자타리 캠프에서 아동노동을 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도 이 같은 현실을 엿 볼 수 있다. 인터뷰에 응한 전체 아동의 90퍼센트, 그리고 일하는 아동의 81퍼센트가 일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일을 하고 싶은 이유로는 생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40퍼센트), 기술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21퍼센트) 등을 꼽았다. 인터뷰에 응한 아이들의 4분이 1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로 ‘기술을 배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아이들을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라고 규정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줄어들어도 아이들은 여전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 같은 아이들의 바람에 발맞춰야 한다. 한때 100 퍼센트에 가까운 보편적 초등교육을 자랑했던 시리아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학교 등록률을 기록한 나라가 되었다. 난민 아동의 교육 접근도 어려워서 49퍼센트의 아동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학교에 간다고 해도 언어장벽과 차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의 기회를 되찾아 주고, 나아가 난민으로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성장의 기회를 주는 일이다. 일을 하며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최저연령 이상의 아이들이 정규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길을 열고, 이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비공식 경제로 밀려나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거나 무장단체 참여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최악의 형태의 아동노동에 대한 단호한 조처도 시급히 필요하다. 시리아와 인근 나라들은 모두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제노동기구협약을 비준했지만 현재와 같은 분쟁 상황에서 해당 정부의 역량만으로는 이를 이행하기에 역부족이다.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 인도주의 기구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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