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칼럼(is) 2014-04-18   2775

[아시아생각] 대만 시민,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에 이유있는 반대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대만 시민,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에 이유있는 반대

대만 대의민주제의 실패

옌쯔위 대만인권협회 활동가

 

최근 대만에서 일어난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CCSTA)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 여당인 국민당이 일방적으로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것이 그 이유다. 국민당이 서비스무역협정을 통과시키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고 협정 내용조차 국민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만 헌법에 따르면 중화민국의 범위는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도 포함된다. 따라서 중국과 체결한 협정을 ‘양안인민관계조례(Act Governing Relations between the People of the Taiwan Area and the Mainland Area)’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협력에 대해 법률을 수정할 필요가 없다는 일로 간주되고 말았다. 행정원(대만의 행정부)이 결정하고 나서 입법원(대만의 국회)으로 해당 사안을 넘겨 의례적인 통과 절차만 거치면 된다. 결국 이번 협정 체결에 있어서 입법원이 행정부의 독단적 결정을 막을 수 있는 감시 장치가 부재한 것이다.  

 

대만 학생과 시민단체들이 마잉주 정부의 독단적 결정과 중국과의 불투명한 교류에 반발해 3월 18일, 입법원을 점거했다. 3월 30일에는 총통부 앞 광장에서 50만 명이나 참여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중국 시장 개방에 따른 노동권 침해, 언론통제, 의료복지, 환경보호 등 분쟁이 야기됨에도 불구하고 마잉주 정부는 이 협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만 국내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만국회

▲3월 18일 밤 9시 즈음 학생과 시민단체들이 입법원을 점거했다. 비폭력 원칙에 따라 입법원에 들어가 평화로운 농성을 500시간이나 이어갔으나 친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이에 대해 ‘폭동’과 ‘폭민’이라고 왜곡보도를 했다.

 

 

입법원 안에서는 점거 농성을 한 학생들과 시민단체가 총 24일이나 버티며 끊임없이 운동 전략을 토론했으며 밖에서는 또 다른 많은 학생들과 시민단체들이 거리 농성에 참여하여 거리 강의를 통해 이번 협정의 이로움과 폐단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많은 대학 교수들이 교실에서 나와 시민들과 함께 농성에 동참하였으며 변호사들도 현장에 나서 폭력진압을 당한 학생과 시민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법률 지원을 했다.  

 

무역의 허울을 쓰고 서비스 산업자금을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수출하는 것이 협정의 본질이다. 보호대책 없이 시장개방을 하는 것은 국내 노동자를 자유무역 전쟁에 밀어넣은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의 방대한 기업자금과 전문기술 노동력이 대만으로 투입된다면 대만 노동시장을 파괴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절차 공정성을 위반하여 30초만에 통과된 이번 협정은 대만 대의민주제의 실패를 보여준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했을뿐더러 민주주의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대만 학생과 시민들이 입법원을 점거하고 이러한 시위를 대다수의 국민이 지지하는 지금의 현상은 현 정권이 정당성을 잃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마잉주 정부는 국민의 경고를 이해하지 못한 채 협정을 통과시키는 과정이 다 합법적이었다고 강조한다.

국회 밖

▲ 점거된 입법부 밖 풍경. 시민들은 입법원을 둘러싸고 평화 농성을 이어갔으며 학자들은 거리에 모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협상의 장단점에 대한 거리 강연을 펼쳤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대의민주의 실패와 위기, 자유무역과 노동권의 관계, 국가폭력과 집회자유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에 반대하는 3.18시민농성은 4월10일에 단계적으로 마무리 되었으나 이는 끝이 아니다. 우선 양안협력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감독하는 메커니즘을 법제화한 후에 서비스 협정을 심의하는 것이 마땅한 순서다. 뿐만 아니라 심의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행정부를 독립적으로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이 입법원에게 주어져야 한다.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이 수많은 국민의 삶과 미래에 영향을 미칠 일이기 때문에 이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계속되는 대만 국민들과 시민사회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을 철회하라.

 

2. 양안협력 감독메커니즘을 우선적으로 법제화하고 나서 서비스협정 체결에 대한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감독 메커니즘이 법제화 되기 이전에는 중국과 어떠한 협정도 상의해서는 안된다.

 

3. 중국과의 협력 감독 메커니즘을 입법절차를 통해 수립하고 이를 위해 시민단체들이 제출한 입법절차에 대한 초안을 지지하라. 시민단체들은 140명의 법학자들과 함께 ‘양안협력 감독 메커니즘 초안’을 입법원에 제출했다. 행정원의 초안과는 달리 시민의 참여, 대정부 감독, 정보의 투명성과 정부의 의무, 인권보장을 다섯 가지 원칙으로 강조하여 작성한 초안이다. 

 

4. 헌정제도, 선거와 정당정치, 대만과 중국의 관계, 사회정의와 인권보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시민헌정회의(Citizens’ Constitutional Assembly)를 개최하라. 

프레시안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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